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이승열
싱어송라이터 이승열 4집 ‘V’
이국적 소리 등 낯섦의 연주
이국적 소리 등 낯섦의 연주
이 남자,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극단의 예술성을 추구하는 전위음악에 가까운 앨범으로 승부수를 던지고야 말았다. 싱어송라이터 이승열(사진)이 최근 발표한 4집 <Ⅴ>다.
이승열이 걸어온 길을 보면, 끊임없이 탐구하고 도전하는 모험가 같다. 음악인으로서 출발부터가 그랬다. 방준석과 결성한 밴드 ‘유앤미블루’가 1990년대 중반 남긴 2장의 앨범은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린다. 당시 국내에서 생소한 모던록 음악을 담아 대중의 외면을 받다가 뒤늦게 작품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1997년 밴드 해체 뒤 몇 년의 방황 끝에 어렵사리 발표한 솔로 1집 <이날, 이때, 이즈음에…>(2003)는 대중성과 작품성 사이에서 균형을 잘 이룬 명반으로 평가받았다. 그래도 음악이 좀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자 그는 2집 <인 익스체인지>(2007)에서 일부러 더 밝고 친절한 음악을 선보였다. 그는 훗날 “2집 때는 대중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내게 안 맞는 옷을 입었던 것 같다”고 되돌아봤다.
이승열은 2011년 발표한 3집 <와이 위 페일>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나 가네’, ‘기다림의 끝’ 2곡을 스튜디오에서 라이브로 합주하는 방식으로 녹음하는가 하면, 앨범 마지막에 숨겨놓은 10분짜리 히든트랙에선 몽환적인 사이키델릭까지 넘나들었다.
3집을 녹음하며 그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음악가로서 내가 하는 걸 두려워하지 말자. 자기확신이 없는데, 어떻게 음악을 오래 할 수 있겠나?”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었다고 한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야말로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밀어붙인 게 이번 4집이다.
전반적으로 노랫말이 별로 없고, 연주의 비중이 높다. 곡의 구성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 어법과 많이 다르다. 수록곡 10곡 중 6곡을 스튜디오가 아닌 서울 홍대앞 공연장 벨로주에서 라이브 합주로 녹음한 것도 특이하다. “공연장 안 소리의 울림이 주는 공간감을 살리고 싶었다”고 한다.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고 반해버린 베트남 전통 현악기 ‘단버우’를 주요하게 활용한 점이나 모로코 출신 가수 스비타르 오마르의 주문을 외는 듯한 노래를 집어넣은 점은 앨범을 무척 이국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그는 왜 대중성을 포기하는 극단의 선택을 한 걸까? “대중성을 고려하는 게 내가 가고자 하는 창작 방향과는 안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금 이 시점에서 이런 음악을 해야 더 오래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다음 앨범에선 낯선 요소와 익숙한 요소를 섞는 작업을 해볼까 합니다. 일렉트로닉 음악가와 협업 앨범도 내보고 싶고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플럭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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