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천 타악 연주자
외국서 더 유명한 타악연주자
사물놀이 접목 프리재즈 명성
“세계 향한 후배들 위한 무대”
사물놀이 접목 프리재즈 명성
“세계 향한 후배들 위한 무대”
두번째 ‘재즈열전’ 여는 박재천씨
타악 연주자 박재천은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유명세를 치른다. 전위적인 프리재즈 분야에서 그는 세계적인 연주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가 전위 보컬리스트 로런 뉴턴과 한국에서 녹음한 앨범 <2 솔스 인 서울>은 영국에서 정식 발매되고, 국내에선 이를 역수입하는 식이다.
그가 굴곡 없이 오늘날에 이르렀을 리 없다. 스무살 안팎 무렵 록 드러머로 여러 밴드를 전전하던 그는 “남의 노래만 밤새워 연주하는 건 아니다 싶어” 중앙대 작곡과에서 음악 공부를 파고들었다. 군대에 다녀와서는 홀로 전라도를 돌아다니며 국악을 익혔다. 1991년 록과 국악을 결합한 앨범 <사주팔자>를 발표했고, 국악을 접목한 퓨전재즈 그룹 ‘몰이모리’를 결성하기도 했다. 그러다 1995년 색소폰 연주자 강태환을 만나면서 프리재즈의 세계로 발을 들였다.
국내에선 프리재즈 공연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자연스레 일본·유럽·미국 등 외국으로 나돌았다. 외국의 명인들을 만나면 겁을 먹고 위축되기 일쑤였다. 리허설 한번 없이 곧바로 펼치는 즉흥연주에서 상대 연주자에게 질질 끌려다니기만 하다 끝난 적도 여러 차례다. 1998년 일본 도쿄에서의 연주가 그랬다. 피아니스트 사토 마사히코와의 협연 뒤 그는 “연주를 끝내고 나니 내가 한 일이 하나도 없어” 울음을 터뜨렸다고 했다.
‘나만의 언어로 나의 존재감을 알리지 않으면 이 바닥에서 살아남을 수 없겠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은 그는 점차 자신만의 색깔을 쌓아나갔다. 우리 전통 장단을 본격적으로 녹여내 재즈와 사물놀이를 접목한 앨범 <예산족>을 발표하고, 장구를 치듯 드럼을 연주하는 기법인 ‘코리안 그립’을 고안했다. 그는 이제 사토 마사히코와 듀엣 앨범을 발표할 정도로 대등한 수준의 연주자가 됐다.
박재천이 지난해 10월 유럽 투어를 돌 때 일이다. 독일 브레멘의 유서 깊은 극장에서 연주할 당시 극장장 페테르 슐츠를 만났더니 그가 이렇게 말했다. “재천, 독일이 미쳤어. 18세기에 고작 100년 동안 유행한 음악이 마치 지구상의 모든 음악을 대변이라도 하는 양 65개 오케스트라와 100여개 합창단에 문화 예산의 90%를 쏟아붓고 있어. 매번 같은 작곡가의 매번 같은 레퍼토리에 말이야. 그런데 매번 창의적으로 새롭게 연주하는 재즈야말로 살아 있는 현재진행형 음악 아니겠어? 그래서 내가 재즈 공연을 많이 하는 거야.”
한국에 돌아온 박재천은 ‘정부가 전통음악과 클래식 지원에만 집중한다면, 나라도 재즈의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방법론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야겠어’라고 생각했다. 그러고는 지난해 말 자신이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서울 서교동 판씨어터에서 기획공연 ‘한국 재즈 열전’을 마련했다. 계수정, 오정수, 이선지, 김책 등 16팀이 릴레이 공연을 펼쳤다.
그는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두번째 ‘한국 재즈 열전’을 마련한다. 박용규, 이명건, 박근쌀롱, 윤석철, 남경윤 등 한국 재즈의 오늘을 대표하는 연주자 16팀이 매일 두 팀씩 무대에 오른다. 1만원짜리 표 한 장으로 두 팀의 공연을 모두 즐길 수 있다.
“저도 이제 쉰이 넘었어요. 제가 그동안 음악 하며 깨친 것들을 후배들이 좀더 빨리 그리고 쉽게 깨쳤으면 하는 마음에 판을 벌여주는 겁니다. 요즘 대학 실용음악과도 많이 생기고 유학도 많이들 다녀오고 해서 그 어느 때보다 훌륭한 재즈 연주자들이 늘었는데, 이들이 설 무대가 없어요. 후배들이 이런 무대를 통해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언어를 다듬고 세계로 뻗어나간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02)599-6268.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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