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혜진(55·왼쪽) 이지하(43·오른쪽)
2인극 ‘그집 여자’ 박혜진·이지하
남편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고부관계로 나와 연기대결
“폭력 외면땐 우리도 공범”
남편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고부관계로 나와 연기대결
“폭력 외면땐 우리도 공범”
그 집 여자는 남편에게 늘 맞고 산다. 오래전에는 그 집 여자의 시어머니도 남편에게 맞고 살았다.
“그 집 여자! 사람들은 날 그렇게 불러요. 제 뒤에서 그래요. ‘그 집 여자잖아.’ 아무도 그 집이 어떤 집인지 묻지도 않고. 이상하죠?”(여자) “알면서도, 안방에서 큰 소리가 나도, 니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러도, 잠든 척 눈 감고 귀 막았었다. 미안하다.”(시어머니)
가정폭력을 다룬 연극 <그 집 여자>가 15~24일 서울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극단 전망과 극단 사개탐사가 공동 제작한 2인극이다. 시어머니인 ‘노인’ 역을 맡은 배우 박혜진(55·사진 왼쪽)씨와 며느리인 ‘여자’ 역의 배우 이지하(43·오른쪽)씨를 12일 서울 서계동 연습실에서 만났다.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너무 괴로웠어요. 그렇지만 외면한다면 우리도 공범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집 여자’라는 3인칭 제목에서 보듯이 이웃의 고통에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하는 우리의 무관심과 비겁함을 들춰내는 연극이에요.” 박혜진씨는 “우리가 직접 가해자는 아니지만 이웃의 고통과 폭력과 범죄에 눈감는다면 결국은 우리도 남의 고통에 공감할 줄 모르는 사이코패스와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지하씨도 “연습을 하면서 배역과 감정이입이 되니까 너무도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이 연극이 다루는 소재는 폭력의 문제입니다. 내가 의도하거나 바랐거나 계획했거나 원하는 삶이 아닌 다른 삶의 카테고리에 던져졌을 때 인간에게 그걸 벗어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될까요? 신의 힘을 빌리면 가능할까요? 사회의 도움으로도 가능할까요? 인간은 자신의 삶을 얼마나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진행시킬 수 있을까? 그런 무기력함 같은 것을 느꼈어요.”
2인극 <그 집 여자>는 남편에게 폭력을 당하며 살아온 시어머니와, 그 아들의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며느리가 여행 준비로 분주한 어느 하루 나눈 대화를 엮은 작품이다. 이들의 대화 속에서 타인의 고통과 현실을 외면하는 ‘우리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보인다.
처음 호흡을 맞추는 연극계 선후배 두 여배우가 불꽃 튀는 연기대결을 펼친다. 박씨는 2011년 고 장민호(1924~2012)의 마지막 연극 <3월의 눈>에서 병중의 백성희(88) 배우를 대신해 무대에 올라 혼을 울리는 연기를 보여준 중견배우. 이씨는 연극 <억울한 여자>, <숲 속의 잠자는 옥희> 등에서 흡인력 있는 연기로 두터운 팬들을 확보했다.
박씨는 “가정폭력은 절대 혼자만의 문제, 단순한 가정문제, 부부싸움이 아닌 심각한 사회적 범죄”라며 “가정폭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된다는 것이 더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도 “사회적인 무관심 속에서 누구도 도와주려고 하지 않거나, 또 손을 내밀기도 어렵다. 폭력을 당하면서도 각자 개인의 비밀로 숨기면서 살아가는 우리 사회 현실이 이 연극에 잘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두 배우뿐만 아니라 작가 이난영씨와 연출가 박혜선씨, 무대 하성옥, 분장 백지영, 의상·소품 김미나씨 등 여성 연극인들의 공동작업으로 화제를 모은다.
박혜진씨는 “제가 재작년에 영화 <도가니>에서 가해자인 ‘교장’의 ‘처’로 출연하면서 부끄러움과 고통을 느꼈듯이, 관객들도 그 집 여자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해도 세상에 우리 편은 아무도 없어요. 이게 현실이죠’라는 대사에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시간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02)2001-5771.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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