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윌리엄 포사이스의 현대 발레 <헤테로토피아>는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없애고 무대를 두 개로 나누는 파격적인 공간 연출이 특징이다. 블랙박스 공간과 책상으로 가득 찬 방으로 나뉜 두 공간에서 연기하는 무용수들의 모습. 성남아트센터 제공
혁신적 발레공연 ‘헤테로토피아’
세계적 안무가 포사이스 연출
세계적 안무가 포사이스 연출
“나는 무엇을 표현하기 위해 작업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떤 메시지도 전달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미국 출신 세계적 무용가 윌리엄 포사이스(64·사진)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음악에 맞춰 몸짓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는 무용의 일반적인 의미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거장의 이런 말에 고개를 갸웃거릴지 모른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포사이스가 14일까지 경기도 성남시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헤테로토피아>는 그의 이런 작품 세계를 잘 보여준다. 일단 무대와 객석 공간 자체가 무용 공연의 통념을 깬다.
극장엔 오직 두 개의 공간만이 존재한다. 책상으로 가득한 공간, 그리고 텅 빈 블랙박스인 공간이다. 두 공간 사이에는 높은 벽이 있어 양쪽 공간의 무용수들은 서로를 볼 수 없다. 관객들은 객석이 아니라 두 공간 주변에 서서 두 공간의 움직임을 보기 위해 옮겨다니면서 공연을 보게 된다. 우아한 음악도 없다. 짐승이 울부짖는 것 같은 기괴한 불협화음이 중간중간 터져나온다.
포사이스는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실제로는 콘서트에 가깝다. 그들은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지휘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이 공연은 소리를 듣는 것에 집중해 (몸으로) 음악을 구현해 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은 무용수들의 숨소리와 땀방울까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기괴한 음악을 들으며 낯선 움직임을 관찰하게 된다. 그리고 포사이스가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남겨둔 ‘해석의 영역’과 마주하게 된다.
‘헤테로토피아’란 제목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의 논문 <다른 공간들>(1967)에서 따온 개념으로, ‘다른’, ‘낯선’, ‘혼돈된’ 등의 의미로 쓰인다. 포사이스는 이 개념을 ‘번역’이라는 키워드에 맞췄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마주할 때 객관적인 실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가지고 있는 기존 지식과 편견으로 ‘번역’해 인식하기 때문에 각자 다른 코드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포사이스는 ‘고전 발레의 한계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안무로 21세기 춤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전 발레로 출발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상임안무가와 프랑크푸르트발레단 예술감독 등을 지낸 그는 고전 발레를 기본으로 하면서 음악과 몸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재구성하는 구조주의를 도입해 주목을 받았다.
무용평론가 박성혜씨는 “한국 관객들은 흔히 발레는 현대무용이 아니리라고 생각하지만 발레는 시대와 역사를 통해 변화해가고 있고, 포사이드는 현 시점에서의 발레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라고 평하고, “지금은 포사이드보다 더 급진적인 안무가들도 많기 때문에 포사이스는 고전 발레와 컨템포러리 발레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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