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새 앨범 <플레이밍 너츠>를 선보인 밴드 크라잉넛. 왼쪽부터 베이스 한경록, 키보드 김인수, 기타 이상면, 보컬 박윤식, 드럼 이상혁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크라잉넛 7집 ‘플레이밍 너츠’ 발표
힙합·메탈·폴카 등 다양한 장르로
웃기고 위로하고 풍자하고 토닥여
“사회 비판 강박 내려놓고 즐겁게…”
힙합·메탈·폴카 등 다양한 장르로
웃기고 위로하고 풍자하고 토닥여
“사회 비판 강박 내려놓고 즐겁게…”
죽마고우 네 친구가 호두과자를 사고 나니 집에 갈 차비가 없었다. 눈물의 호두과자를 씹으며 집까지 걸어서 간 이들은 훗날 결성한 밴드 이름을 ‘크라잉넛’이라고 지었다.
울부짖는 땅콩이 불타오르는 땅콩으로 돌아왔다. 5인조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이 4년 만의 새 앨범인 7집 <플레이밍 너츠>(사진)를 발표했다. 붉게 불타오르는 앨범 표지에는 콧수염을 기른 땅콩이 얼굴을 험상궂게 찌푸리고 있다. 뭐가 이들을 화나게 만든 걸까?
“만화가 강도하 형이 그려준 건데요, 별 뜻 없어요. 멤버들과 함께 로버트 로드리게스 감독의 비(B)급 영화 <마셰티>를 봤는데, 주인공이 악역 전문으로 나오는 멕시코계 미국인 배우 대니 트레조거든요. 그 배우 분위기가 맘에 들어서 그렇게 그려달라고 한 거예요.”(이상혁·드럼)
“2009년 발표한 6집 <불편한 파티>에선 사회비판적 가사를 담아 좀 어둡고 무겁게 갔어요. 그땐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해서 그래야 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강박을 내려놓고 여행 가는 느낌으로 즐겁게 만들었어요.”(이상면·기타)
김인수(건반)의 아이리시 휘슬(아일랜드 전통 관악기) 연주로 문을 여는 ‘해적의 항로’부터 듣는 이를 신나는 모험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어 나오는 타이틀곡 ‘기브 미 더 머니’는 쿵쿵거리는 힙합 비트에 랩을 더해 나름 파격을 꾀한 곡이다. 심지어 우쿨렐레 연주도 나온다. “마음을 넓게 가지고 야망을 품고 세상을 바라봐볼까. 마음을 넓게 가지려면 어느 정도 생활에 여유가 뒷받쳐주면 좋겠지. 역시 돈이 좀 필요해”라는 노랫말은 크라잉넛 식의 블랙유머 같다. 의미를 물었더니 노래를 만든 이상혁이 말했다. “이 노래 만들 때 그냥 돈이 좀 없었어요. 풍자를 하려 해도 돈이 있어야 하죠. 하하~.”
한경록(베이스)이 만든 ‘레고’와 ‘5분 세탁’은 희망을 품은 노래다.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보잘것없는 레고 조각이라도 여럿이 모이면 기차도 되고 공룡도 되고 원하는 건 모두 될 수 있다”거나 “방황하고 실수하고 무너지고 바닥쳐도 괜찮아. 같이 걷고 같이 널어 우울한 빨래를 짜내버려”라며 잔뜩 웅크린 이들의 어깨를 토닥여준다.
“캐슈넛 헤이즐넛 파인넛 크라잉넛 호두 아몬드 잣 같은 땅콩들”이라는 ‘골때리는’ 가사를 담은 곡 ‘땅콩’은 격렬한 스래시 메탈이다. 평온한 컨트리 음악 같은 ‘새 신발’이나 자신들의 히트곡 ‘서커스 매직 유랑단’을 떠올리게 하는 폴카 리듬의 ‘취생몽사’도 있다. 아날로그 신시사이저인 무그를 쓴 ‘미지의 세계’는 몽환적인 사이키델릭 같다.
마지막 곡 ‘여름’은 월드뮤직의 감수성을 지닌 김인수가 만든 멕시코풍 노래다. 크라잉넛은 지난해 3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음악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에 참가했다. “당시 만난 히스패닉 사람들이 다들 착하고 여유로웠거든요. 그런 분위기를 담은 노래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김인수)
이렇듯 앨범에 담은 10곡의 분위기는 모두 제각각이다. 단순히 펑크록이라는 범주로 묶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우리 음악이 전형적인 펑크록이라고 하기는 힘들겠죠. 하지만 펑크는 장르에 갇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좋아하는 걸 하는 게 바로 펑크 정신 아닐까요? 그런 뜻에서 우리는 영원한 펑크 밴드가 될래요.”(박윤식·보컬)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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