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아라 새 미니앨범 '미라지'
서정민의 음악다방
9일 저녁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했다. 스마트폰을 켰다. 멕시코 출장의 여독을 뒤로하고 습관처럼 뉴스를 검색했다. ‘티아라 텐미닛 동영상?’ 티아라가 지난 8일 제주도에서 열린 ‘케이팝 에코 콘서트’에서 노래하는 동안 관객들이 일부러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러 가수가 나오는 합동공연에서 특정 가수가 한두 곡을 하는 10분 동안 관객들이 싸늘한 반응으로 항의의 뜻을 나타내는 행위를 ‘텐미닛’이라고 한단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가수로선 굴욕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티아라 사태’를 보면 이런 일을 자초한 면이 크다. 티아라에 뒤늦게 들어간 화영과 나머지 멤버들 사이의 갈등이 트위터와 인터넷을 통해 일파만파 퍼지자 소속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의 김광수 대표는 “중대발표”를 예고하며 이목을 끌었다. 그러더니 화영의 퇴출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실제로 화영에 대한 ‘왕따’ 행위가 있었는지, 아니면 소속사 주장대로 화영이 모나게 행동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몸통(티아라)을 살리겠다며 꼬리(화영)를 쳐내는 행위가 박수받을 일은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안다.
국내 아이돌 그룹은 기획상품 성격이 강하다. 연예기획사가 인위적으로 멤버를 꾸리고 작곡가와 안무가를 붙여 데뷔시킨다. 소속사에 의한 멤버 교체도 다반사다. 소속사가 칼자루를 쥔 만큼 멤버들은 장기판 말 같은 존재로 전락하기 일쑤다. 화영 퇴출 결정을 내릴 때만 해도 소속사는 ‘묘수’로 여겼을 법하다. 하지만 여론은 ‘악수’임을 증명했다. 비난의 화살이 향한 곳은 화영이 아니라 티아라와 소속사였다. 당황한 소속사는 즉각 활동중단을 선언했지만, 여론을 돌리기엔 턱도 없었다.
소속사는 불과 한달여 만에 복귀를 선언했다. “9월 중순 이후 외국 공연과 음반 발매가 계획돼 있어 컴백을 더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여론이 곱지 않은데도 티아라는 컴백을 강행했고, 급기야 ‘텐미닛 사태’ 같은 일이 터졌다. 하지만 티아라는 국내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는 18일 홍콩에서 쇼케이스를 벌이고 25일 화보집을 전세계에 발매하는 등 외국 활동에 눈을 돌리고 있다. 내게는 한번 올라탄 한류 바람을 놓칠세라 조급해진 마음이 또다른 악수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돌 가수로서 여러 풍파를 겪어온 제이와이제이(JYJ)의 김준수는 멕시코 공연을 앞두고 지난 5일(현지시각)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심적으로 여유가 생겼다. 모든 결정을 소속사와 우리 멤버들이 합의 아래 한다. 힘들어도 즐겁게 하는 이유다.” 멤버들을 장기판 말쯤으로 여기는 일부 기획사가 귀 기울여 봄 직하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아이돌 가수를 탈피하고 싶지 않다. 다만 아이돌 가수는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을 바꾸고 싶다. 그래서 직접 곡도 쓰게 됐다. 음악은 항상 제이와이제이의 원천이다.” 음악 자체보다 외화벌이에 더 골몰하는 이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케이팝이 외국에서 사랑받는 현상은 기꺼이 반길 일이다. 하지만 화려한 춤과 노래로 드러나는 겉모습 안에 ‘사람’이 빠져 있다면, 또 ‘음악’이 빠져 있다면 케이팝 열풍은 티아라가 이번에 발표한 새 앨범 제목처럼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음악도 결국 사람의 마음을 전하는 예술이다. 그저 매끈한 공산품 만들어내듯 해서는 깊고 오랜 감동을 줄 수 없다. 케이팝 열풍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여기에 달렸다.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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