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최백호가 지난 6일 <한겨레> 사옥에서 자신의 음악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활짝 웃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2년 만에 정규음반 내는 최백호
새 음악 시도에 큰 매력 느껴
했던 녹음 뒤엎고 재녹음 반복
내달 애창곡 편곡 재즈공연도
알리·이적과도 공동작업 희망
SF영화 감독 해보고도 싶어
새 음악 시도에 큰 매력 느껴
했던 녹음 뒤엎고 재녹음 반복
내달 애창곡 편곡 재즈공연도
알리·이적과도 공동작업 희망
SF영화 감독 해보고도 싶어
2년 전 공연 때였다. 그가 부르는 ‘영일만 친구’, ‘낭만에 대하여’에 관객들이 뜨겁게 손뼉 치며 환호했다. 하지만 정작 무대 위의 최백호 자신은 헛헛한 마음이 들었다.
‘늘 해오던 걸 답습하니 재미가 없구나. 뭔가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
1977년 데뷔 이래 늘 자작곡으로 활동해온 그는 ‘다른 사람이 만든 곡으로 앨범을 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지난해 라틴·집시 기타리스트 박주원이 2집에 실을 곡 ‘방랑자’의 노래를 부탁해온 것이다.
“흔쾌히 수락은 했는데, 막상 녹음 들어가니 어찌나 힘들던지요. 박주원이 화려하게 기타를 치면서 나보고 노래하라고 하는데, 노래도 잘 안되고 스스로 약도 올라 계속 하고 또 했어요. 결국 4시간30분이나 녹음했어요. 새로운 경험이었죠. 공부도 많이 됐고요.”
올해 들어 그는 본격적으로 라틴·재즈 음반 작업에 들어갔다. 몇몇 작곡가의 곡을 받았다. 35년간 트로트풍 가요를 불러온 최백호의 ‘변신’이다. 지난 6일 <한겨레>와 만난 그는 예전부터 “라틴 음악이야말로 대중음악의 최고봉”이라며 동경해왔다고 했다.
“‘낭만에 대하여’에서 어설프게 탱고 흉내를 내보긴 했지만 제대로 한 건 아니었죠. 재즈도 매력을 느꼈지만 자신이 없어 의식적으로 피해왔어요. 이번에는 마음 굳게 먹고 도전해봤습니다.”
“내가 해내지 못하는 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앞섰지만, 이를 감수하고 도전한다는 데서 더 큰 매력을 느꼈다”고 그는 말했다. “녹음한 게 도통 마음에 안 들어 뒤집어엎고 다시 하기를 반복하느라 녹음 작업에만 6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음반은 후반 작업을 거쳐 가을께 발매된단다. 정규음반 발표는 12년 만이다.
무대에서도 새 도전에 나선다. 다음달 9일 저녁 7시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여는 2년 만의 단독공연을 재즈 분위기로 꾸민다. 한충완 재즈 콰르텟(4중주단)이 편곡과 연주를 도맡고, 기타리스트 샘 리도 출연한다. 최백호 자신의 히트곡은 물론이고 ‘봄날은 간다’, ‘이별의 종착역’ 등 즐겨 부르는 애창곡과 팝 음악을 재즈로 편곡해 들려줄 예정이다.
“10일부터 본격 연습에 들어가는데, 기대되고 흥분돼요. 보통 나이 들수록 소극적으로 돼 가는데, ‘내가 이 나이에 뭘…’ 하는 생각은 좀 아닌 것 같아요. 경험을 살리고 발전시켜야 해요.”
그가 소장을 맡고 있는 ㈔한국음악발전소 차원에서 추진하는 원로가수 신곡 발표 프로젝트도 같은 맥락이다. ‘노란 셔츠의 사나이’의 한명숙, ‘홍콩 아가씨’의 금사향 등 원로가수 7명에게 최백호, 이주호, 이정선, 인디밴드 아키버드 등 후배 가수들이 신곡을 만들어주고 기존 히트곡도 새롭게 편곡해 발표하도록 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함춘호·우순실·이정선 등이 참여하고 있는 한국음악발전소는 생활이 어려운 원로가수나 인디밴드 공연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올해로 예순둘이 된 최백호는 또 어떤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을까?
“주변에서 걱정할 정도로 새로운 일 벌이는 걸 좋아해요. 알리·이적 같은 젊은 가수와 공동작업도 해보고 싶고요, 좀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영화감독이 돼서 에스에프(SF) 영화를 찍어보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에스에프 만화를 좋아했고, 지금도 즐겨 보거든요. 구상해둔 시나리오도 있는데, 영국에서 영화 일을 하는 딸아이가 보더니 ‘괜찮은데’ 하더라고요. 허허허, 사실 제 모든 상상력의 원천은 만화랍니다.” (02)3143-5156.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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