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뮤지컬 <바람이…> 주연
발성과 느낌 놀랄 만큼 비슷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주목
발성과 느낌 놀랄 만큼 비슷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주목
포크 가수 박창근(41·사진)은 ‘가객’ 김광석과 닮은 구석이 많다. 김광석의 고향인 대구에서 줄곧 자란 박창근은 대구대 노래패에서 본격적으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김광석 또한 명지대 재학 시절 노래패 활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음악보다 의식을 과도하게 앞세우는 당시 노래패 분위기에 박창근의 고민은 깊어갔다. 그러다 우연히 본 벽보 문구가 눈에 확 띄었다. ‘동물원의 감성과 노찾사의 의식이 탄생시킨 이 시대의 음유시인’이라는 소개 글이었다. ‘그래,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야’라고 생각한 그는 김광석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공연장을 찾아갔다.
“소극장에서 관객과 얘기를 나누며 노래에 자신을 투영하는 모습이 정말 좋더라고요. 이후 기회만 되면 김광석 공연을 봤어요. 김광석과 한 무대에 서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됐죠.”
하지만 그 목표는 끝내 이룰 수 없었다. 군대 이등병 시절 김광석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순간 멍해지면서 도무지 믿겨지지 않았다”고 그는 당시를 떠올렸다.
제대 뒤 가수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그는 1999년 데뷔 앨범을 자체 제작했다. 2001년 록 밴드 ‘가객’을 결성해 활동했고, 솔로 2집(2005), 3집(2011)도 발표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평단에서는 김광석의 감성을 잇는 포크 싱어송라이터로 그를 주목했다.
6년 전 기획자 이금구씨가 김광석 관련 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싶다고 연락해왔다. 그는 “연기도 안 되고 생긴 것도 안 된다”며 사양했다. 지난해 이씨는 뮤지컬로 방향을 틀었다며 다시 연락해왔다.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멘트하는 것처럼 하면 된다”는 말에 선뜻 수락했다. 그렇게 김광석 노래를 소재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주인공 ‘이풍세’ 역을 맡았다.
“주인공이 좌절했다가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힘을 얻고 다시 노래하는 상황이 꼭 저랑 같더라고요. 그냥 살아온 대로 솔직하게 연기하니 ‘캐스팅 잘했다’는 얘기도 듣게 되네요. 하하~.”
그는 작품에서 김광석과 놀랄 만큼 비슷하게 노래한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기술적으로 모창하기보다는 발성과 느낌을 비슷하게 하자는 태도로 임했다. 내 노래를 듣고 자연스럽게 김광석이나 그의 노래에 얽힌 개인적 추억을 떠올린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광석은 상업적으로 성공한 스타가 되기까지 스스로의 힘으로 해냈다는 사례를 보여줬어요. 요즘에도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저는 끝까지 그런 길을 가고 싶어요.”
그는 관객들에게도 부탁했다. “이제는 없는 사람을 추억만 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이번 공연을 본 관객들이 소박한 소극장에서 교감하는 문화를 더 자주 찾게 됐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된다면, 그게 김광석 선배가 남기는 또다른 선물이 아닐까요?”
서정민 기자, 사진 엘피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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