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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이돌-아티스트 경계 부순 게릴라들

등록 2012-03-06 20:30수정 2012-03-07 18:18

가수 박재범
가수 박재범
서정민의 음악다방

아이돌과 아티스트. 우리 가요계에서 본래 뜻보다 한정적이거나 특화된 의미로 쓰이는 대표적인 두 단어다.

대중의 우상을 뜻하는 아이돌은 점차 10대들의 우상을 뜻하는 ‘틴 아이돌’로 그 의미가 좁혀졌다가 이제는 틴 아이돌을 지향하는 젊은 혹은 어린 가수들을 일컫는 용어가 돼버렸다. 연예기획사들이 상당 기간 훈련시켜온 가수 지망생들을 조합하고 전문 작곡가와 안무가를 붙여 데뷔시킨 뒤 막강한 영향력의 지상파 방송으로 이름을 알리는 식의 절차를 밟는 게 보통이다.

아티스트의 사전적 의미는 예술가다. 대중음악도 엄연히 예술이기에 대중가수 또한 예술가로 불려 마땅하지만, 아이돌 가수를 아티스트로 부르는 건 왠지 어색하게 느껴지는 게 요새 분위기다. 아이돌과 아티스트를 나누는 명확한 선이 있는 건 아니지만, 대강의 사회적 합의가 있음은 분명하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은 가수가 얼마나 자기 생각과 철학을 음악에 녹여내며 주체적으로 활동하느냐 하는 것이다. 작사·작곡을 직접 하지 않아도 좋다. 앨범 전체 방향을 잡거나 곡을 자기만의 색깔로 표현하는 것 또한 창작의 일부다. <에스비에스>(SBS)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 출연자 이승훈의 독창적 안무를 보고 박진영 심사위원이 “유일하게 아티스트라 부를 만하다”고 평한 것도 같은 맥락일 테다.

예전에는 아이돌과 아티스트가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1980년대 아이돌 전영록은 상당수 히트곡이 자작곡이었다. 오늘날 아이돌 문화의 효시라는 서태지와 아이들도 작사·작곡·안무·의상 등 모든 영역을 스스로 해결했다.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판도가 바뀌었다. 아이돌 가수는 대형 기획사들의 주도권 아래 거대 산업 안에서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돼버렸다. 톱니바퀴 하나가 좀 삐걱댄다 싶으면, 새 톱니바퀴로 교체해 별일 없다는 듯 계속 돌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음악도 사람보다 시스템이 지배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아이돌과 아티스트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게릴라’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리더 지드래곤이 대부분의 곡 작업에 참여하는 빅뱅이 대표적이다. 그는 “아티스트라는 평은 우리에게 가장 큰 기쁨이고 칭찬”이라며 “우리 스스로 뮤지션, 아티스트라고 말하기 이전에 보고 듣는 사람들이 먼저 그렇게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 투피엠(2PM)에서 쫓겨나다시피 해 홀로서기에 나선 박재범도 최근 낸 솔로 앨범에서 수록곡 80%를 작사·작곡하고 전체 프로듀싱을 해냈다. 그는 “그룹 시절과 비교해 지금은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게 큰 차이”라며 “자기 음악을 자신 있게 표현할 줄 알면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동방신기 출신 3명이 만든 그룹 제이와이제이(JYJ)는 스스로 만든 노래, 춤, 무대로 아시아·유럽·남미 등 세계 곳곳을 누빈다.

요즘 전세계에서 부는 케이팝 바람이 상징하듯 몇몇 대형 기획사의 결과물은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음악은 미국의 아이디어와 디자인, 한국의 부품, 중국의 노동력을 조합해 만드는 아이폰 같은 공산품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덜 완벽해도 그 사람의 내음이 짙게 밴 음악에 더 끌리기 마련이다. 음악은 상품이기 이전에 사람과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서정민 대중문화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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