‘한국 재즈계의 대모’ 박성연씨. 한겨레 자료사진.
30여 년 된 클럽 야누스 운영난에 중대 결심
60년대부터 모아온 재즈 엘피 1천여 장 내놔
60년대부터 모아온 재즈 엘피 1천여 장 내놔
박성연은 한국 재즈계의 대모로 불린다. 1960년대 중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디션을 통해 주한미군부대 무대에 서며 재즈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한국 재즈 1세대 여성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숙명여대 작곡과에 들어가 이론도 익혔다.
그에게 ‘야누스’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야누스는 그가 1978년 서울 신촌에 직접 차린 재즈 클럽 이름이다. 야누스보다 2년 앞서 서울 이태원에 ‘올 댓 재즈’라는 재즈 클럽이 문을 열기는 했지만, 중국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외국인 전용 클럽이었다. 박성연은 “재즈를 실컷 노래하고 싶어서” 한국 최초의 토종 재즈 클럽 문을 열었다. 재즈 1세대 연주자들은 매일 밤 이곳에 모여 밤새 즉흥연주를 벌였다. 이후 수많은 재즈 음악인들이 이곳을 거쳐가며 야누스는 한국 재즈의 산실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야누스는 재정난으로 여러 차례 이사를 해야만 했다. 신촌에서 대학로로 옮겨갔다가 다시 신촌으로, 이후 청담동을 거쳐 지금의 서초동 교대역 부근으로 옮겨왔다. 문을 닫을 뻔한 위기도 몇 차례 있었지만, 본인의 사재와 후원자의 도움으로 근근이 버텨왔다. 박성연은 몇 년 전부터 신장이 안 좋아져서 정기적으로 투석 치료를 받으면서도 야누스 무대에서 꾸준히 노래해 왔다.
박성연은 야누스를 이어가기 위해 최근 중대한 결심을 했다. 60년대부터 모아온 재즈 엘피(LP) 1천여 장을 팔아 야누스 운영 자금에 보태기로 한 것이다. 재즈와 야누스에 온 열정을 쏟느라 결혼도 하지 않은 그에게 엘피는 자식과도 같은 존재였으리라. 박성연은 “야누스가 있어야 나도 있는 거다. 야누스가 버텨내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천만원에 엘피들을 한꺼번에 사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야누스 무대에 정기적으로 서는 후배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는 2일 이런 사실을 트위터로 알렸고, 이 소식은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있다.
후배 재즈 음악인들이 박성연을 위한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5월 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땡큐 박성연’(가제)이라는 공연을 열어 수익금을 야누스 발전기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박성연 솔로 무대는 물론, 말로, 원터플레이의 혜원, 이부영, 써니킴, 김여진, 허소영, 그린티 등 후배들과 박성연의 듀엣 무대도 마련된다. 피아니스트 민경인이 음악 감독을 맡고,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도 참여한다.
박성연은 최근 공연 포스터를 촬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은퇴 안할 거야. 죽을 때까지 노래할 거야.” 많은 재즈 음악인들과 재즈 팬들은 그의 노래가 야누스에서 언제까지고 울려퍼지길 소망하고 있다. 엘피 구입 문의 (02)546-9774. 오후 6시 이후 통화 가능.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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