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씨가 지난해 4월5일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에서 1982년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의 주역으로 당시 위암으로 투병중이던 김은숙씨의 쾌유를 비는 음악회에서 노래하고 있다.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r
암 재발 아내 살려달라 호소에
보름만에 1억5천만원 모이기도
15일 한양대서 후원음악회 열려
*윤민석: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47)씨는 ‘스타 민중가요 작곡가’로 통한다. 한양대 84학번으로 대학생 시절부터 ‘전대협 진군가’, ‘결전가’ 같은 행진곡풍 노래와 ‘지금은 우리가 만나서’ 같은 서정적인 노래, 1990년대 초중반 널리 불렸던 ‘서울에서 평양까지’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학생운동과 통일운동에 몰두한 윤씨는 92년 ‘애국동맹’ 사건으로 구속돼 3년을 복역하기도 했다. 출소 뒤 민중가요 레이블 ‘프로메테우스’를 만들고 전업 작곡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송앤라이프’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어 민중가요 엠피3 파일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하며 민중가요 보급에 팔을 걷어붙였다.
2000년대 들어서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이어갔다. 2002년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풍자한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를 발표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 때 발표한 ‘너흰 아니야’는 7만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노랫말의 ‘헌법 제1조’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국면에서 주제가처럼 불렸다.
그 윤민석의 이름을 내건 음악회가 열린다. 시민단체 활동가 중심으로 꾸린 ‘윤민석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15일 오후 6시30분 서울 성동구 한양대 노천극장에서 여는 ‘윤민석 음악회’(www.facebook.com/groups/457045104335374)다. 음악회의 단초는 윤씨가 지난달 14일 트위터(@Nsomeday)에 올린 글에서 비롯됐다.
“누가 1억만 빌려주세요. … 욕해도 좋고 비웃어도 좋아요. 아내 좀 살려보게요. 뭐든 다해보게요.” 윤씨의 아내는 노래패 ‘조국과 청춘’ 출신의 양윤경씨다. 윤씨는 아내가 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98년 결혼했다. 윤씨는 자신이 만든 노래의 저작권료를 한푼도 받지 않고, 대신 후원금 등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 초 아내에게 암이 재발하면서 병원비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만 갔다. 고민 끝에 그는 트위터로 도움을 청했다. 시민들은 “윤민석의 노래에 진 빚을 돌려주자”며 성금을 모았다. 보름 만에 1억5000만원이 모였다. 윤씨는 그 중 1억원을 치료비로 받고, 나머지 5000만원은 제주 강정마을, 용산참사 유가족, 쌍용차 해고자 관련 단체에 전달했다.
15일 윤민석 음악회에는 모든 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가수 김현성·한동준·손병휘·이정열씨, 노래패 우리나라,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등이 출연하고, 배우 권해효씨가 사회를 본다. 무료 공연인 대신 현장에서 후원금을 모아 윤씨에게 전할 예정이다.
병상의 아내 곁을 지키느라 공연에 참석하지 못하는 윤씨는 <한겨레>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하소연에 많은 분이 공감하고 관심을 보여줘서 눈물나게 고맙다는 말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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