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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 사람] “‘잠들지 않는 남도’ 부르며 비극역사 알게 됐죠”

등록 2013-04-03 19:37수정 2013-04-04 21:52

일본 도쿄의 소레이유합창단
일본 도쿄의 소레이유합창단
‘제주 4·3 위령제’ 식전무대 오른 일본 소레이유합창단
도쿄 시민 24명 참여해 합창
1년전부터 함께 한일역사 공부
“일제식민서 비롯된 고통 새길 것”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아~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65돌 제주4·3사건 희생자 위령제의 식전행사 무대에 민중가요 ‘잠들지 않는 남도’가 울려 퍼졌다. 일본 도쿄의 소레이유합창단(사진)이 부른 노래였다. 합창단원 50여명 가운데 24명이 자비로 건너와 위령제에서 호흡을 맞췄다. ‘아침이슬’과 ‘보리밭’도 불러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주로 법률사무소 직원들로 평범한 시민들이다.

“노래 연습이 정말 어려웠어요. 발음도 어렵고, 뜻을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죠. 4·3 사건을 몰랐는데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르면서 알아야겠다고 생각해 학습회를 꾸려 공부했습니다.”

다카하시 이사무(69) 단장은 “위령제 행사가 아주 감동적이어서 역사의 무게를 느꼈다. 일본에서 4·3의 진상을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단원 사이토 가즈키(65)는 “몇 해 전 <엔에이치케이>(NHK)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4·3을 알게 됐다. 재일동포 소설가 김석범 선생이 쓴 <화산도>를 읽고, ‘잠들지 않는 남도’에 담긴 뜻을 배웠다. 전후세대여서 전쟁을 모르고 한국에 대해서도 잘 몰랐는데 여기 와서 전쟁의 비극, 학살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재일동포 고이삼(출판사 신간사 대표)씨는 ‘재일동포 사회와 4·3’을, 이령경 릿쿄대 강사는 ‘이산가족사를 통해서 본 4·3’을 주제로 이들에게 강의를 해줬다.

상임 지휘자인 우치다 이사오(70)는 “지난해 4월부터 4·3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한라산,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경들이 학살 터와 겹치더라. 그 현장을 직접 찾아보니 이제는 가슴으로 4·3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식민지배가 없었다면 4·3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아픔과 고통을 잊지 않고 늘 마음속에 담아두겠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소레이유합창단의 공연은 도쿄에서 ‘4·3을 생각하는 모임’을 10년째 이끌어온 제주 출신 조동현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그는 “4·3의 세계화 운동의 하나로 이번 합창 공연을 기획했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 모여 1년 동안 연습했다”고 말했다.

소레이유는 오는 24일 도쿄에서도 열릴 ‘4·3 위령제’에서 사이타마합창단, 재일동포 합창단 ‘얼싸’ 등과 함께 합동공연을 할 예정이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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