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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잘나가는 밴드들 몰린 특별한 환갑잔치

등록 2012-06-18 20:04

17일 저녁 서울 홍대앞 롤링홀에서 열린 ‘버드형 60 생일 축하 공연’에 앞서 주인공인 김한택(가운데)씨와 톡식, 예리밴드, 팬텀즈 등 참가 밴드 멤버들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17일 저녁 서울 홍대앞 롤링홀에서 열린 ‘버드형 60 생일 축하 공연’에 앞서 주인공인 김한택(가운데)씨와 톡식, 예리밴드, 팬텀즈 등 참가 밴드 멤버들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홍대 ‘프리버드’ 만든 김한택씨 별난 생일
라이브클럽 1세대, 등용문 제공
‘버드형’ 불리며 8천여 밴드 인연
“잘하든 못하든 열정이 좋았죠”
톡식 등 8개 밴드 헌정 축하공연

서울 ‘홍대앞’에서 그는 김한택이라는 본명보다 ‘버드형’이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홍대앞 인디신이 막 태동하던 1995년 그가 이곳에서 라이브클럽 ‘프리버드’를 연 이래, 인디밴드 1세대 델리스파이스부터 지난해 밴드 오디션 프로그램 <톱밴드> 우승팀 톡식까지 8천여 밴드들이 그와 연을 맺었다.

17일 저녁 홍대앞 롤링홀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열렸다. 버드형의 환갑을 맞아 밴드들이 생일 축하 공연을 펼친 것이다. 톡식, 예리밴드, 아이씨사이다, 로맨틱펀치, 김태현(딕펑스), 팬텀즈, 방울악단, 피콕 등이 무보수로 참여했다.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보는 버드형의 얼굴에 흐믓한 미소가 번졌다.

그가 음악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7살 때인 1969년. 고향인 전남 해남에서 상경한 그는 사촌 매형이 운영하는 에덴레코드사에서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일했다. 국내에 갓 소개되기 시작한 팝 음악을 복제판 엘피(LP)로 제작하는 일을 주로 했다. 이른바 ‘빽판’인데, 당시엔 팝 음악이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들어오기 전이라 복제판에 인지까지 붙여 정식으로 유통하던 시절이었다. 그는 레코드사 편집장까지 지내며 여러 옴니버스 음반을 기획·제작했다.

미아리에서 작은 음반가게도 같이 운영하던 그는 73년 ‘빽판’ 제작까지 아예 그만두고 광화문에 광화문음악사라는 이름의 대형 음반점을 새로 냈다. 미국 빌보드 차트를 살피며 사람들이 찾을 만한 음반을 발빠르게 수급한 덕에 단골 손님이 계속 늘었다. 정원영·한상원·김광민·홍서범 등 음악인들과 아트록 애호가 성시완, 음악전문지 <핫뮤직> 편집장을 지낸 조성진 등도 단골이었다.

음반점이 꽤 잘됐지만, 정작 그의 꿈은 따로 있었다. 밴드들이 라이브 공연을 하는 공간을 차리고, 이를 기반 삼아 앨범 제작까지 하고 싶었다. 80년 정동에 ‘카사비앙카’라는 작은 클럽을 마련했지만, 무대에 세울 만한 밴드가 없었다. 당시 무명가수였던 전인권이 살다시피 하며 간간이 통기타 치며 노래하는 정도였다. 월세도 밀리고 해서 1년 만에 쫓겨났다. 설상가상으로 출판사 일을 하던 사촌 매형의 사업 실패로 광화문음악사까지 내놓아야 했다.

“광화문음악사를 인수한 이가 동아기획 김영 사장이었어요. 동아기획은 전인권을 데리고 들국화 음반까지 제작했죠. 내가 그리던 그림이 다 그쪽으로 넘어간 꼴이니 참 속상했어요.”

빈손이 된 그는 오랜 방황 끝에 지인의 도움으로 다시 작은 음반가게를 시작했다. 90년대 초반 드라마 <아들과 딸> 등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다. 95년 홍대앞으로 온 그는 오랜 꿈이던 라이브클럽을 열었다. 홍서범의 옥슨80, 블랙테트라, 라이너스 등 7080 밴드들과 인디밴드들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이 됐다. 프리버드는 오디션으로 밴드를 까다롭게 고르던 다른 클럽과 달리 문턱이 높지 않은 곳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웬만한 밴드들의 첫 무대가 바로 프리버드였다.

2007년 프리버드를 다른 사람에게 넘긴 그는 지금 신촌에서 ‘에프비 솔 하우스’라는 작은 클럽을 운영하며 신인 밴드, 청소년 밴드에 무대에 설 기회를 주고 있다. “저에게는 들국화나 이제 막 시작하는 밴드나 똑같아요. 잘하든 못하든 그 순수한 열정이 좋아요.”

이날 축하 공연을 한 로맨틱펀치의 보컬리스트 인혁은 “우리도 2003년 프리버드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다”며 “버드형은 밥도 사주고 밴드로서 가야 할 길을 조언해준 ‘아버지’ 같은 분”이라고 말했다. 톡식의 김정우는 “톡식도 버드형의 클럽에서 첫 무대를 신고했다”며 “이런 자리에 서게 돼서 정말 뜻깊다”고 했다.

평생 술·담배를 멀리하고 결혼도 하지 않은 버드형은 “내 삶에서 오늘이 최고의 순간이다. 음악과 결혼한 셈 치고 남은 삶도 하고 싶은 걸 계속하며 살겠다”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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