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의 음악다방
욕먹을 각오를 하고 이 얘기를 꺼낸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직업이 직업인지라 디지털 음원 서비스를 애용한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휴대용 시디 플레이어를 고집하던 내가 끝내 무너진 건, 한 달에 5000원만 내면 엠피3 플레이어에 무제한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 때문이었다. 내려받은 음악은 돈을 낸 기간에만 재생할 수 있지만, 다음달에 또 5000원을 내면 연장되는 방식이었다. 가급적 많은 신곡을 들어야 하는 나는 기꺼이 점심 한 끼 값을 다달이 결제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요금제까지 나와 더없이 싸고 편리하게 음악을 즐기고 있다.
음원 서비스가 도입된 초기엔 많은 이들이 불법 다운로드 파일로 음악을 들었다. 이들을 합법화한 유료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저가 정책이 불가피했을 터다. 이용자들은 곡당 500~600원 내고 내려받기보다 월 3000원 무제한 스트리밍, 월 5000원 기간제 임대형, 일정액을 내고 50~150곡 내려받는 정액제를 선호했다. 그 결과 현 정액제 상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93%를 차지하는, 세계에서 유례없는 기형적 구조에 이르렀다. 삼일회계법인 분석을 보면, 정액제의 곡당 평균단가는 63.9원에 그친다. 사실상 덤핑 시장으로 전락한 것이다.
2010년 말 인디 음악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음원 수익 배분 문제가 관심사로 떠올랐을 때 취재해보니,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비율이 터무니없이 낮은 것도 문제이지만, 정액제 상품으로 곡당 가격이 폭락한 현실도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파이 자체가 작은데 나누는 방식을 조금 개선한다고 해서 창작자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냐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열린 ‘디지털 음악 산업 발전 세미나’는 음원 시장을 정액제에서 종량제 기반으로 바꿔야 한다는 원론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자리였다. 소비자들이 음원 이용 횟수에 비례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이 자리에서 들은 이승주 케이엠피(KMP)홀딩스 이사의 말은 새삼 놀라웠다. “3월에 빅뱅, 투에이엠(2AM), 미쓰에이 등 대형 가수들이 한꺼번에 신곡을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지금 구조에선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게 아니다. 한정된 시장에서 누가 더 가져가고 덜 가져가느냐 하는 배분만 달라지는 것이다.” 특정 곡이 많이 팔릴수록 다른 가수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제로섬 게임’인 셈이다.
정액제 상품을 없애면 곡당 가격은 올라갈 것이다. 소비자 원성 또한 높아질 것이다. 음원 서비스 업체들이 서로 눈치만 보는 이유다. 하지만 좋은 음악이 많이 나올수록 소비자들은 지갑을 더 열고 창작자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지극히 상식적인 시장이 그렇게 억울하기만 한 일일까? 음악도 영화처럼 보고 듣는 횟수대로 돈을 내자는 게 무리한 주장은 아니지 않은가. 돈을 더 내는 게 선뜻 내키진 않겠지만, 더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창작자에게 재투자하는 거라고 발상의 전환을 해보면 어떨까?
단, 전제조건이 있다. 음원 서비스 업체도 창작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도록 지금의 불합리한 수익 배분 구조를 바꿔야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나 또한 돈을 더 내더라도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
서정민 대중문화팀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오죽하면 출마했겠어요” 유세도중 끝내 눈물
■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왕창 망가졌다’
■ 토론회장 뛰쳐나간 새누리 박선희 “불스원샷 먹고 폭주?”
■ ‘브라운 아이즈’ 윤건 “가카 그만 내려오시죠”
■ 엄마, 나……좋아하는 사람 생겼어요!
■ “오죽하면 출마했겠어요” 유세도중 끝내 눈물
■ 통합진보당 지도부가 ‘왕창 망가졌다’
■ 토론회장 뛰쳐나간 새누리 박선희 “불스원샷 먹고 폭주?”
■ ‘브라운 아이즈’ 윤건 “가카 그만 내려오시죠”
■ 엄마, 나……좋아하는 사람 생겼어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