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한반도 통일 부르는 ‘우정의 화음’ 기대합니다”

지난 5월 초 일본 사이타마현에 있는 사이타마우타고에합창단의 연습실을 방문한 한겨레평화의나무합창단 김준범 지휘자에게 재일동포 학생모임을 대표해 정강헌씨가 ‘한-일 시민대합창 두번째 공연’ 1차 후원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준범 지휘자, 김시창 평화의나무합창단 단원대표, 정강헌씨, 카나이 마코토 사이타마합창단 지휘자, 기타즈메 다카오 사이타마합창단 단장. 사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제공

한·일 시민대합창 일본 공연 후원하는 재일동포들
평화의나무-사이타마 28일 협연
해방뒤 결성 ‘한학동’ 회원들 성금
‘민청학련’ 민주유공자도 익명 쾌척

“한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시민합창단이 바다를 건너 오가며 한반도의 평화와 우정을 노래하는 무대를 환영하는 마음을 모았습니다.”

　대학시절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성원했던 재일동포 청년단체 회원들이 28일 오후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서 열리는 한겨레평화의나무합창단(단장 정은숙)과 사이타마우타고에합창단(단장 기타즈메 다카오)의 합동공연을 후원하는 성금 800여만원을 보내왔다.

　‘평화의 날개, 환희의 날개’를 주제로 한 이번 공연은 2010년 8월15일 서울에서 열렸던 ‘강제병합 100년 한·일 시민대합창’에 이은 두번째 교류 행사다. 평화의나무합창단 60여명과 사이타마합창단 50여명이 주무대를 꾸미고, 현지 재일동포 어린이와 학부모 합창단도 초청해 함께한다. 특히 마지막 무대에서는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뜻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세 합창단과 공개모집한 사이타마 시민들까지 포함해 300여명이 함께 연주할 예정이다. 공연장인 사이타마홀의 1350 좌석은 이미 매진된 상태다.

　이번 공연에는 최근 ‘민청학련 사건’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한 익명의 민주화운동 유공자도 보상금의 10%를 쾌척했고 엘지(LG)디스플레이와 우리옷 질경이, 그리고 ‘강제병합 100년 한·일 시민대회’ 한국 대표였던 사학자 이이화씨, 재일동포 사업가 박정순씨 등 <한겨레> 애독자 10여명도 후원했다.

　지난 5월부터 모두 세차례에 걸쳐 후원 성금을 대표로 전해온 정강헌(58)씨는 “뜻깊은 행사 소식을 전해듣고 와세다대학 시절 활동했던 재일한국학생동맹(한학동)과 와세다대 한국인조선인학생 동창회의 선후배들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성의를 모아 주었다”고 말했다. 재일 언론인이자 통일운동가인 정경모 선생의 맏아들인 그는 평화의나무합창단의 명예단원이기도 하다. 정 선생의 둘째 아들인 아영씨도 성금을 보탰고, 교토대 출신의 원로 회원인 조창순(73)씨도 목돈을 선뜻 건네주었다.

　한학동은 해방 직후인 1945년 9월 재도쿄 한국·조선인 학생들이 와세다대 강당에서 결성한 재일본조선유학생동맹에 뿌리를 두고, 51년 갈라져나온 우익계 학생조직으로 현재까지 일본으로 귀화하지 않은 한국계 학생들이 주로 참여해왔다. 60년 ‘4·19 혁명’ 지지 선언에 이어 ‘5·16 쿠데타’와 ‘한·일협정’ 반대 성명을 발표한 이래 70~80년대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직간접으로 참여하며 수난을 당한 회원들도 적지 않았다. 61년 박정희 세력에 의해 간첩 누명을 쓴 채 사형당한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도 한학동의 회원이었으며, 민주화 이후 재심에서 대부분 조작으로 밝혀진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억울한 옥살이의 고초를 겪은 이들도 있었다. 이번에 성금을 보내온 윤정순(와세다대 69학번)씨는 조용수씨가 대학시절 묵었던 하숙집의 아들로 어린 시절 2층 방에서 함께 놀았던 기억을 전해오기도 했다.

　올해 창단 51년째인 사이타마합창단은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전국적으로 퍼진 우타고에 노래운동 단체의 하나로 지난 90년대부터 자체적으로 한국의 진보 시민단체와 문화교류를 해왔다. 우타고에전국협의회가 해마다 한 도시를 정해 개최하는 우타고에제전에서 여러차례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연주 실력과 전통을 지닌 합창단이다.

　한·일 두 합창단은 29일 오전 벳쇼누마공원의 위령탑에서 열리는 ‘제27회 사이타마 원폭사몰자 위령식’에서도 함께 추모 공연을 한다.(후원계좌 555-910009-49705 하나은행)

김경애 기자 [e-mail] 사진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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