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
[문화‘랑’]문화인
동성애·성전환·복장도착자 등
“소수자 아픔 통해 자기치유 경험”
동성애·성전환·복장도착자 등
“소수자 아픔 통해 자기치유 경험”
소수자 이야기를 담은 연극과 뮤지컬들이 최근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주류 위주의 시각을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문화의 속성상 ‘소수자 코드’를 주제로 한 공연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의 추세는 분명 두드러져 보인다.
지난달 말부터 서울 종로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중인 연극 <나는 나의 아내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존했던 독일의 ‘복장도착자’ 샤를로테 폰 말스도르프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뼈대로 한 작품이다. 중견 배우 남명렬이 검은색 드레스에 진주목걸이를 걸고 구두를 신은 여장남자로 나와 1인 35역을 연기한다. 이 작품은 성적 소수자인 인물이 나치시대와 동독 치하의 격변기를 살아내는 과정을 통해, 다수자의 눈이 아닌 소수자의 눈으로 바라본 역사를 이야기한다. 강량원 연출가는 “이 연극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 경계에 선 한 인간이 살아낸 역사를 미시적으로 들여다본 것”이라며 “이 작품을 통해 내가 타인을 바라봤던 편파적이고 단선적인 시선을 넓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꽃미남이자 천재인 두 청년의 동성애와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다룬 뮤지컬 <쓰릴미>도 지난달 다시 무대에 올라 9월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리처드 러브와 네이선 레오폴드 유괴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져 2007년 초연되어 수많은 마니아 팬을 양산했다. 남성 2인극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작품으로, 두 배우의 키스신 등 다소 수위가 높은 장면도 있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 록 가수 이야기의 삶을 다룬 <헤드윅>은 조승우·송창의 등이 다시 주연을 맡아 지난 8일 개막 뒤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 지난 2일 막을 내린 뒤 재공연을 준비중인 뮤지컬 <드랙퀸> 역시 화려한 여성복장을 한 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남성들을 다룬 작품으로, 실제 트랜스젠더인 하리수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올 초 공연된 <트레이스 유>, <풍월주> 등 극 전반에 유사 동성애 코드가 숨겨진 작품들도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국립창극단의 청소년 창극 <내 이름은 오동구>는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소년’의 성 정체성 문제를 다룬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강호동처럼 씨름을 잘하게 생겼지만, 비욘세 같은 여성 가수를 꿈꾸는 오동구가 꿈을 이루기 위해 씨름대회에 나선다는 이야기로, 사춘기 소년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갈등을 창극이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그려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올해 칸 영화제에서 레즈비언 영화 <블루 이즈 더 워미스트 컬러>가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소수자 문화가 주류사회로 편입해 들어오고 있는 것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사회적인 어려움이 극심한 상황에서 성적 소수자들이 겪는 아픔을 통해 또다른 사회적 소수자인 스스로를 치유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이런 공연이 급증한 듯하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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