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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2년만에 다시 무대에

등록 2005-08-10 17:01수정 2005-08-10 17:02

리뷰 - 능청스러워진 엄마…슬픔 짐진듯 무거운 딸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의 짐을 던다는 일이다.” 딸(정세라)은 말한다.

운명처럼 딸이 작가의 길로 들어선 것은, 사실 자신을 위함이라기보다 운명처럼 엄마로부터 대를 이어 짊어질 수밖에 없는 부채를 예감했기 때문인지 모른다.

“이 세상의 모든 행복이 나의 딸에게… 기원하노라”라며 기도하던 딸의 엄마(박정자)가 죽는다. 자식만을 위해서 살다 배터리가 다해버리는 여느 엄마처럼.

지난 3일 소극장 산울림, 객석은 박정자와 정세라가 채운 무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엄마와 딸로 가득하다.

2년 만에 무대에 오른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는 바로 세상의 모든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1991년 처음 소극장 산울림 무대에 오른 뒤, 10만명의 관객이 함께 했다. 배우 박정자씨는 초연 이후 엄마만 다섯 번째다. 나이 오십에 ‘엄마’를 처음 시작했으니 이젠 예순넷이다.

강하지만 여리고, 매섭지만 장난기 넘치는 ‘어머니’가 좀더 여려지고, 더 능청스러운 어머니로 변했다. 나이 탓이기도 하겠지만, “관객들에게 시시한 것을 보여주려면 배우를 그만 두겠다”며 “나는 반복을 혐오한다”고 말해온 배우 박정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가 죽은 뒤 지난 날을 회상하며 엄마에 대한 글을 쓰는 딸. 하지만 기억은 애당초 없거나, 지워졌거나 깨진 것 투성이다. 어느 토요일 마을의 축제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들떴던 엄마와 분가하겠다며 다투던 그 날의 기억이 더 애잔할 뿐이다.


과거와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는 현재를 오가는 정세라는 부드럽지만 지나치게 무겁다. 종종 슬픔을 짐처럼 느끼게 한다.

오십의 엄마가 바다에서 본 것은 뭘까. 너른 가슴으로 항상 그 자리에 말없이 서있는 바다? 만일 쉴새 없이 거칠게 이는 파도가 제 자신의 모습이었다면 바다는 기실 딸이 먼저 발견해야 하는 곳이었을지 모른다. 그러지 않고선 오롯이 딸은 엄마의 삶을 되풀이하고 또 다른 부채를 제 딸에게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소극장 산울림 개관 20돌을 기념하기 위해 세 번째로 오르는 작품이다. 다음달 25일까지. (02)334-5915.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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