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뜨기 코러스 걸 소여의 브로드웨이 성공기를 그린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화려한 의상과 탭댄스 군무가 압권으로 꼽힌다. 프레인 제공
리뷰 l 브로드웨이 42번가
젊은 배우 30여명 역동적 군무
무대 전환 30여번 속도감 더해
젊은 배우 30여명 역동적 군무
무대 전환 30여번 속도감 더해
각각의 뮤지컬에는 중심 요소가 있다. 어떤 뮤지컬은 ‘스토리’가, 어떤 뮤지컬은 ‘주연 배우’가, 어떤 뮤지컬은 ‘음악’이 중심이 된다. 지난 11일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른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뮤지컬에서는 드물게 앙상블(보조출연자)이 중심인 공연이다.
사실 스토리는 다소 뻔하다. 브로드웨이에 입성한 촌뜨기이자 무명 코러스 걸인 페기 소여가 주인공 여배우의 부상으로 대신 배역을 꿰차 하루아침에 스타로 등극한다는 전형적인 ‘아메리칸 드림’을 담았다. 살인적인 실업률 탓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던 1930년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배우들이 <프리티 레이디>라는 뮤지컬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통해 도전·열정·희망·성공이라는 진부한 키워드를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려 한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가 가진 약점을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앙상블이 꾸며내는 화려한 볼거리로 완벽히 극복하면서 ‘쇼 뮤지컬’이란 무엇인가를 확실히 보여준다.
공연 시작부터 30명이 넘는 앙상블이 만들어내는 경쾌하고 화려한 탭댄스가 펼쳐진다. 마치 한 사람의 발인 것처럼 스텝에 맞춰 절도있게 움직이는 발동작들과 탭댄스 특유의 기분 좋은 소리는 탄성을 자아낸다. 거대한 동전 위에서 추는 ‘코인 댄스’, 모자를 들고 추는 ‘모자 댄스’, 리듬체조 느낌을 주는 ‘훌라후프 댄스’, 하얀색 막 뒤에서 추는 ‘그림자 댄스’등 다양한 형태의 스펙터클한 군무가 150분의 공연 시간 내내 쉼 없이 이어진다. 한두 명의 주연배우가 아닌 앙상블의 호흡이 이 공연의 중심이 되는 이유다. 이렇게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스윙·재즈·탭댄스를 보여주기 위해 앙상블은 체력이 좋은 25세 미만의 젊은 배우들을 위주로 캐스팅을 했고, 3~5개월의 연습을 거쳤다고 한다.
화려한 무대장치와 300벌이 넘는 의상은 앙상블의 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다. 화려한 바, 기차역, 파티장, 카페 등 14개의 대형 무대장치가 30회 넘는 숨가쁜 전환을 하며 스피디한 댄스를 담아낸다. 1930년대 유행을 완벽히 재현했던 기존 공연과 달리 반짝이는 스팽글 위주의 세련되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난 무대의상은 눈부시다.
관록의 중견배우와 패기의 신인배우가 고루 조화된 캐스팅도 가점 요소다. 극중 브로드웨이 최고의 연출가 줄리안 마쉬 역에는 남경주·박상원이, 유명 뮤지컬 여배우인 도로시 브룩 역엔 박해미·홍지민·김영주가 캐스팅 돼 가창력과 연기력을 발휘한다. 뮤지컬계의 새 얼굴인 정단영과 전예지가 열정과 꿈을 가진 페기 소여 역을 맡았다. 6월30일까지. 1588-0688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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