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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제주도 푸른 바다에 취하고 인디음악에 빠지고…

등록 2012-08-26 15:21수정 2012-08-27 16:24

24일 오후 제주 애월읍 해안가에서 인디밴드 얄개들이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제주바람 제공
24일 오후 제주 애월읍 해안가에서 인디밴드 얄개들이 거리공연을 하고 있다. 제주바람 제공
제주 풍경 느끼는 생태관광에
‘이매진 어워드’ 첫 행사도 진행
‘올해의 앨범’에 정차식씨 수상
장기하와 얼굴들 등 공연에
음악인과 함께하는 뒤풀이도
2박3일 음악여행 ‘겟 인 제주’

비행기에서 내리니 흩뿌리는 비가 반겨주었다. 지난 24일 낮 제주공항에서 ‘그레이트 이스케이프 투어(GET) 인 제주’(이하 겟 인 제주) 참가자 40여명이 젖은 땅에 발을 디뎠다. 음악공연과 생태관광을 결합한 이 여행 프로그램은 지난 5월부터 매달 한차례씩 2박3일 동안 진행해왔고, 이번이 네번째다.

일행을 태운 버스가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에 도착하니 비가 멎어 있었다. 해발 175m 높이의 고내오름 길은 그다지 가파르지 않았다. 그래도 정상은 정상이었다. 북쪽으로는 탁 트인 바다가, 남쪽으로는 흰 구름에 둘러싸인 한라산이 보였다. 산과 바다 사이를 오가는 바람이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말려주었다.

내려오니 바닷가 마을이었다. 작은 포구를 지나 해안절벽에 다다랐다. 바다를 품은 기암괴석 위 나무평상에서 인디밴드 ‘얄개들’이 일행을 맞았다. 그들은 기타와 작은 북을 연주하며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존 레논의 ‘이매진’이 파도와 바람 소리와 어우러져 퍼져나갔다. 몇몇은 눈을 감고 감상했고, 몇몇은 노래를 나즈막이 따라불렀다.

이날 저녁 서귀포시 중문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특별한 시상식이 열렸다. 박은석 등 음악평론가 20여명이 지난 한해 동안 나온 앨범 중 음악적 성과만을 따져 최고의 작품 10장을 선정해 상을 주는 1회 ‘이매진 어워드’다. 평론가·기자·피디·학자 등 음악 전문가들이 선정하는 한국대중음악상이 있지만, 평론가들만 선정하는 음악상으로는 국내 최초다. 이번 ‘겟 인 제주’는 이매진 어워드 특별편으로 진행됐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와 얼굴들>, 허클베리핀의 <까만 타이거>, 옐로우 몬스터즈의 <라이어트!>, 이승열의 <와이 위 페일>,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우정모텔>, 얄개들의 <그래, 아무것도 하지 말자>, 이디오테잎의 <11111101>, 로다운30의 <1>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정차식은 1집 <황망한 사내>와 2집 <격동하는 현재사>로 트로피를 두개나 가져갔다. 그는 “제주도에 처음 왔는데, 음악 열심히 해서 제주도에 또 한번 (상 받으러) 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날인 25일 같은 장소에서 수상자 릴레이 공연이 펼쳐졌다. 오후 2시부터 밤 9시까지 아홉 팀의 무대가 이어졌다. 투어 참가자들은 물론 제주도민과 관광객들도 마치 록 페스티벌에라도 온 듯 펄쩍펄쩍 뛰며 모처럼의 음악축제를 만끽했다. 공연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동안 이매진 어워드 선정위원 평론가들은 수상작 10장 중에서도 으뜸인 ‘올해의 앨범’을 가리는 투표를 전자우편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진행했다.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박은석 선정위원회 사무국장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옐로우 몬스터즈의 폭발적인 마지막 공연이 끝난 뒤 김현준 선정위원장이 무대에 올랐다. “올해의 앨범 수상자는, 정차식!” 정차식의 2집 <격동하는 현재사>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정차식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제가 이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음악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앨범’에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장기하와 얼굴들>이 선정됐다. 장기하는 “음악을 즐기는 팬들이 직접 준 상이라 더욱 뜻깊은 것 같다”고 했다.

서귀포의 한 호텔로 이동했다. 음악인들과 투어 참가자들이 한데 어울리는 뒤풀이 자리가 열렸다. 제주 토속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들고 서로를 축하했다. 투어 참가자들은 좋아하는 음악인들과 술잔을 부딪히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직장인 이혜지(24)씨는 “인디 음악을 좋아하지만, 밴드 공연을 직접 본 건 오늘이 처음”이라며 “장기하와 얼굴들만 알고 있었는데, 다른 좋은 밴드들도 새로 알게 돼 가슴이 뛴다. 이번 투어에서 사귄 친구들과 홍대앞 클럽 공연에 자주 가야겠다”고 말했다. 로다운30의 윤병주는 “이매진 어워드 초대 수상자로 선정된 게 자랑스럽다. 이 상이 없어지지 말고 오랫동안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숙소로 돌아간 뒤에도 밤새 뒤풀이를 이어갔다. 태풍 볼라벤이 다가오고 있다지만, 더없이 유쾌하고 평온한 제주도의 푸른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서귀포/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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