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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광석이에게…미안하다, 그때 못나가서

등록 2013-05-15 19:49수정 2013-05-16 17:51

13년만에 솔로 2집 <내 머리 속의 가시>를 14일 발표한 가수 김창기.
13년만에 솔로 2집 <내 머리 속의 가시>를 14일 발표한 가수 김창기.
솔로 2집 발표한 김창기
동물원 멤버로 ‘거리에서’ 등 작곡
1997년 7집 내고 탈퇴뒤 의사 생활
“꿈 피하는 삶 부끄러워 다시 시작”

친구 김광석에게 타이틀곡 바쳐
“바쁘다고 외면한 일 아직도 걸려”
“아빠, 요즘은 왜 노래 안 만들어?”

초등학교 5학년 딸의 한마디가 발단이었다. 지난해 가을 <나는 가수다> 같은 경연 프로그램과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는 동물원의 ‘거리에서’,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김광석의 ‘그날들’ 등이 다시 불리고 있었다. 모두 아빠가 만든 노래임을 딸은 알고 있었다.

아빠는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1988년 동물원으로 데뷔해 97년 7집까지 내고 탈퇴. 그해 이범용과 ‘창고’라는 듀오로 앨범 발표. 2000년 솔로 1집 <하강의 미학> 발표. 이후 10년 넘게 소아정신과 원장으로 바쁘면서도 평온하고 안정된 삶을 누려온 자신이었다.

“또 실패할까봐,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노래들이 될까봐 두려웠어요.”

14일 밤 서울 신사동의 어느 양꼬치집에서 만난 김창기가 소주잔을 털어넣으며 말했다. 그는 “정신과 의사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활동을 계속 이어가려는 동물원의 다른 멤버들에게 걸림돌이 되지 않으려고 동물원을 나왔다”고 했다. 그래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숨길 수 없어 창고 앨범과 솔로 앨범을 냈지만, 묻히고 말았다. “난 안되나 보다”라며 음악을 접은 이유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원하는 걸 두려움 없이 찾아나서라고 가르쳐왔어요. 그런 내가 실은 두려워서 회피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그래서 억지로 용기를 냈어요.”

1980년대 후반 그룹 ’동물원’으로 함께 활동하던 김창기(오른쪽)와 김광석.
1980년대 후반 그룹 ’동물원’으로 함께 활동하던 김창기(오른쪽)와 김광석.
오랫동안 흔들림 없는 삶을 살아온 탓인지 노래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무엇을 노래할 것인지 떠올리려고 머리 속을 삶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들로 들쑤시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의미로 아무도 모르게 인터넷 블로그를 열고 하루 1곡씩 만들어 올렸다. 어느새 100곡이 모였다.

“만들어놓고 보니 대부분 ‘나는 왜 이렇게 바보냐, 외롭다, 나를 인정해달라’ 같은 내용이더라고요. 1집 때는 괜히 잘난 척하고 성숙한 척했는데, 이제는 내가 남들이 날 싫어할까봐 겁내는 아이 같은 존재라는 걸 인정하게 됐어요.”

그중 10곡을 추려 담은 게 14일 발표한 솔로 2집 <내 머리 속의 가시>다. 타이틀곡 ‘광석이에게’는 동물원을 함께했던 오랜 벗 김광석에게 바치는 노래다. “네가 날 떠났다는 걸 아직도 받아들일 수 없어”라고 그는 노래한다. 1집에서도 ‘나에게 남겨진 너의 의미’라는 곡에서 김광석을 노래한 적이 있다.

“친구 팔아먹는다는 얘기 듣고 싶지 않아 이 노래를 타이틀로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녹음해놓고 보니 이 노래가 가장 좋은 걸 어떡해요. 노래라는 게 결국 내 얘기를 하는 건데, 내 안에 광석이에 대해 맺힌 게 있는 거죠.”

그는 죄책감 때문이라고 했다. “광석이가 전화를 걸어 축축한 목소리로 ‘뭐 하니’ 하고 물었을 때 ‘바빠, 아내 때문에 못나가’라고 했던 게 지금도 걸려요. 그때 만나서 힘들어하는 얘기를 들어줬더라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해요.”

다른 노래들도 상실·부정·분노·우울 같은 어두운 정서를 담은 게 대부분이다. “난 아내와 두 아이가 있어. 집과 개 한마리가 있어. …이쯤 되면 안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아직도 외로워”라고 노래하는 ‘난 아직도 외로워’가 특히나 가슴을 누른다. 스스로 가장 대중적인 멜로디라고 설명한 ‘원해’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만한 아름다운 연가다.

그의 고향인 동물원은 2001년 8집부터 박기영·유준열·배영길 3인조로 활동해오고 있다. 16~26일 서울 종로 복합문화공간 반쥴에서 결성 2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 ‘봄, 종로에서’를 한다.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냐는 질문에 김창기는 답했다.

“한때 사이가 안좋은 적도 있었지만, 내가 기댈 곳이 거기밖에 없거든요. 그 친구들 두달에 한번씩은 꼭 봐요. 동물원을 같이 하고도 싶지만, 그들은 음악을 꾸준히 했고 나는 오래 쉬어서 따라잡으려면 고생 좀 하겠죠. 하하~. 그래도 언젠가 함께할 날이 오지 않겠어요? 오늘 통화하면서도 ‘우리 언제 공연 한번 같이 하자’고 했는 걸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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