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흥겨운 음악스타일 탈피
아프리카 여행하며 곡 쓰고
자연의 소중함 선율에 실어
아프리카 여행하며 곡 쓰고
자연의 소중함 선율에 실어
지난해 1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어느 선착장. 여행 온 이후 처음으로 와이파이(무선랜) 안테나 표시를 확인한 가수 이한철(사진)은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 앨범 발표’, ‘○○○ 음원 인기몰이’ 같은 기사를 보니 ‘나만 놀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조급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런 마음으로 영국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의 고향이기도 한 잔지바르 섬으로 가는 배에 올랐다.
섬 여행을 마치고 다시 뭍으로 돌아오는 배. 갑판 위 의자에 앉은 이한철의 몸은 피로에 멀미까지 겹쳐 천근만근이었다. 힘을 빼고 축 늘어진 상태로 바깥을 보니 흐르는 물결을 타고 자신도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경쟁한다고 아등바등하지 말고 다들 이렇게 힘 빼고 흘러가는 대로 살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까?’ 그는 그 자리에서 기타를 꺼내들고 노래를 만들었다.
“흘러간다. 바람을 타고,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 두리번 둘러봐도 끝없는 바다 위, 비교할 이, 시기할 이 없는 곳, 바람이 닿는 곳, 그 어딘가에 나의 꿈이, 나의 바람이, 나의 사랑하는 이, 향해 가는 곳.”
이한철 ♪ 흘러간다
한국으로 돌아와 곡을 다듬었다. 예전 같으면 극적인 구성을 위해 여러 장치를 더했겠지만, 크게 두 파트만으로 이뤄진 단순한 구성을 그냥 놔뒀다. 편곡도 화려함보다는 최대한 덜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게 완성된 곡이 이번에 내놓은 미니앨범(EP) <작은 방> 수록곡 ‘흘러간다’다.
6곡이 담긴 <작은 방>은 이한철의 앨범 중 가장 이질적이다. “괜찮아, 잘될 거야~”라고 힘을 북돋는 ‘슈퍼스타’처럼 밝고 흥겨운 곡이 대부분이던 그가 이번엔 잔잔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 “지금껏 보여드린 모습이 ‘서니 사이드 오브 이한철’(이한철의 밝은 면)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다크 사이드’(어두운 면)라고나 할까요.”
2004년과 2008년 선배 가수 이소라의 주문으로 ‘시시콜콜한 이야기’, ‘트랙3’, ‘트랙8’ 같은 우울한 정서의 곡을 만들면서 그는 생각했다. ‘소라 누나가 대체 나의 어떤 면을 보고 이런 곡을 요구한 걸까? 나에게도 밝은 달 뒤의 어두운 이면 같은 게 존재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을 발전시켰다. 일부러 노래하는 목소리의 키를 평소보다 낮췄다. 목소리가 잦아드니 악기 소리도 작아져야만 했다. 드럼은 스틱 대신 브러시로 연주하고, 일렉트릭 기타 대신 어쿠스틱, 그중에서도 소리가 더 작은 나일론(클래식) 기타를 뜯었다. 나이 든 남자(‘올드 보이’)나 못생긴 여자(‘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관한 노랫말을 붙이기도 했다.
마지막 곡 ‘모든 게 아름다워’에서 그는 노래한다. “숨쉬는 나무들, 헤엄치는 물고기들, 나부끼는 저 새들도 모든 게 아름다워. … 우릴 에워싼 모든 것, 저마다 이유가 있어. 빛나는 지구를 나눠 쓰는 하나일 뿐이라네.” 2010년 여름 카리브해 섬나라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여행할 때, 거북이가 알을 낳는 장면과 알에서 깬 새끼를 바다까지 무사히 옮겨주는 사람들의 모습에 감동해 만든 곡이라고 한다.
에너지시민연대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환경운동에도 열심인 그는 이렇게 되물었다. “4대강이니 제주 강정 해군기지니 하는 것들도 다 인간 중심 사고에서 비롯된 건데, 거북이나 꽃도 모두 자신의 입장이 있지 않을까요? 지구는 사람들만의 것이 아니잖아요.”
한겨레TV Dear 청춘 이한철편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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