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규(41) 작가
카셀도쿠멘타 초청에 미·영 전시
국경 넘나들며 ‘최고의 해’ 보내
하우스 데어 쿤스트 출품작 화제
“아시아 지역 디아스포라에 관심
특히 서경식 교수 인물연구 흥미”
국경 넘나들며 ‘최고의 해’ 보내
하우스 데어 쿤스트 출품작 화제
“아시아 지역 디아스포라에 관심
특히 서경식 교수 인물연구 흥미”
2012년 가장 활발하게 세계를 넘나든 한국 미술가라면 독일에서 활동중인 양혜규(41·사진) 작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작가로는 20여년 만에 세계 최대 미술 행사인 독일 카셀 도쿠멘타에 나간 것은 일부에 불과했다. 연초 미국 뉴욕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스페인과 영국, 그리고 독일 전시가 이어지면서 그는 정말 ‘글로벌하게’ 한 해를 보냈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처음’을 장식하는 작가로 인기가 높다는 점이다. 그를 초청한 미술 공간들을 보면 처음으로 공간을 열거나, 새로 바뀐 뒤 처음 전시를 마련한 곳이 유독 많았다.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공간인 테이트 모던이 예전 발전소였던 시절 기름 저장소를 미술 전시장으로 바꾼 전시장 ‘탱크’를 열면서 첫 전시에 양 작가를 초청했고, 자연보호구역에서 지속 가능성을 알리는 독특한 비엔날레로 지난해 처음 시작한 스페인 우르다이바이 비엔날레도 1회 주요 작가로 그를 초청했다. 하반기에는 독일의 현대미술 전시장인 뮌헨의 하우스 데어 쿤스트가 거대한 중앙 홀을 ‘특별한 단독 작품 하나를 1년씩 전시하는’ 새 공간으로 개조하면서 첫 작가로 양혜규를 골랐다. 그만큼 그의 작업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는 방증일 것이다.
양 작가가 하우스 데어 쿤스트에 설치한 블라인드 작품 <서사적 분산을 수용하며>(아래 사진)는 그동안 보여준 블라인드 작업의 새로운 변화이자 높이 9m에 이르는 거대 작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독일의 대표적 미술 공간이 야심차게 새 전시 공간을 출범하면서 첫 번째 작가로 그를 고른 점도 화제였다. 한국을 찾은 양 작가를 지난 26일 만났다. 그는 하우스 데어 쿤스트란 곳의 역사, 그리고 ‘공공성’을 강조하는 기획 의도가 흥미로워 작업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원래 하우스 데어 쿤스트는 히틀러 시절 나치 미술을 선전·전시하던 곳이에요. 어떤 역사를 대표하는 공간이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제가 독일 사람도 아니고 그 시기를 겪은 세대도 아니지만 그 공간에 다른 문맥을 덮어써보려 시도한 건데, 그게 ‘디아스포라’의 개념이었어요.”
작품 제목에 들어간 ‘분산’과 ‘산재’란 단어들이 디아스포라(이산)를 상징한다. 블라인드로 작업한 것은 공간을 구획지으면서도 ‘반쯤은 열리고 반쯤은 닫히는’ 블라인드의 성격이 디아스포라를 표현하기 적합해서였다고 한다. “너무나 명백한 서사가 있는 곳에 다른 부수적인 서사를 심으려 했어요. 그러면서도 그 명백한 서사를 끊임없이 상기시킬 필요도 있고요. 블라인드라는 조형물은 공간을 그리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구획을 지어요. 물질성이 없으면서도 공간 전체를 아우른다는 점에서 소수자들과 비슷한 것 같아요.”
어느 한 나라에 완전히 정착하지 않고 오가며 작업하는 탓일까, 요즘 그는 ‘디아스포라’, 그중 아시아 지역의 디아스포라에 빠져 있다고 한다. 특히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대표적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 꼽히는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한테 관심이 많다고 한다. “이분은 다른 인물을 끊임없이 탐구하시는데, 이분이 주목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닮은 데가 있어요. 인물로 디아스포라를 바라본다는 점이 제겐 무척 흥미로워요.”
세계적으로 주목도가 더 높아지고 있는데도 그는 자신의 작업을 한국에서 제대로 소개하지 못하는 걸 무척이나 아쉬워했다. “작품은 보여드리지 못하고 외국에서 전시한다는 소식만 전해지니까 제 자신이 추상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 더 절실해요. 하지만 보여드리기는 불가능하고, 그래서 중간에 끼어 있는 느낌이에요.”
국내에서 전시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4년마다 한 번, 2014년쯤 개인전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3년까지는 정말 ‘닥치고 작업’만 할 거예요. 잡히는 대로 좍좍, 잔머리 안 굴리고.” 만나면 작업 이야기만 하고, 한국에 머물 때도 작업에 집중한다며 가족도 잘 안 만나는 작가가 ‘닥치고 작업’만 하겠다니 분명 그는 자신의 표현처럼 “범생이” 작가다. 그러나 수많은 질문을 던져대는 모범생이다. 그의 질문은 언제나 우리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좀처럼 쉽게 대답하기는 어려운 것들이었다. 그의 질문이 이제 어디로 향해 가는지는 다음 전시회까지 기다려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글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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