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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불냈던 ‘라 보엠’으로 50주년 희망 불씨

등록 2012-03-26 20:39수정 2012-03-27 17:53

김의준 국립오페라단 단장
김의준 국립오페라단 단장
김의준 국립오페라단 단장
5년전 공연중 화재탓 시련
재개관 뒤에도 60억 빚더미
간디니 연출·정명훈 지휘로
“프랑스 낭만 가득한 무대”
“‘화재’를 일으킨 작품이 부디 ‘화제’를 낳는 작품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 국립오페라단 사령탑에 오른 김의준(62) 단장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오페라단 창단 50돌을 맞아 올 시즌 첫 작품으로 올리는 푸치니의 명작 <라 보엠>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였다.

그의 말대로 <라 보엠>은 “국립오페라단을 많이 아프게 한 작품”이다. 2007년 말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 작품을 공연하다 일어난 불로 국립오페라단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당시 공연 1막에서 시인 로돌포가 연료 대신 원고지를 태우는 장면을 연기하다 커튼에 불이 옮겨붙어 관객 전원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극장 안 시설도 불타 1년 이상 운영이 중단됐다. 국립오페라단은 이후 최고 흥행 레퍼토리였던 <라 보엠>을 다시 무대에 올리지 못했다.

김 단장은 이번 공연을 시작으로 화재 뒤 복잡하게 꼬인 내부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한다. 그는 “우리를 아프게 했던 <라 보엠>으로 이제 그 아픔을 딛고 일어서겠다”고 했다. 극장은 2008년 3월 재개관했지만, 국립오페라단의 고심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예술의전당 보험사인 삼성화재가 국립오페라단을 상대로 낸 화재 피해 복구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48억원을 지급하라”는 대법원 최종판결이 지난 2월 나왔기 때문이다. 오페라단은 이자까지 합해 60억원 가까운 사실상의 빚을 짊어지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국고지원액도 지난해 54억원에서 올해 43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국고지원금에 티켓 판매 수익과 협찬금 등을 합친 전체 공연사업비도 지난해 76억에서 55억으로 줄어 올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이소영 전 단장의 허위경력 기재 파문 등으로 외부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하지만 빈 상차림으로 50돌을 축하할 수는 없는 일, 국립오페라단은 <라 보엠>, <카르멘>, <박쥐>를 올 시즌작으로 선정하고, 축하 갈라 공연으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공연계 한쪽에선 작품 수가 너무 적다, 과거의 뻔한 레퍼토리로 돌아갔다는 지적도 쏟아낸다. 그럴 때마다 김 단장의 속내는 타들어간다. 그는 “올 시즌까지는 여러모로 한계가 많다”며 “내년 베르디, 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 프로그램, 2014년 시즌 프로그램을 알차게 올리기 위해 분주히 준비중”이라고 했다.

“<라 보엠>은 지난 과오를 털어버리자는 의미로, <카르멘>은 관객이 가장 원하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미로 선정했습니다. <카르멘>은 지난해 말 포털사이트 다음과 국립오페라단 누리집의 설문조사에서 ‘다시 보고 싶은 오페라’ 1위로 뽑혔습니다. 물론 익숙한 작품이라고 뻔한 무대를 보여주지는 않을 겁니다.”

김 단장은 재기작 <라보엠>에 대해 “미니멀한 무대에 프랑스적 낭만이 가득한 연출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4년여 전 화재의 불씨가 되어 트라우마로 남은 ‘문제의 장면’은 원고에 직접 불붙이지 않고 몸짓만 연기한 뒤 벽난로에 불이 들어오게 하는 형태로 바꾼다고 한다. 연출은 오페라 거장 프랑코 체피렐리 사단의 젊은 실력자 마르코 간디니가, 반주는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맡을 예정이다. 주역인 로돌포·미미와 주요 출연진을 김영미·김동원 등 중견 성악가와 홍주영·강요셉 등 유럽에서 활약중인 젊은 성악가 팀으로 나눈 것도 특징이다.

김 단장은 국내 공연문화 대중화를 이끌어온 예술경영 전문가다. 1984년부터 12년간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사업국장 등을 지냈고, 96년부터 15년간 대표로 일한 엘지아트센터를 국내 주요 공연장으로 자리매김시킨 베테랑이다. 하지만 “나는 예술도, 오페라도 잘 모른다”고 고개를 젓는다. “예술적 측면은 전문가에게 일임하고 조직 정비에만 힘쓸 것”이라고 했다.

“갚을 빚이 많고 예산도 깎여, 수년간 사업 규모를 줄이는 것은 불가피할 듯합니다. 대신 공연의 질로 만족시켜야죠. 우선 1년 이상 근속자가 2명밖에 안 될 정도로 불안정한 조직을 안정시키고 사업 계획을 정리하려 합니다. 조직원들이 한국 최고의 오페라 제작자라는 자신감을 되찾는다면 당연히 좋은 작품이 나오겠죠. 그렇게만 되면 임기에 미련 두지 않고 떠날 겁니다.”

국립오페라단의 <라 보엠>은 4월3~6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뒤, 한-중 수교 20돌을 기념해 5월11~13일 중국 베이징 중국국가대극원에서 다시 한번 공연된다.

글 김소민 객원기자 somparis@naver.com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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