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 남궁연(왼쪽)과 ‘아티스트 디렉터’ 로버트 스티븐슨(오른쪽)
남궁연과 ‘K-팝 대담’
영국 대중음악계에서 30년 넘게 음악인을 발굴하는 ‘아티스트 디렉터’로 일해온 로버트 스티븐슨(사진 오른쪽)이 지난달 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 참여차 한국을 방문했다. 무명 밴드였던 유투, 치프턴스 등을 대형 음반회사와 계약하도록 소개한 인물이다. 그가 음악인이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임명한 문화예술 명예교사인 남궁연(왼쪽)씨와 한국 대중음악(케이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사회 지금 하는 일을 소개해달라.
스티븐슨 대학생 시절부터 무명 음악인을 알리는 일을 하다 10년 전 ‘블라스트비트’(www.blastbeat.org)를 만들어 대표를 맡고 있다. 젊은이들, 특히 학교에서 낙오된 학생들이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스스로 일어서게끔 하고, 관련 사업으로 얻는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젊은이들이 직접 재능 있는 젊은이를 발굴해 음악인으로 키우는 매니지먼트 회사, 이를 콘텐츠로 활용하는 인터넷 방송사, 여기서 얻는 수익의 25%를 환원하는 자선단체로 구성돼 있다.
남궁연(이하 남궁) 나는 고등학생 때 텔레비전과 신문에 나올 정도로 문제아였다. 그러다 드럼을 치면서 마음을 잡았고, 음악인이 됐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청소년들이 음악을 하고 싶어도 막막하다. 블라스트비트 사례가 와닿는 게, 첫째는 교육의 소비자인 청소년 처지에서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 둘째는 자체 수익을 내며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에선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이 뜨겁다. 인재 발굴이라는 면에선 블라스트비트와 비슷해 보일 수도 있는데?
스티븐슨 오디션 프로그램은 오락으로서 가치 있지만, 문제도 많다. 대부분의 경우 참가자들이 부르는 노래가 직접 만든 독창적인 곡이 아니다. 이런 식으로는 비틀스의 뒤를 이을 인재를 발굴할 수 없다. 참가자보다 스타 심사위원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도 강하다. 서구에선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이 나온 지 10년이나 됐다. 대중이 지겨워할 때다.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블라스트비트는 직접 만든 음악을 강조하고, 젊은이들이 직접 젊은이를 발굴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한국에도 세계적으로 통할 만한 작곡 능력을 지닌 이들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대중음악가 남궁연
“일본 이긴 쾌감에 자만하기도
밴드음악 없고 장르 편중 심해” 사회 한국의 케이팝 시스템을 보자면, 연예기획사들이 오디션을 통해 인재를 발굴하고 가수로 훈련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티븐슨 케이팝 시스템이 잘못된 건 아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선 몇몇 재능 있는 젊은이들을 착취·이용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가수 당사자가 돈을 벌고 인기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걸 넘어서는 철학이 없다는 게 문제다. 요즘 젊은이들은 돈 이상의 것을 원한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블라스트비트는 지속 가능한 사회적 기업 경영 기술을 가르쳐 소수 주주들만 부자로 만드는 게 아니라 탐욕에 사로잡힌 세상을 바꾸는 꿈을 갖게 한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도 블라스트비트를 해보고 싶다. 남궁 요즘 케이팝 열풍을 바라보는 우리 시선이 일본을 이기고 있다는 쾌감에 젖어 너무 교만하고 자만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영국 음악이 미국에서 바람을 일으킨 현상을 일컫는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는 말은 영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스스로 ‘코리안 인베이전’이라는 공격적인 용어를 쓴다. 물론 우리 대중음악이 기회를 잡은 건 사실이다. 오랜 대중음악계 종사자로서 케이팝을 어떻게 보고 있나? 30년간 뮤지션 발굴 스티븐슨
“세상에 메시지 던지면 더 영향력
오디션프로론 제2 비틀스 못찾아” 스티븐슨 사실 케이팝은 세계에서 작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시아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서구에선 ‘쿨’한 음악으로 약간 알려져 있는 정도다. 이걸 과장해서 국수주의적 용어를 쓰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케이팝에 일회용이랄까, 인스턴트 음악의 성격이 있다. 5년 뒤에는 사람들이 다른 걸 찾을 수 있다. 지금의 케이팝 열풍에서 한걸음 물러나 목적과 방향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케이팝이 세상에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남궁 지금 ‘케이팝’이라 불리는 음악에는 밴드 음악이 없다.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음악에 춤을 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나라를 알리는 음악이 이토록 한쪽에만 치중되는 경우도 드물다. 케이팝이 더 나아지려면 어떤 게 필요할까? 스티븐슨 지금처럼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뜨거울 때, 단순히 이익만 취하는 게 아니라 미래에 투자해야 한다. 작사·작곡·프로듀싱은 물론이고, 경영 능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흥미로운 건, 케이팝의 성공이 전세계 젊은이들이 다른 나라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데서 기인한다는 점이다. 유튜브, 페이스북으로 소통하는 젊은이들에겐 국적이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서로에게 열려 있다. 꼭 한국 사람이 한국 가수를 프로듀싱할 필요는 없다. 젊은이들끼리 국경을 넘어 쌍방향으로 교류한다면 세상은 더 나아질 것이다. 남궁 우리 대중음악산업의 실수는 다음 세대에게 음식의 메뉴까지 정해주려 했다는 점이다. 젊은이들 스스로 맛있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식당을 마련해주는 게 더 현명한 일일 텐데 말이다. 사회·정리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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