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랑’]D-8 ‘이문세 잠실공연’ 무대뒤 주역들
붕어빵집, 파랑새우체국…이문세 공연의 특별한 아이디어는 수년간 공연을 함께 만든 사람들의 팀워크에서 나온다.
6월1일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을 앞두고 이들 사이엔 긴장감과 흥분감이 역력했다. 이번엔 5만석 규모다.
붕어빵집, 파랑새우체국…이문세 공연의 특별한 아이디어는 수년간 공연을 함께 만든 사람들의 팀워크에서 나온다.
6월1일 올림픽주경기장 공연을 앞두고 이들 사이엔 긴장감과 흥분감이 역력했다. 이번엔 5만석 규모다.
지난 4년의 공연은
오늘을 위한 단계였다
행복했어요, 최고예요
관객 문자·후기 볼 때면
스트레스가 싸악~
이 맛에 이 일 한다 공연기획사 무붕의 사무실은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아파트에 있다. 가정집 거실과 방에 책상과 의자를 놓고 업무공간으로 꾸렸다. “여자 혼자 밤늦게까지 남아 일하더라도 일반 사무실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조설화 홍보마케팅팀장은 귀띔했다. “그래도 여기서 절대 밥을 해먹거나 잠을 자지는 말자는 원칙을 세웠어요. 그러기 시작하면 이 공간이 너무 우울하고 칙칙해지지 않겠어요? 하하~. 아무리 늦어도 반드시 집으로 퇴근하기로 방침을 정했어요. 이불·침대·소파 따위를 놓지 않은 이유죠.” 22일 찾은 무붕 사무실에선 수시로 전화벨이 울려대는 가운데 직원 서너명이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벽에 붙은 포스터가 이들이 더욱 바빠진 이유를 설명해주는 듯했다. ‘대한민국 이문세’, 6월1일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5만석 규모의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연이다. 정확히 열흘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이 거대한 공간을 어떻게 꾸밀까? 이재인 무붕 대표는 영국 런던브리지를 닮은 무대 모형을 보며주며 말했다. “가수와 관객을 이어주고 관객과 관객을 이어주는 다리 같은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의미죠.” 실제 무대는 길이 100m, 높이 30m 규모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무붕은 2009년부터 이문세의 공연을 제작해 왔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야외공연을 시작으로 ‘2009~2010 이문세 붉은 노을’ 투어, 2010년 1만석 규모의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이문세 더 베스트’ 공연, ‘2011~2012 이문세 붉은 노을’ 투어 등을 함께 해 왔다. 특히 지난 투어에선 40개 도시 100회 공연이라는 흔치 않은 기록을 세웠다. 경주, 당진, 목포, 거제 같은 소도시부터 캐나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 해외까지 돌았다. “이 모든 과정이 올림픽주경기장까지 오기 위한 단계였던 것 같다”고 이 대표는 되돌아봤다.
발라드 가수가 이 정도 규모의 무대에 서는 예가 드물기에 공연 준비팀의 부담감은 더욱 클 법하다. 구체적 내용은 비밀에 부치면서도 그는 “어마어마한 대형 세트를 바탕으로 한 역동적 무대”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문세 공연답게 5만 관객들과 ‘함께하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도 이들에게 떨어진 특명이다.
지금까지 이문세 공연은 대부분 매진을 기록했다. 이번에는? “지난해 12월 주경기장 대관을 확정하고 나서 잠을 편히 잔 적이 거의 없어요. 제작비 30억원이 들어가는 공연에 대한 부담이 왜 없겠어요? 그래도 표가 많이 팔려 마음이 좀 놓이네요. 기업 협찬 없이 개별 티켓 판매만으로 공연을 이끌어가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닌데 말이죠.”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2000년대 초반 설립된 무붕의 임직원은 이 대표를 포함해 7명뿐이다. 설립 당시 일부 가수의 립싱크 논란이 일자 “우리 공연에 붕어는 없다”는 의미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안치환, 박화요비 등의 공연을 제작하며 성장해 오늘날까지 왔다. 그는 “대기업까지 줄줄이 진출한 공연시장에서 규모는 작아도 그 어디보다도 더 공연을 잘 만드는 회사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문세 공연의 가장 큰 강점은 방대한 히트곡을 바탕으로 폭넓은 계층에 소구한다는 점이다. ‘소녀’, ‘사랑이 지나가면’ 등 1980~90년대 히트곡은 중장년층에게 추억을 되살린다. ‘붉은 노을’, ‘광화문 연가’, ‘옛사랑’ 등 젊은 아이돌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된 노래는 20~30대 젊은 관객층까지도 사로잡는다. 느린 발라드 위주이면서도 간간이 빠른 템포의 노래를 섞어 흐름을 조절한다. 이문세는 “선곡과 편곡을 통해 완급을 조절하고 다양한 무대 연출로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자신만의 공연 노하우를 전했다.
관객들에 대한 배려에서도 아이디어가 빛난다. 이문세 공연장 앞에는 보통 여러 천막들이 마련된다. 공연 보러 온 이들에게 따끈따끈한 붕어빵·국화빵을 나눠주는 ‘광화문 빵집’, 커피를 주는 ‘가로수 다방’ 등이다. 이문세 관련 문제를 풀어 좋은 성적을 거두면 선물을 주는 ‘학력고사장’이 있는가 하면, ‘파랑새 우체국’에서 주소를 적으면 나중에 집으로 연하장이 날아온다. “공연장 오는 것 자체를 축제처럼 만들고 싶어 짜낸 아이디어다. 다만 주경기장 주변에는 마땅한 공간이 없어 이번에는 이런 천막들을 설치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이 대표는 아쉬워했다.
공연 중에는 관객들을 여러 파트로 나눠 코러스로 참여하게 하거나 미리 나눠준 셰이커·캐스터네츠·트라이앵글을 함께 연주하며 합창하는 순서를 마련하기도 한다. 공연 도중 뜨거운 반응을 보여준 관객에게 선물을 주거나 연예인들이 많이 타는 고급 승합차로 집까지 데려다주는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공연이 끝나면 예매하면서 전화번호를 남긴 관객들에게 “오늘 공연에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당신이 나의 최고 관객입니다. -행복한 이문세” 같은 휴대전화 문자를 보낸다. 그러면 답문자가 쏟아진다. “다음달 태어날 아기 태교차 왔다가 애 낳을 뻔했습니다. 행복한 시간 감사드려요.” “엄마와 함께 공연 봤는데요, 엄마의 소녀 시절을 엿볼 수 있었어요.”
공연을 만드는 이들이 생각하는 좋은 공연이란 어떤 걸까?
“티켓이 얼마나 팔리느냐는 아무래도 가수의 인기에 비례하죠. 사람들이 많이 와주면 좋지만, 꼭 그렇다고 해서 좋은 공연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중요한 건 관객들에게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정말 감동적인 공연이었다’는 관객 문자와 후기를 볼 때면 공연 준비하느라 얻은 스트레스가 싹 날아가고 힘이 불끈 솟아요. 이 맛에 이 일 하는 거죠.” 이 대표의 말이다.
가족같은 이문세팀 “척하면 척 마음이 통해요”
투어도 함께 여가도 함께
최근 다섯번째 커플 탄생 이문세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은 가족처럼 지내는 걸로도 유명하다. 공연기획사 무붕의 상근 임직원 7명에다 연주자, 코러스, 댄서 등 스태프까지 결합해 100여명이 함께 움직이는데, 한번 시작하면 1년 반 동안 이어지는 투어 내내 거의 멤버 교체 없이 다니다 보니 가족처럼 끈끈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공연을 함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여가를 함께 즐긴다는 것도 다른 팀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1년에 한두 차례 ‘명랑 운동회’를 여는 건 물론, 지방으로 공연을 가면 그 지역 특성에 맞는 놀이를 즐긴다. 경주에 가면 수학여행을 하고, 거제에 가면 낚시대회를 하는 식이다. 등산, 스키, 허브농원 모꼬지 등도 해마다 빠뜨리지 않는다. 스태프끼리 모여 이문세 공연 관련 시험을 치르는 ‘붉은 노을 학력고사, 졸업고사’(사진) 이벤트도 유별나다. “문세님의 노래 중 관객 반응이 가장 좋아 모두가 일어나는 ‘파랑새’에는 ‘삐릿삐릿’이 몇번 나오나?” 같은 문제를 풀어 성적우수자에게 상을 준다. 이문세 본인도 100점 만점에 39점을 받아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긴 투어를 마치면 스태프끼리 조촐한 시상식도 연다. 자체 투표로 신인상, 팀워크상, 커플상 등을 선정해 상패와 상품을 준다. 투어 기간 동안의 추억을 담은 책자도 만든다. 이처럼 가족 같은 분위기로 지내다 보니 스태프 안에서 실제 결혼으로 이어지는 커플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다섯번째 커플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재인 무붕 대표는 “이문세라는 사람이 행복을 나누고 함께 즐기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 그래서 막내부터 최고참까지 즐겁게 어울리는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스태프들끼리 너무 친밀해지면 좋은 무대를 위해 서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일부 우려도 있지만, 그보다는 긍정적 영향이 10배 이상 크다. 척하면 척 하고 마음이 통하는 게 가장 좋은 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이재현 비자금 사건은 살인청부 사건에서 시작됐다
■ "하나회는 돈과 권력 중독 환자들" 전두환 육사동기는 이렇게 말했다
■ [화보] '노무현 대통령 4주기' "내 마음 속 대통령"
■ 라면왕의 비법이 궁금해? 라면 첨가 최고의 아이템은 이것!
■ 적군의 시신에서 심장을 꺼내 들고…시리아, 광기의 유튜브 전쟁
오늘을 위한 단계였다
행복했어요, 최고예요
관객 문자·후기 볼 때면
스트레스가 싸악~
이 맛에 이 일 한다 공연기획사 무붕의 사무실은 서울 마포구 상수동의 한 아파트에 있다. 가정집 거실과 방에 책상과 의자를 놓고 업무공간으로 꾸렸다. “여자 혼자 밤늦게까지 남아 일하더라도 일반 사무실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조설화 홍보마케팅팀장은 귀띔했다. “그래도 여기서 절대 밥을 해먹거나 잠을 자지는 말자는 원칙을 세웠어요. 그러기 시작하면 이 공간이 너무 우울하고 칙칙해지지 않겠어요? 하하~. 아무리 늦어도 반드시 집으로 퇴근하기로 방침을 정했어요. 이불·침대·소파 따위를 놓지 않은 이유죠.” 22일 찾은 무붕 사무실에선 수시로 전화벨이 울려대는 가운데 직원 서너명이 바쁜 손놀림을 하고 있었다. 벽에 붙은 포스터가 이들이 더욱 바빠진 이유를 설명해주는 듯했다. ‘대한민국 이문세’, 6월1일 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라 할 수 있는 5만석 규모의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리는 공연이다. 정확히 열흘을 남겨둔 시점이었다. 이 거대한 공간을 어떻게 꾸밀까? 이재인 무붕 대표는 영국 런던브리지를 닮은 무대 모형을 보며주며 말했다. “가수와 관객을 이어주고 관객과 관객을 이어주는 다리 같은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의미죠.” 실제 무대는 길이 100m, 높이 30m 규모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무붕은 2009년부터 이문세의 공연을 제작해 왔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야외공연을 시작으로 ‘2009~2010 이문세 붉은 노을’ 투어, 2010년 1만석 규모의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이문세 더 베스트’ 공연, ‘2011~2012 이문세 붉은 노을’ 투어 등을 함께 해 왔다. 특히 지난 투어에선 40개 도시 100회 공연이라는 흔치 않은 기록을 세웠다. 경주, 당진, 목포, 거제 같은 소도시부터 캐나다,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등 해외까지 돌았다. “이 모든 과정이 올림픽주경기장까지 오기 위한 단계였던 것 같다”고 이 대표는 되돌아봤다.
6월1일 30주년 콘서트를 열 올림픽주경기장을 이문세가 돌아보고 있다. 무붕 제공
‘붉은 노을 학력고사, 졸업고사’
최근 다섯번째 커플 탄생 이문세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은 가족처럼 지내는 걸로도 유명하다. 공연기획사 무붕의 상근 임직원 7명에다 연주자, 코러스, 댄서 등 스태프까지 결합해 100여명이 함께 움직이는데, 한번 시작하면 1년 반 동안 이어지는 투어 내내 거의 멤버 교체 없이 다니다 보니 가족처럼 끈끈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공연을 함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여가를 함께 즐긴다는 것도 다른 팀에선 볼 수 없는 모습이다. 1년에 한두 차례 ‘명랑 운동회’를 여는 건 물론, 지방으로 공연을 가면 그 지역 특성에 맞는 놀이를 즐긴다. 경주에 가면 수학여행을 하고, 거제에 가면 낚시대회를 하는 식이다. 등산, 스키, 허브농원 모꼬지 등도 해마다 빠뜨리지 않는다. 스태프끼리 모여 이문세 공연 관련 시험을 치르는 ‘붉은 노을 학력고사, 졸업고사’(사진) 이벤트도 유별나다. “문세님의 노래 중 관객 반응이 가장 좋아 모두가 일어나는 ‘파랑새’에는 ‘삐릿삐릿’이 몇번 나오나?” 같은 문제를 풀어 성적우수자에게 상을 준다. 이문세 본인도 100점 만점에 39점을 받아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고 한다. 긴 투어를 마치면 스태프끼리 조촐한 시상식도 연다. 자체 투표로 신인상, 팀워크상, 커플상 등을 선정해 상패와 상품을 준다. 투어 기간 동안의 추억을 담은 책자도 만든다. 이처럼 가족 같은 분위기로 지내다 보니 스태프 안에서 실제 결혼으로 이어지는 커플이 나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다섯번째 커플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재인 무붕 대표는 “이문세라는 사람이 행복을 나누고 함께 즐기는 것을 워낙 좋아한다. 그래서 막내부터 최고참까지 즐겁게 어울리는 이런 자리를 많이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스태프들끼리 너무 친밀해지면 좋은 무대를 위해 서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일부 우려도 있지만, 그보다는 긍정적 영향이 10배 이상 크다. 척하면 척 하고 마음이 통하는 게 가장 좋은 점”이라고 덧붙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이재현 비자금 사건은 살인청부 사건에서 시작됐다
■ "하나회는 돈과 권력 중독 환자들" 전두환 육사동기는 이렇게 말했다
■ [화보] '노무현 대통령 4주기' "내 마음 속 대통령"
■ 라면왕의 비법이 궁금해? 라면 첨가 최고의 아이템은 이것!
■ 적군의 시신에서 심장을 꺼내 들고…시리아, 광기의 유튜브 전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