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인 멜로디와 서정적인 노랫말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혼성 듀오 가을방학이 2집 <선명>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정바비(기타)와 계피(보컬). 루오바팩토리 제공
인디듀오 ‘가을방학’ 2집 발표
계피의 투명·담백한 보컬 매력
다소 어둡고 실험적인 곡 섞어
계피의 투명·담백한 보컬 매력
다소 어둡고 실험적인 곡 섞어
그들의 만남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2008년 가을 음악 축제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서 마주친 모던록 밴드 ‘브로콜리 너마저’의 보컬 계피와 기타팝 밴드 ‘줄리아 하트’의 리더인 정바비. 둘은 서로의 팬이었으나 실제로 만난 건 처음이었다. 잠시 얘기를 나누고 헤어지며 계피는 말했다. “나중에 백보컬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이듬해 정바비가 계피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제 시간 되면 노래 몇 곡 같이 작업해봐요.”
둘은 그렇게 듀오 ‘가을방학’을 결성했다. 2010년 발표한 1집 <가을방학>은 소리 소문 없이 2만장이나 팔렸다. ‘취미는 사랑’,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이브나’ 등 거의 모든 수록곡이 지금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가을방학이 2집 <선명>을 발표했다. 지난 12일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계피는 “음반에 담긴 감정의 상태나 우리 음악 색깔이 더욱 선명해졌다는 뜻으로 붙인 제목”이라고 설명했다. 1집에선 이병훈 프로듀서의 철저한 지휘 아래 기타와 피아노 위주의 소박한 편곡과 밝은 분위기의 일관성을 유지한 데 반해, 2집에선 밴드 사운드가 많아졌고 무겁거나 다소 실험적인 곡도 들어갔다.
“우리가 무난하게 잘할 수 있고 팬들도 좋아해줄 익숙한 옷과 맞을지 안 맞을지 몰라도 한번 입어보고 싶은 옷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봤어요. 원래 절반씩 섞으려 했는데, 하다 보니 새로운 시도는 20~30%에 그쳤네요.”
작사·작곡을 담당한 정바비는 그 20~30%에 해당하는 곡으로 ‘더운 피’, ‘소금기둥’, ‘삼아일산’을 꼽았다. 음반 작업에 참여한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꼽는 ‘더운 피’는 가을방학의 이전 노래들과 달리 어두운 색채가 짙다. ‘소금기둥’에는 신비로운 느낌의 소음 효과를 넣었고, ‘삼아일산’은 내레이션과 반주로만 채웠다.
계피의 무심한 듯 덤덤하면서도 투명한 목소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계피는 “고등학생 때 노래방 가면 박정현·김윤아 모창도 하고 그랬는데, 어느 순간 ‘세상에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참 많으니 나는 그냥 담백하게 부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바비의 스무살 일기장 같은 노랫말도 빛이 난다. 9월에 태어났으니 나의 1년은 봄·여름·가을·겨울이 아니라 가을·겨울·봄·여름으로 흐른다거나(‘가을 겨울 봄 여름’), 헤어진 연인에게 행복하란 말 대신 “잘 있지 말아요”라고 하는 식(‘잘 있지 말아요’)이다.
타이틀곡 ‘3월의 마른 모래’는 차라리 한 편의 단편영화다. 어느 가을, 남자친구의 더플코트를 빌려 입은 여자가 주머니 속 마른 모래와 3월의 기차표를 발견하고는 그해 봄 자신과 사귀기 전의 남자가 다른 누군가와 바닷가를 걷는 상상을 한다. 그러고는 내년 3월에는 남자가 자신과 함께 바닷가를 걸었으면 하는 소원을 빈다. 열린 결말로 끝나지만, 노래 뒤에 에필로그처럼 이어지는 후주가 ‘해피엔딩’을 암시하는 듯하다.
“노래하는 계피가 여자인 이유도 있지만, 다양한 재밌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이번 앨범의 모든 화자를 여자로 했어요. 남자들은 생각하는 게 한정돼 있거든요. 술, 섹스, 그리고 음…. 하하~.”
가을방학은 5월31일~6월2일 서울 마포아트센터를 시작으로 대전(6월7일)·광주(8일)·대구(15일)·부산(16일)을 도는 2집 발매 기념 전국 투어를 한다. 1544-155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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