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연
‘재즈계 대모’ 박성연
재즈 클럽 ‘야누스’ 지키려
자식 같은 엘피 1700장 팔아
새달 후배들 마련한 무대에
재즈 클럽 ‘야누스’ 지키려
자식 같은 엘피 1700장 팔아
새달 후배들 마련한 무대에
“저기만 보면 지금도 속상하고 슬퍼요.”
박성연이 가리킨 곳엔 빈 책장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한 달 전만 해도 그가 1960년대부터 모아온 재즈 엘피(LP) 1700장으로 빼곡하던 곳이다.
한국 재즈계의 대모로 불리는 1세대 재즈 보컬리스트인 그에게 ‘야누스’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다. 그가 1978년 서울 신촌에 직접 차린 한국 최초의 토종 재즈 클럽으로, 수많은 재즈 음악인들이 거쳐간 한국 재즈의 산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야누스는 재정난으로 여러 차례 이사를 해야만 했다. 신촌·대학로·청담동을 거쳐 지금의 서초동 교대역 부근으로 옮겨왔다. 평생 결혼도 하지 않은 그에게 자식과도 같은 엘피를 단돈 1000만원에 판 건, 야누스를 이어가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야누스 없이 엘피를 갖고 있으면 기념품밖에 더 되겠어요? 엘피를 희생해 야누스를 살린 거지요. 그래도 막상 팔리고 나니 어찌나 섭섭하던지…. 속으로 끙끙 앓다가 ‘좋은 가정으로 시집보냈다’고 생각하니 그제야 마음이 좀 풀리더라고요.”
밀린 월세와 빌린 돈을 갚고 나도 가시밭길은 여전하다. 그는 “한 달에 100만원 적자로만 막아도 선방”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야누스를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야누스는 그가 매일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그래요. 이젠 야누스 그만두고 놀면서 쉬엄쉬엄 노래하라고. 그럼 제가 그래요. ‘밥을 쉬엄쉬엄 먹는 거 봤냐. 나는 밥먹는 것처럼 매일 노래해야 하는 사람이다’라고요. 야누스에 안 나오면 저는 병한테 질 것 같아요.” 그는 십년 넘게 신부전증을 앓고 있다. 며칠에 한번씩 신장투석 치료를 받아가면서도 그는 매일 야누스 무대에 선다.
“은퇴라는 걸 꼭 해야 하나요? 노래는 제 천직인데, 은퇴하고 나면 대체 뭘 해야 하나요? 저는요, 죽을 때까지 노래하고 싶어요.”
박성연은 다음달 6일 저녁 6시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특별한 무대에 선다. 말로, 혜원(윈터플레이), 이부영, 써니킴, 여진, 허소영, 그린티 등 후배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10명이 그를 위해 마련한 공연 ‘땡큐, 박성연’이다. 박성연의 솔로 무대는 물론 각 후배들과의 듀엣 무대도 마련된다. 재즈 피아니스트 민경인이 음악감독을 맡고,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도 참여한다.
“훌륭한 후배들에게 밀리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일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말로에게 그랬어요. 나를 다시 긴장시켜줘서 고맙다고요.”
후배들이 출연료 없이 참여하고 공연 수익금을 전액 야누스 발전 기금으로 내놓기로 한 것에 대해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런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는데, 아유~, 전 그런 거 원치 않아요. 후배들이 저에게 ‘땡큐’라고 하는데, 함께 노래하는 즐거움만으로도 제가 오히려 후배들에게 고맙죠. 내 생애 큰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그에게 나이를 물으면 늘상 “49살”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주위에서도 그의 실제 나이를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실제 나이가 중요한가요? 얼마나 젊은 영감으로 노래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젊은 열정을 갖고 있으면 그게 내 나이 아니겠어요? 저는 언제까지고 49살로 노래할 거예요.” (02)3143-5480.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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