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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피부로 듣는 음악

등록 2013-06-06 19:36수정 2013-06-06 20:18

서울 정동에 있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서울 정동에 있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서정민의 음악다방
지난 주말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이문세’ 공연을 봤다. 5만석 규모에 걸맞게 화려하고 역동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이문세는 2시간여 동안 5만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며 교감을 나눴다. 유일한 흠이라면 음향이었다. 대규모 야외공연이 갖는 한계이긴 한데, 뒷자리에선 사운드의 생생한 질감을 온전히 즐길 수 없어 아쉬웠다.

2009년 체코 프라하를 여행한 적이 있다. 프라하성과 카를교의 아름다움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어느 고건축물에서 만난 연주회다. 길을 가다 우연히 받아든 전단에는 조지 거슈인의 ‘랩소디 인 블루’를 비롯해 듀크 엘링턴, 찰리 파커, 안토니우 카를루스 조빙, 드보르자크 등의 명곡을 색소폰으로만 이루어진 4중주단 ‘체코 색스 콰르텟’이 연주한다고 나와 있었다.

전단을 들고 찾아간 곳은 클레멘티눔이라는 건물. 17세기에 지어져 학교, 교회, 도서관 등으로 사용돼온 곳이라고 한다. 벽에 거울이 붙어 있어 ‘거울의 방’이라 불리는 예배당이 바로 공연장이었다. 앰프, 스피커 같은 음향설비가 전혀 없었는데, 연주의 울림이 내 몸을 훑으며 지나가는 것처럼 생생했다. 귀가 아니라 피부로 음악을 들었달까. 아마도 소리 울림을 왜곡 없이 극대화하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일 터다. 소리 증폭장치가 없던 시절 사람들이 연주회를 즐기던 방식 그대로를 체험한 셈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근교에 ‘레드 록스’라는 공연장이 있다. 로키산의 거대한 붉은 바위로 둘러싸인 야외공연장이다. 소리의 울림을 자연적으로 증폭하는 지형적 특성 때문에 1900년대 초부터 지역 음악가들이 연주 장소로 애용해왔다고 한다. 그러다 1941년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공연장이 건설된 뒤로 비틀스, 유투, 스팅 등 수많은 유명 음악인들이 이곳에서 공연했다.

레드 록스를 알게 된 건 유튜브에서 발견한 영상 때문이었다. 올해 초 미국 그래미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을 수상한 영국 포크록 밴드 ‘멈포드 앤 선스’가 이곳에서 대표곡 ‘아이 윌 웨이트’를 연주하는 공연실황을 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다. (앰프와 스피커의 힘을 빌리긴 했어도) 어쿠스틱 기타, 밴조, 콘트라베이스, 건반 등으로 이뤄진 단출한 구성으로 1만 관객이 가득 들어찬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영상만 봐도 행복한데, 저기서 펄쩍 뛰는 사람들은 얼마나 흥분될까 상상하며 침만 꿀꺽 삼켰다.

오는 13일 열리는 특별한 공연을 기다린다. 이탈리아 출신 피아니스트 다닐로 레아, 트럼펫 연주자 플라비오 볼트로 2명의 무대다. 오페라 아리아를 재즈로 재해석해 들려주는 것으로 유명한 이들 듀오는 2011년 경기도 가평군 자라섬에서 열린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해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이번 무대는 더 유별나다. 서울 정동에 있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사진)이 공연장이다. 중세 유럽 로마네스크 양식과 우리네 전통 기와 양식의 조화를 꾀한 이 성당은 아름답기로 이름나 있다. 높은 천장을 지닌 예배당은 소리의 울림이 좋아 교회 음악회뿐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강동석 등의 공연장으로도 활용됐다. 다닐로 레아와 플라비오 볼트로는 앰프와 스피커 없이 오롯이 피아노와 트럼펫이 만드는 날것의 소리만으로 성당을 채울 거라고 한다. 그 소리의 물결에 온몸을 내맡겨보련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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