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거물팀까지 ‘톱밴드2’ 도전하는 이유

등록 2012-03-20 14:07수정 2012-03-20 20:17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 지난해 출연팀들. 한국방송 제공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 지난해 출연팀들. 한국방송 제공
서정민의 음악다방
밴드는 보통 스스로 곡을 쓰고 연주하고 노래한다. 말하자면 자기완결적 구조를 갖춘 최소 단위가 바로 밴드다. 이런 밴드들이 현대 대중음악의 근간을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틀스, 레드 제플린, 핑크 플로이드 등 많은 위대한 밴드들이 세계 대중음악의 진일보에 일조해왔다. 21세기 들어 리듬앤블루스(R&B), 힙합, 일렉트로닉 등이 떠오르면서 밴드 음악의 위세가 예전과 같진 않다 해도 여전히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다양한 밴드들이 대중과 함께 호흡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왔지만, 90년대 중반 이후 대형기획사 주도의 아이돌 그룹들이 득세하면서 밴드들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방송사들은 무대에 서려면 악기 세팅 등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 밴드를 외면하고, 미리 녹음한 반주만 틀면 간단히 해결되는 아이돌 그룹을 선호했다. 그 결과 방송사 음악 프로그램에서 밴드를 만나기란 사막에서 오아시스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돼버렸다.

밴드들은 사라진 게 아니다. 그들은 서울 홍대 앞으로 상징되는 인디신에서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펼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라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음악을 알리고 싶은 마음이 없을까? 대중으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은 욕구가 없을까? 그럴 리 없다. 그들 또한 더 많은 이들을 만날 접점에 목말라하고 있다. 이런 그들에게 한국방송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는 뿌리칠 수 없는 손짓일 터다.

지난 18일 마감한 <톱밴드2> 1차 동영상 예심에는 모두 650여팀이 접수했다. 지난해 시즌1과 달리 프로·아마추어 구분 없이 문호를 완전히 개방한 탓에 낯익은 밴드들이 제법 눈에 띈다. 피아, 내귀에 도청장치, 와이낫, 몽니, 슈퍼키드, 피터팬 컴플렉스, 칵스 등 유명세를 탄 인디 밴드뿐 아니라 상당한 실력을 갖춘 신인 밴드들도 대거 지원했다. 음악 팬들 사이에선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거물급 밴드에 묻혀 순수 아마추어 밴드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거나 이미 독자적 영역을 갖춘 프로 밴드들을 누가 어떻게 순위를 매기고 심사할 수 있느냐 하는 것들이다. 따지고 보면 <톱밴드2>는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 오디션 프로그램과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들의 경연대회를 결합한 형태쯤 된다. 제작진은 초반에 프로와 아마추어를 구분해 경연을 펼치다 나중에 하나로 합치겠다고 밝혔는데, 얼마나 공정하고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을지 좀더 고민이 필요할 듯싶다.

인디 밴드들이 <톱밴드2>에 경쟁적으로 몰리는 현실을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번에 출전하는 한 중견 밴드의 멤버는 “선배 밴드를 만나 <톱밴드2> 출전 사실을 알렸더니 싸늘하게 대하더라”며 걱정했다. 데뷔 10돌을 맞은 밴드 와이낫의 리더 주몽은 트위터에 이런 말을 남겼다. “록 밴드의 세상이 오는 것까지도 아니고, 밴드들이 멋지게 자기 음악을 하면서 늙어갈 수 있는 세상만이라도 온다면, 아마 밴드들 모두 더한 포맷의 프로그램이라도 나갈 거다.”

<톱밴드2>가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작은 디딤돌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를 걸고 5월 5일 첫 방송을 기다려본다.

서정민 대중문화팀 기자 westm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