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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살아 있는 ‘전설들’의 젊음…가슴이 바운스 바운스~

등록 2013-04-16 19:49

‘2013 들국화 10일간의 콘서트-다시 행진’의 일곱번째 공연
‘2013 들국화 10일간의 콘서트-다시 행진’의 일곱번째 공연
서정민의 음악다방
#1

전인권의 목소리가 지붕을 뚫고 나갈 기세로 솟구쳤다.

“살아 있네.”

어느 관객이 외쳤다. 다른 관객들도 웃음으로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 11일 서울 서교동 인터파크아트센터에서 열린 ‘2013 들국화 10일간의 콘서트­-다시 행진’의 일곱번째 공연(사진)이었다.

1985년 데뷔 당시 들국화는 충격을 던졌다. 서양음악인 록에 자신들만의 인장을 또렷이 새긴 음악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방송 출연을 거부하고 라이브 무대만을 고집한 활동 방식도 독특했다. 음악 전문가들이 꼽은 한국 100대 명반에서 1위를 차지한 1집에 이어 2집까지 내고 87년 사실상 해체했다. 그러다 지난해 5월 전인권·최성원·주찬권이 뭉쳐 재결성했다. 전설의 귀환이다.

공연 도중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됐다.

“다시 노래하니 어때요?”(관객)

“이렇게 노래하게 될지 진짜 몰랐어요. 꿈만 같고, 햇살이 몸에 들어온 것 같아요.”(전인권)

“언제까지 노래하실 거예요?”(관객)

“(그렇게 묻는 분은) 언제까지 사실 거예요?”(전인권)

들국화는 이날 신곡 ‘걷고 걷고’와 ‘노래여 잠에서 깨라’를 선보였다. 한창때 감수성과 열정에 뒤지지 않는 힘을 지닌 노래들이었다. 돌아온 전설의 신곡이 예전 명성에 누가 되면 어쩌나 했던 나의 기우는 증발해버렸다. 과거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잠에서 깨어나’ 계속 ‘걷고 걷는’ 현재진행형의 전설. 들국화가 위대한 이유다.

#2

“앤드 나우, 디 엔드 이즈 니어. 앤드 소 아이 페이스 더 파이널 커튼. … 앤드 디드 잇 마이 웨이! 예스, 잇 워즈 마이 웨이.”

한국 재즈 보컬의 대모 박성연이 노래하자 객석이 숙연해졌다. 한국 재즈 1세대 색소폰 연주자 정성조가 이끄는 퀸텟(5중주단)이 뒤를 받쳤다. 한국 재즈 태동기의 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소중한 순간의 숨소리 하나라도 놓칠세라 객석에선 한국 재즈 1세대 연주자부터 젊은 재즈 팬까지 숨죽여 귀를 기울였다. 14일 서울 합정동 엘아이지(LIG)아트홀 합정에서 이 공연장 개관을 기념해 열린 기획 공연 ‘재즈 타임스’의 한 무대였다.

박성연은 1978년 직접 차린 한국 최초의 토종 재즈클럽 ‘야누스’를 재정난 속에서도 힘겹게 꾸려오고 있다. 지금은 서울 교대역 부근으로 옮긴 이곳에서 그는 며칠에 한번씩 신장투석 치료를 받아가면서도 매일 노래한다. 나이를 물으면 늘 49살이라고 답하며 “실제 나이가 중요한가요? 얼마나 젊은 영감으로 노래하느냐가 중요한 거지. 저는 언제까지고 49살로 노래할 거예요”라고 말하는 그는 영원한 현재진행형의 재즈 디바다.

#3

이 글을 쓰는데, 조용필이 10년 만에 발표하는 새 앨범인 19집 <헬로> 수록곡 ‘바운스’가 막 선공개됐다. “그대가 돌아서면 두 눈이 마주칠까.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두근대. … 베이비 유어 마이 트램펄린. 유 메이크 미 바운스 바운스.” 통통 튀는 발랄 상큼한 사운드가 귀를 간지럽힌다. 갓 데뷔한 풋풋한 신인의 음악 같다. 데뷔 45주년을 맞은 ‘가왕’은 변화를 주저하지 않았다. 늘 최신 팝 흐름을 주시하던 그는 이번 앨범에서 한 곡만 빼고 나머지 모든 곡을 외국 작곡가에게 맡겼다고 한다. 젊은 감각을 갖추기 위해서다.

요 며칠 현재진행형 전설들과 마주했더니 유독 가슴이 뛴다. 바운스 바운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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