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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박완서 글의 품격 연기에 담느라 잠못자”

등록 2012-08-21 20:14

배우 손숙(68)씨
배우 손숙(68)씨
1인극 ‘나의 가장…’ 무대 서는 손숙
동명 원작소설 그대로 살려
선생 살아계시다면 찾아가
실컷 통곡 한번 하고픈 마음
어머니들에 작은 위로 되길
“너무나 절절한 엄마의 마음을 담은 작품입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엄마가 ‘다만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 모자의 모습이 그렇게 부럽더라. 질투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고 통곡합니다. 이 마지막 대사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그게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의 참뜻이 아닌가 생각해요.”

지난해 작고한 작가 박완서(1931~2011)의 동명 소설을 1인극(모노드라마)으로 옮긴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연출 유승희)이 22일 서울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무대에 오른다. 소설은 고인이 “생전에 가장 큰 슬픔이었다”고 고백한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쓴 작품인데, “소설 자체가 모노드라마 형식이어서 원작을 그대로 살려” 무대에 올린다. 박완서의 인생을 뒤흔들었던 ‘참척의 슬픔’을 연기하는 배우 손숙(68)씨는 “너무나 큰 상처로 남아 1년 정도 붓을 꺾고 가톨릭에 귀의했다는 박완서 선생의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 서울 대학로의 연습실에서 만난 그는 “박완서 선생이 살아 계시다면 한번 찾아뵙고 손 붙잡고 실컷 통곡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작품은 1980년대 군사독재 정권기에 전경의 쇠파이프에 아들을 잃은 주인공이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지만 어느 날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간호하는 동창의 모습을 보면서 터져나오는 슬픔을 동서간의 전화통화 형식으로 풀어낸다.

손씨는 “이 작품처럼 1980년대 길거리에 나갔다가 쇠파이프에, 최루탄에 맞아 죽던 시대에 자식을 잃은 어머니는 어떤 마음일까 새삼 돌아보게 되더라”고 했다.

박완서는 1988년 5월 남편을 잃고 석 달 뒤에는 25살 외아들(당시 서울대 의대 인턴)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몇년이 흐른 뒤인 1993년 작가가 오랫동안 가슴속에 응어리진 슬픔을 1980년대 암울했던 시대상황을 담아 고백한 작품이 바로 소설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이다. 제목은 작가가 김현승 시인의 시 <눈물>에서 따온 말로 ‘내가 마지막까지 지니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계간 <상상> 창간호에 발표되어 이듬해 동인문학상을 받았으며, 그해 강부자 주연, 강영걸 연출로 공연되었다. 이번에 그동안 다양한 연극에서 ‘여성성’과 ‘어머니’를 표현했던 배우 손숙씨가 1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것이다.

“오래전 박완서 선생님이 서울 잠실에 사실 때 찾아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그 후로도 여러번 뵈었는데 자존심이 세고 꼿꼿한 분이었어요. 소설가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존경해서 그분 작품은 거의 다 읽었습니다. 깔끔하고 깍쟁이 같고 이성적인 것 같지만 정이 많은 것이 제 성격과도 닮은 것 같기도 해요.”

이번 공연을 앞두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추천글에서 “손숙과 박완서의 만남은 바늘에 실이다. 소설의 주제를 육화시켜줄 배우는 손숙 이외로 생각하기 힘들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손씨는 “워낙 대사 하나하나가 품격이 있어서 그것을 외우는 것이 힘들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셜리 발렌타인>을 하고 힘들어서 다시는 모노드라마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작품이 너무 좋아서 성급하게 덥석 물은 것 같다”고도 했다.

“그동안 모노드라마를 3편 했는데 이번이 가장 외롭고 힘들었어요. 그 넓은 연습실에서 덩그러니 앉아서 두 달째 연습하면서도 벽 같은 것을 느꼈어요. 잠을 못 잔 것도 처음입니다. 가능하면 노골적인 감정 표현을 줄이고 박완서 문장의 향기와 품격을 살려보려고 했어요. 아들을 잃고 그 독한 세상을 살아오신 모든 어머니들에게 이 연극이 작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9월23일까지. (02)3272-2334.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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