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크리스토>의 다양한 의상들. 올해 여름 뮤지컬은 18~19세기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을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들이 몰리면서 화려한 의상들이 볼거리 전쟁을 벌일 전망이다. 좀더 화려하게, 좀더 세밀하게 당시 배경을 되살리기 위해 의상에 많은 공을 들이면서 완벽한 고증과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한 점이 특징이다. <몬테크리스토>(왼쪽)와 <두 도시 이야기>의 다양한 의상들. 각 회사 제공
18~19세기 유럽 무대 뮤지컬 셋
인도서 원단 공수해서 자수 놓고
인물별로 전담 의상스태프까지 둬
화려함과 웅장함에 패션쇼 보는듯
인도서 원단 공수해서 자수 놓고
인물별로 전담 의상스태프까지 둬
화려함과 웅장함에 패션쇼 보는듯
올여름,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들은 200년 전 유럽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을 듯하다. <몬테크리스토>, <두 도시 이야기>, <스칼렛 핌퍼넬> 등 이례적으로 18~19세기 유럽을 무대로 한 뮤지컬들이 줄줄이 무대에 오른다. 시대극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이 작품들은 비슷한 배경을 좀더 특별하게 표현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치열한 ‘볼거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대극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볼거리는 바로 의상.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해도 주인공의 신분과 계급, 이야기 전개에 따라 의상은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가장 먼저 7일 개막하는 <몬테크리스토>는 주인공 단테스의 신분이 선원→죄수→해적→귀족으로 바뀌기 때문에 다양한 19세기 의상을 다채롭게 볼 수 있다. 제작사인 이엠케이 뮤지컬컴퍼니 신혜진 과장은 “수수한 서민 의상부터 최상층 귀족들의 파티 의상까지 180세트 이상의 옷과 액세서리를 준비했다”며 “특히 귀족 여인 역의 배우들은 옷맵시를 살리기 위해 당시 유럽 여성들이 입었던 슈미즈·페티코트 등의 속옷까지 갖춰 입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당시 유럽에서 동양의 의상·그림·도자기·액세서리가 부의 상징이 되며 유행했다는 점에 착안해 백작이 된 몬테크리스토의 의상에는 자수·비즈 장식을 달아 이국적인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 한정임 디자이너는 “주인공의 의상은 인도에서 직접 공수한 원단으로, 인도의 장인들이 비즈와 수를 놓았다”며 “원단을 구하기 위해 의상 스태프들이 두 번이나 인도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클라이맥스인 파티 장면에 나오는 몬테크리스토의 롱재킷은 2만개 이상의 비즈를 달아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고자 했고, 빨간 망토에는 불타는 뱀을 형상화한 자수를 놓는 등 100% 수작업으로 의상을 제작했다.
18일 개막하는 <두 도시 이야기>의 경우엔 의상과 신발 등을 모두 브로드웨이에서 공수해왔다.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직접 구현한 패션 디테일을 한국 무대에서도 보여준다는 점을 앞세운다. <두 도시 이야기>는 프랑스대혁명을 배경으로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오가며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로, 도시를 넘나들다 보니 의상을 갈아입는 횟수가 많아 의상 전담 큐시트(진행 순서표)를 따로 만들었다. 제작사 비오엠코리아 김옥진 과장은 “당시 영국과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외투와 망토 등 의상이 200벌 넘게 등장하기 때문에 의상팀에서 인물별로 전담 스태프를 두고 의상 갈아입는 순서, 보관 위치는 물론 주의사항까지 따로 상세히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대혁명 이전과 이후 의상이 차이가 나는 점도 또다른 특징이다. 혁명 전에는 낡고 칙칙한 의상이 주가 됐다면 혁명 이후에는 기본 의상에 혁명군임을 상징하는 삼색휘장이나 코사지류를 달아 당시 고조된 혁명의 분위기를 표현했다.
다음달 한국에 선보이는 <스칼렛 핌퍼넬>은 ‘화려함과 웅장함’을 앞세운 의상을 강조한다. 의상에만 2억원을 넘게 투입해 500여벌을 제작중이다. 액세서리와 모자 등은 섬세한 사실성을 높이기 위해 디자이너가 프랑스 현지 골동품 전문점을 찾아가 직접 구입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프랑스혁명 이후의 과도기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의상은 여러 콘셉트가 뒤섞여 있다. 여성의 경우 과도하게 코르셋으로 허리를 조이고 페티코트로 치마를 부풀리는 ‘로코코 스타일’, 허리를 조이는 코르셋에서 벗어나 가슴을 강조하는 ‘엠파이어 스타일’이 공존한다. 억압에서 해방으로 넘어가는 시대적 배경이 여성 출연자들의 의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도록 했다고 한다. 작품 하이라이트인 왕국 왕실의 가면무도회 장면에서는 붉은색과 황금색이 뒤섞인 화려한 드레스와 함께 다양한 가면들이 등장해 관객의 눈을 끌어당길 예정이다.
조문수 디자이너는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하면서 모던함을 더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라며 “스칼렛이라는 말이 빨간색을 뜻하므로 작품 전체에 붉은색을 모티브로 한 의상들이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두 도시 이야기>의 다양한 의상들.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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