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천변카바레>
서정민 기자의 음악다방
배호 다룬 뮤지컬 <천변카바레>를 보고…
배호 다룬 뮤지컬 <천변카바레>를 보고…
지난 14일 요절 가수 배호를 소재로 한 뮤지컬 <천변카바레>의 드레스 리허설(정식 공연을 앞두고 의상까지 제대로 갖춰입고 마지막으로 맞춰보는 무대)을 봤다. 2010년 첫선을 보인 이후 꾸준한 사랑을 받아, 15~26일 서울 상일동 강동아트센터에서 다시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70년 전인 1942년 태어난 배호는 29살이던 1971년 신장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낀 장충단공원’,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랑’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인기가 절정에 이른 시기였다.
최정상에서 홀연히 사라졌기에 기리는 마음이 더 유난한가 보다. 지금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팬클럽만 40개가 넘는다. 서울 용산 삼각지 네거리 주변이 국내 최초로 대중가수 이름을 딴 ‘배호길’로 명명됐고, 인천·강릉 등 전국 5곳에 노래비가 세워졌다. 고인의 생일인 지난 4월24일에는 16회 배호가요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음악 색깔은 확연히 다르지만, 최정상에서 사라져 전설이 된 엘비스 프레슬리나 커트 코베인이 겹쳐 떠오르기도 한다.
배호의 인기 요인은 명확하다. 당시는 외국 번안곡들이 쏟아지면서 그때까지 유행하던 트로트는 낡은 음악이라는 인식이 퍼지던 무렵이었다. <천변카바레> 극작가로도 참여한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 얘기를 들어보면, 배호가 트로트의 애절하고 꾸밈 많은 창법을 벗어던지고 특유의 중저음으로 단순하고 담백하게 부른 게 대중에게 세련된 느낌으로 다가갔다는 것이다. 드러머 출신답게 무대에서 드럼 연주를 뽐낸 점이나, 데뷔 당시 어린 얼굴을 감추려고 중절모와 안경을 쓴 것도 패션 아이콘이 되면서 인기를 부추겼다.
병과 싸우면서도 꿋꿋이 노래하는 모습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사회자 등에 업혀 노래하거나 무대에서 피를 토하기도 했다고 한다. 상당수 히트곡이 투병 중 녹음한 것인데, 숨이 차서 짧은 호흡으로 흐느끼듯 부른 게 오히려 처연한 느낌을 더했다는 평도 듣는다. 뮤지컬 속 배호는 무대에서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저는 영원히 노래하며 살겠습니다. 노래하다 이 무대에서 죽겠습니다.” 그가 마지막 무대에서 부른 마지막 노래는 ‘마지막 잎새’였다고 한다.
매스컴이 발달하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은 탓인지, 배호가 숨진 이후 전국에 ‘가짜 배호’가 넘쳐났다고 한다. 뮤지컬을 제작한 우현정 뮤직웰프로덕션 대표는 “1980년대까지도 가짜 배호가 있었다. 방송국에도 가짜 배호의 음반이 뒤섞여 이를 골라내느라 애먹기도 했다”고 전했다. 뮤지컬은 이런 내용까지 다뤘다.
이야기 짜임새가 아주 탄탄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1960~70년대의 대중음악과 밤무대 클럽 문화를 실제로 체험하는 듯한 느낌이 각별했다. 그 시절 음악이 고루하다는 막연한 선입견을 갖고 있던 나는 ‘노란 샤쓰의 사나이’, ‘커피 한잔’, ‘키다리 미스타 김’을 들으며 어깨를 들썩였다. ‘두메산골’, ‘서울 야곡’, ‘낙엽따라 가버린 사랑’을 들을 때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음악감독을 맡은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의 곡 해석과 노래도 빛났다.
<천변카바레>처럼 우리 옛 노래와 가수를 소재로 한 뮤지컬과 영화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 시절을 추억하는 세대뿐 아니라, 아이돌 가요가 ‘케이팝’의 전부인 양 아는 젊은 세대에게도 공감을 일으키고 뿌리를 생각해보게 만드는 그런 작품들 말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뮤직웰프로덕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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