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손숙(69)
연극 ‘어머니’ 무대 오르는 손숙
서울 풍문여고 3학년생이던 문학소녀는 1962년 어느 날 서울 남산드라마센터에서 유진 오닐의 연극 <밤으로의 긴 여로>를 만났다. 이해랑(1916~89)이 연출하고 배우 황정순(88), 장민호(1924~2012), 여운계(1940~2009) 등 당대의 배우들이 출연한 이 작품은 소녀를 사로잡았다. 특히 수녀가 되려 했으나 불행한 결혼으로 마약 중독자가 된 ‘어머니 메리’ 역을 맡은 황정순씨가 극의 마지막에서 웨딩드레스를 손에 들고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에서 전율을 느꼈다. 그 이듬해인 1963년 고려대 사학과에 들어가 개교 60년 기념 연극 <삼각모자>로 꿈에 그리던 남산드라마센터 무대를 밟았다.
“책에서 느낄 수 없는 직접적인 감동이라고 할까, 전기충격 같은 느낌이었지요. 황정순 선생님이 하시던 마지막 장면이 지금도 생생해요. 공연이 끝났는데 못 일어나겠더라고요. ‘아, 연극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고요.”
배우 손숙(69·사진)씨가 올해 연기인생 50년을 맞았다. 16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인생의 반을 다른 인물로 살았기에 힘든 시절을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그는 “연극 때문에 고통을 겪었고 연극으로 다시 일어섰다”고도 했다.
전기충격 같은 감동에 연기 선택
“연극으로 고통도 겪었지만
연극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는 1963년 고대극회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올린 스페인 작가 알라르콘 이 아리사의 연극 <삼각모자>에서 신입생으로 여주인공 ‘후라스키타’ 역을 꿰찼다. 남주인공 ‘루카스’ 역은 고대극회 선배인 김성옥(77·목포시립극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두 사람은 이 연극으로 사랑에 빠져 2년 뒤 결혼했다. 그 뒤 손씨는 극단 동인극장에 들어가 1968년 유진 오닐의 <상복을 입은 엘렉트라>에서 주인공 ‘엘렉트라’ 역을 맡아 직업배우로 정식 데뷔했다. 이듬해엔 극단 산울림 창단에 참여해 평생의 스승 임영웅(77) 연출가를 만났고, 1971년부터는 국립극단에 들어가 배우 손숙을 단련시킨 스승 이해랑 연출가와 인생의 대선배인 김동원(1916~2006), 장민호, 백성희(88)씨 등과 20년을 함께했다. “산울림과 국립극단에서 내 청춘을 다 바친 셈이죠. 너무 가난하고 힘들어서 ‘이번만 하고 그만두겠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녔지만 좋은 스승들과 함께한 시간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는 임영웅 연출가와 함께한 <그 여자에게 옷을 입혀라>와 <홍당무>, <바다의 침묵> 등과 이해랑 연출가와 작업한 <파우스트>, <간계와 사랑>, <천사여 고향을 보라> 등을 잊지 못할 작품으로 꼽았다. 그는 연기인생 50년을 기념해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어머니>를 2월1~17일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윤택 예술감독이 대본과 연출을 맡은 이 연극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의 현대사를 겪고 남편의 바람기와 시집살이, 자식의 죽음까지 감내해야 했던 우리네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어머니>는 손씨에게 영광과 시련을 함께 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1999년 2월 초연에서 어머니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받고 극장 쪽으로부터 20년간 출연 제의를 받으며 화제를 뿌렸다. 그해 5월 러시아 타캉가극장에 초청되어 “마마”라는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환경부 장관에 임명되고도 러시아 공연을 강행한데다 한국 기업가한테 격려금을 받은 것이 화근이 되어 32일 만에 장관직을 사퇴했다. 그는 “<어머니>는 나를 다시 배우로 돌아오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나에게 시련도 주었지만, ‘이 연극을 안 했더라면 지금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어요. 고마워서 14년째 하고 있죠.” <어머니>엔 배우 하용부·윤정섭·김미숙·김철영·김해선·박정무씨 등이 함께한다. (02)763-1268.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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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고통도 겪었지만
연극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는 1963년 고대극회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올린 스페인 작가 알라르콘 이 아리사의 연극 <삼각모자>에서 신입생으로 여주인공 ‘후라스키타’ 역을 꿰찼다. 남주인공 ‘루카스’ 역은 고대극회 선배인 김성옥(77·목포시립극단 예술감독)이 맡았다. 두 사람은 이 연극으로 사랑에 빠져 2년 뒤 결혼했다. 그 뒤 손씨는 극단 동인극장에 들어가 1968년 유진 오닐의 <상복을 입은 엘렉트라>에서 주인공 ‘엘렉트라’ 역을 맡아 직업배우로 정식 데뷔했다. 이듬해엔 극단 산울림 창단에 참여해 평생의 스승 임영웅(77) 연출가를 만났고, 1971년부터는 국립극단에 들어가 배우 손숙을 단련시킨 스승 이해랑 연출가와 인생의 대선배인 김동원(1916~2006), 장민호, 백성희(88)씨 등과 20년을 함께했다. “산울림과 국립극단에서 내 청춘을 다 바친 셈이죠. 너무 가난하고 힘들어서 ‘이번만 하고 그만두겠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다녔지만 좋은 스승들과 함께한 시간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는 임영웅 연출가와 함께한 <그 여자에게 옷을 입혀라>와 <홍당무>, <바다의 침묵> 등과 이해랑 연출가와 작업한 <파우스트>, <간계와 사랑>, <천사여 고향을 보라> 등을 잊지 못할 작품으로 꼽았다. 그는 연기인생 50년을 기념해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어머니>를 2월1~17일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윤택 예술감독이 대본과 연출을 맡은 이 연극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분단의 현대사를 겪고 남편의 바람기와 시집살이, 자식의 죽음까지 감내해야 했던 우리네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어머니>는 손씨에게 영광과 시련을 함께 준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1999년 2월 초연에서 어머니 역으로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받고 극장 쪽으로부터 20년간 출연 제의를 받으며 화제를 뿌렸다. 그해 5월 러시아 타캉가극장에 초청되어 “마마”라는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환경부 장관에 임명되고도 러시아 공연을 강행한데다 한국 기업가한테 격려금을 받은 것이 화근이 되어 32일 만에 장관직을 사퇴했다. 그는 “<어머니>는 나를 다시 배우로 돌아오게 해준 고마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나에게 시련도 주었지만, ‘이 연극을 안 했더라면 지금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어요. 고마워서 14년째 하고 있죠.” <어머니>엔 배우 하용부·윤정섭·김미숙·김철영·김해선·박정무씨 등이 함께한다. (02)763-1268.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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