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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여성음악인들, 위안부 할머니의 노래 들어주세요

등록 2012-04-19 14:59수정 2012-04-19 15:10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음악 작업 동을 뜬 혼성 듀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송은지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음악 작업 동을 뜬 혼성 듀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송은지씨.
2006년, 혼성 듀오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송은지는 서울 홍대 앞 인디신에서 나란히 활동하던 여성 싱어송라이터 소히와 정민아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여성주의 공부 모임을 만들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에 대한 음악 작업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대학 마지막 학기에 여성주의 관련 강의를 들었는데, 그 수업을 참 좋아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밴드 첫 앨범을 내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도 많이 났고요.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런 제안을 했던 것 같아요.”(송은지)

모임 이름을 ‘릴리스의 시선’으로 정했다. 릴리스는 성서에 나오는 이브 이전에 존재했던 최초의 여성이다. 자유의지에 따라 신과 남성의 지배를 거부하고 에덴동산을 떠났다고 전해져온다. 1990년대 후반 캐나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사라 매클라클란이 주도한 여성 음악인 축제 ‘릴리스 페어’도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러나 ‘릴리스의 시선’은 몇차례 세미나 뒤 음악 작업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지난해 송은지는 5년 전 모임을 다시 떠올렸다. 그 사이 인디신도 많이 부각됐고, 특히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부상이 대중적으로 주목받고 있었다. 반면 위안부 할머니들은 계속 세상을 떠나 남은 이들은 60명 남짓으로 점점 더 줄어들었다. “지금이야말로 그때 못이룬 작업을 해야 할 때”라고 여긴 그는 주변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의 터전인 ‘나눔의 집’에서 노래수업 봉사를 한 적이 있는 페미니스트 가수 지현과 사회활동에도 열심인 시와에게 연락했더니 흔쾌히 동참 의사를 밝혀왔다. 서로 모르고 지내던 가수에게 트위터로 연락하거나 공연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강허달림, 남상아(3호선 버터플라이), 무키무키만만수(여성 듀오), 박혜리(바드), 소히, 송은지, 시와, 오지은, 이상은, 정나리, 정민아, 정현서(투명), 지현, 차효선(트램폴린), 한희정, 황보령, 휘루 등 18명이 모였다.

오지은, 휘루, 황보령, 한희정씨 등이 모여 위안부 할머니들의 얘기와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은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주세요’를 낸다.
오지은, 휘루, 황보령, 한희정씨 등이 모여 위안부 할머니들의 얘기와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은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주세요’를 낸다.

이들은 다음달 말 위안부 할머니들의 얘기와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은 컴필레이션 음반 <이야기해주세요>를 낸다. 이전 발표곡인 이상은의 ‘성녀’, 투명의 ‘스테로’ 등과 미발표 신곡을 모아 작업 중이다. 송은지는 “소식을 듣고 다른 여성 음악인들도 속속 참여 의사를 밝혀오고 있다”며 “앨범 한장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연작으로 내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가수도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한다.

앨범 제작비를 대기 위해 세차례 공연도 연다. 21, 28일 홍대 앞 클럽 씨클라우드(02-323-6646)와, 26일 케이티앤지 상상마당(02-330-6263)에서 ‘이야기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무대다. 21일에는 소히·휘루와 이번 프로젝트의 뜻에 공감하는 남자 가수 김목인·백현진 등이, 26일에는 무키무키만만수·시와·트램폴린·한희정·황보령=스맥소프트 등이, 28일에는 박혜리·소규모아카시아밴드·지현·투명 등이 무대에 올라 <이야기해주세요>에 담을 신곡과 각자의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후원 모금 계좌(국민은행 269101-04-099039·예금주 송은지)도 열었다.

송은지는 “어느 정도 반응이 오면 앨범에 참여한 이들 모두 모여 ‘릴리스 페어’처럼 큰 공연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며 “책을 내보자는 분도 있는데, 앞으로 이 모임이 어떻게 될지는 저도 모르겠다”고 했다.

송은지·소히·정민아·황보령은 19일 ‘나눔의 집’을 찾았다. 지난해 11월부터 한달에 한 번꼴로 이곳을 찾았던 송은지가 이번에는 동료들과 함께 할머니들을 만난 것이다.

“할머니들 뵙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는데, 옛 가수 출신으로 음악을 좋아하신다는 한 할머니께서 특히나 반겨주세요. 할머니들을 너무 어렵고 무거운 역사 속 존재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좀 더 가깝게 느끼며 그분들과 우리의 삶의 접점을 찾았으면 좋겠어요.”(송은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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