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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창작자-소비자 직거래…음원 오픈마켓의 실험

등록 2012-05-08 18:04수정 2012-05-08 18:09

현대카드뮤직·벅스캐스트 등
창작자가 원하는 값 올리고
판매수익의 80% 받아 ‘파격’
값싼 월정액제 만연 ‘걸림돌’
최근 들어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의 덤핑에 가까운 월 정액제와 창작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수익 분배 구조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수·창작자가 원하는 가격을 붙여 직접 음원을 올리면 소비자가 곡 단위로 돈을 내고 내려받는 오픈마켓이 잇따라 문을 열고 있어, 음원 시장의 새 모델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잇단 음원 오픈마켓 출범 현대카드는 9일 온라인 음악 사이트 ‘현대카드 뮤직’ 문을 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인디뮤직의 독립선언’이라는 구호를 내건 ‘음원 프리마켓’이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한국음악실연자협회에 내는 저작권·실연권료 14%와 사이트 운영수수료 6%를 뺀 80%를 가수에게 돌려주는 획기적인 수익 배분율이 눈에 띈다. 멜론 등 기존 음원 사이트에선 음원 사이트 업체가 직접 가격을 정하는데다, 수익 절반 가까이를 음원 사이트가 가져가고 제작사·가수에겐 30~40%만 돌아가는 구조다. 차경모 현대카드 홍보팀 대리는 “불합리한 음원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 소외돼온 인디 음악을 널리 알리고자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음원 사이트 벅스를 운영하고 있는 네오위즈인터넷도 지난달 말 ‘벅스 캐스트’를 출범했다. 역시 음원 오픈마켓으로, 수익의 80% 가까이를 제작사·가수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현재 인디 밴드 슈퍼키드 등 250여팀이 음악을 올렸는데, 곡당 100원부터 1000원까지 다양한 가격을 붙였다. 무료로 올린 가수도 있다고 한다.

포털 네이버가 운영하는 ‘네이버 뮤직’도 비슷한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네이버 뮤직은 지난 3월 ‘뮤직 플러그’라는 이름으로 세계적인 재즈 레이블 이시엠(ECM)의 음반 900여장을 독점 공급하기 시작했다. 기존 월 정액제 서비스에서 제외하고, 무조건 앨범 단위로 돈을 내고 내려받을 수 있게 했다. 김홍기 네이버 뮤직서비스팀 차장은 “앨범당 6천~3만원인데도 벌써 2천~3천장이 팔려나갈 정도로 반응이 좋다”며 “인디 음악인이나 다른 기획사에도 이런 판매 방식의 문호를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시장 안착할까? 여러 업체들이 앞다퉈 음원 오픈마켓을 열고 있지만, 시장 안착 가능성에 의문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금처럼 곡당 평균단가가 63.9원까지 떨어지는 저가형 월 정액제가 유지되는 한, 오픈마켓의 가격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월 5천원에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스마트폰 요금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회사원 이아무개씨는 “기존 음원 사이트에 있는 음악이라면 굳이 돈을 더 내고 오픈마켓을 이용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체 쪽은 소비자 인식 변화와 시장 변화 가능성을 들며 조심스레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수영 네오위즈인터넷 홍보팀장은 “벅스 캐스트에서 300원, 500원 붙여놓은 음원을 소비자가 ‘아티스트를 도와주고 싶다’며 1만원을 내고 사는 경우도 있다”며 “아티스트와 서로 교감하는 윤리적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으로 음악을 사고파는 문화가 당장은 아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며 “플랫폼이 안정화되면 국내 음악을 일본 등 외국에 판매하는 데 활용할 계획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홍기 네이버 차장도 “언젠가는 월 정액제 서비스가 없어질 것으로 보고 지금부터 대비하는 측면도 있다”고 했다.

■ 음악인들의 반응은? 음악인들은 기본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음악인의 가격 결정권과 불합리한 수익 분배 구조 개선에 대해선 진작부터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 음원 사이트 운영 업체로부터 제작 투자를 받는 등 이해관계가 얽힌 대형 기획사들이 오픈마켓에 당장 참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데서 자유로운 인디 음악인이나 군소 제작사들이 추이를 지켜보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인디 음악인이자 제작자이기도 한 김민규 한국독립음악제작자협회 대표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좀더 지켜보고 참여할지를 결정하겠다는 관망파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어 “괜찮다는 판단이 들면 기존 음원 사이트에서 음원을 모두 빼고 오픈마켓에만 공급하는 사례도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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