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닉과 힙합 음악계에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해온 디구루(왼쪽)와 디제이 솔스케이프가 지난 5일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만나 카메라 앞에서 자세를 취했다. 둘은 ‘비트 메이커’라는 기획공연을 한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두 DJ에게 듣는 ‘비트 열풍’
10·11일 공연 DJ솔스케이프
“5공때 발라드 일색이 돼버려
함께 노는 문화로 리듬 부활” 13·14일 공연 이어받는 디구루
“멜로디보다 리듬이 쌍방향
최근 대형기획사 관심 커져” 최근 걸그룹 에프엑스의 ‘일렉트릭 쇼크’, 원더걸스의 ‘라이크 디스’ 등 멜로디보다 비트를 강조한 노래가 여러 음악 차트를 휩쓸면서 비트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힙합 작곡가 디제이(DJ) 솔스케이프와 3인조 일렉트로닉 밴드 ‘이디오테잎’의 멤버 디구루가 ‘비트 메이커’라는 제목의 기획공연을 10~11일(솔스케이프), 13~14일(디구루) 서울 역삼동 엘아이지(LIG)아트홀에서 연다. 두 사람을 만나 ‘비트의 미학’에 대해 들어봤다. -비트란 무엇인가? “음악을 이루는 요소를 따져보자면, 소리의 길이를 보여주는 시간축과 높낮이를 보여주는 주파수축을 엑스축과 와이축으로 놓을 수 있다. 비트란 시간축 위에서 일정하게 반복되는 소리의 패턴이다. 꼭 드럼 소리가 아니어도 어떤 소리라도 비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컨대 통기타를 치는 스트로크 주법도 비트가 되고, 심지어 비트의 반대 개념으로 알려진 멜로디조차도 비트를 이루는 요소가 된다. 같은 멜로디 패턴이 반복되면 그 자체로 비트가 되기 때문이다.”(솔스케이프) “비트는 음악의 맥박과도 같다. 맥이 멈추면 사람이 죽는 것처럼, 비트가 없으면 음악도 없다.”(디구루) -국내 가요계에선 유독 비트보다 멜로디가 강조되는 분위기가 짙다. “그런 분위기는 1980년대 들어 가요계가 발라드 일색으로 재편되면서 굳어진 것 같다. 5공 시대에 생음악장이 대거 사라졌다. 이전에는 악단 경음악이나 포크 음악만 해도 다양한 리듬 패턴이 있었다. 옛날 음반에선 개별곡마다 고고·폴카·슬로록·스윙·차차차 하는 식으로 리듬을 표기한 경우가 많다. 사물놀이 같은 우리 전통음악을 봐도 리듬이 강조되지 않았나. 이런 리듬에서 액센트를 더욱 강조한 게 비트다.”(솔스케이프) “리듬이 강조될수록 일방이 아닌 쌍방이 소통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춤곡·카니발·난장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런 음악을 상업적으로 팔기는 어렵다. 멜로디와 노랫말 같은 서사가 강조된 노래가 팔기 쉽다. 산업적인 면에서 멜로디를 강조하는 노래를 키워온 것이다.”(디구루) -요즘 다시 비트가 강조되는 음악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사람들 취향이 갑자기 바뀐 건 아니다. 어떤 식이든지 완성도가 높으면 사람들은 좋아한다. 어떨 땐 단 음식이, 어떨 땐 매운 음식이 끌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형 기획사들이 뭔가 새로운 걸 찾다가 최근 세계적으로 잘 팔리는 형식을 가져다 쓴 것일 뿐이다.”(디구루) “그렇긴 해도 비트가 강조된 음악에 관심 갖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긴 하다. 지금 젊은 세대는 음악을 일방적으로 듣기만 하는 것보다 비트 위주 음악을 즐기며 함께 노는 걸 선호하는 것 같다. 클럽 문화에 익숙한 탓도 있다.”(솔스케이프) -디제이가 비트 위주 음악의 전도사 같은 존재가 된 듯하다. “디제이는 본디 레코드 판을 트는 ‘디스크 자키’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그런데 1970년대 초중반 서양의 디제이들이 아르앤비(R&B)·솔·펑키·디스코 같은 음악에서 춤추기 좋게 비트만 있는 부분을 따로 떼어 계속 틀어댄 게 시초가 돼, 힙합과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발전했다. 다른 사람의 음악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자기만의 문법으로 창조하는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이런 과정의 미학을 보여드리겠다.”(솔스케이프) “디제이가 만든 비트에 랩을 더한 게 힙합이고, 멜로디가 있는 루프(반복악절)가 만들어내는 비트를 좀더 심화한 게 일렉트로닉 음악이다. 둘은 서로 영향을 끼치며 발전해왔다. 이제는 멜로디보다 루프 위주의 음악작법이 주류음악계에서도 일반화된 것 같다. 이런 작법의 기본과 변주를 이번 무대에서 선보이겠다.”(디구루) (02)6900-3900.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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