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음악은 빼앗거나 상처 주지 않는다”

다마키 고지(55)

한국 찾은 일본 밴드 ‘안전지대’ 리더 다마키 고지
이수현씨 헌정곡 발표 등 친한파
“한국가수와 같이 노래했으면…”
새달 1일 ‘데뷔30돌’ 서울 공연

“안전지대 음악이 한국에서도 사랑받는다니 무척 기쁩니다. 한-일 두 나라 사이에 역사적인 문제가 있지만, 음악은 그걸 다 뛰어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한국에 노래하러 올 수 있어 좋습니다.”

새달 1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내한공연을 앞둔 일본 밴드 안전지대의 리더 다마키 고지(55·사진)는 13일 서울 명륜동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 공연이 데뷔 30돌 기념 아시아 투어 첫 무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안전지대는 1982년 데뷔해 서정적 노랫말과 감성적 선율로 수많은 히트곡을 내며 30년 동안 정상을 지켜왔다. 국내에서도 일본 문화가 개방되기 전인 80년대부터 큰 인기를 누렸다. 이수영의 ‘끝’, 테이의 ‘사랑에 미치다’, 엠시더맥스의 ‘사랑의 시’, 포지션의 ‘재회’, 캔의 ‘내일 또 생각이 나겠지’ 등 국내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곡도 많다.

다마키는 “문화개방 이전부터 빨리 한국에 오고 싶었다. 여러 정치적 문제가 있어도 노래로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음악으로는 뭔가를 빼앗거나 상처를 주거나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고 했다. 2001년 도쿄 신오쿠보역 선로에 쓰러져 있는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이수현(1974~2001)씨에게 감동해 12집 수록곡 ‘스텝!’을 헌정했다. 그는 “이수현씨는 영웅이다. 지난해 한국에 와서 그의 부모님을 만났다”고 말했다. 2010년 첫 내한공연에서는 대표곡 ‘프렌드’를 부르기 앞서 생전 친분을 나눈 한류 스타 박용하(1977~2010)를 그리워하며 관객과 함께 “박용하”를 연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마키는 “한국 가수들이 목소리가 좋고 노래를 잘해서 같이 노래하거나 만남을 갖는 걸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의 ‘가왕 조용필’을 아느냐는 질문에 그는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해도 그가 안전지대의 노래 ‘와인레드의 마음’을 부른 걸 들었는데 원래 그의 곡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잘 불렀다”고 말했다.

2002년 해체했다가 2009년 재결성한 안전지대는 최근 14집 <더 솔트모더레이트 쇼>를 발표하고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30년간 안전지대의 가장 좋았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다마키는 이렇게 답했다.

“20대 때는 큰 공연장에서 열심히 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지금은 초심으로 돌아가 아마추어 밴드 느낌으로 음악을 하고 있어요. 인기가 있고 없고 음반이 많이 팔리고 적게 팔리고를 떠나 지금이 가장 좋은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또 앞으로 펼쳐나갈 순간들도 기대됩니다.”

서정민 기자 [e-mail], 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