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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뻔한 영웅담은 밥맛이야, 괴짜 영웅 ‘위트’ 보시라

등록 2013-07-04 19:40수정 2013-07-04 23:18

(※클릭하면 이미지가 커집니다.)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국내 초연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
귀족과 의인 ‘두 얼굴’ 주인공
우스꽝스런 노래와 대사·춤
‘전설적 영웅’ 고정관념 깨뜨려
박건형·한지상 능청연기 돋보여
500벌 화려한 의상도 볼거리

“블링블링 스팽글, 주름·레이스, 예쁘게 치장한 야성남~오~예~멋져~! 그게 신이 남잘 만든 이유~”, “쇼블랑? 아~소불알!”

우스꽝스러운 노래와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내뱉으며 춤추는 ‘새로운 영웅’이 나타났다. 2일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른 국내 초연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칼렛 핌퍼넬>은 영웅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어놓으며 150분 공연 내내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배트맨처럼 정체를 숨긴 채 이중생활을 하지만 음울하진 않고, 아이언맨처럼 부유하지만 특권 의식에 찌들지 않은 유쾌하고 위트 넘치는 영웅. <스칼렛 핌퍼넬>은 뮤지컬에서 흔하디 흔한 시대극의 외피를 쓰고 있지만, 이런 주인공 캐릭터를 무기로 다른 작품들과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때는 프랑스혁명 시기 로베스 피에르의 공포 정권. 낮에는 화려한 영국의 한량 귀족으로, 밤에는 프랑스 감옥에 갇힌 사람을 구출해내는 비밀결사대 수장으로 활동하는 두 얼굴의 사나이 퍼시와 그의 연인 마크리트, 공포 정권의 수족인 악당 쇼블랑의 삼각구도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여기에 혁명기 프랑스의 현실, 적대국인 영국과의 관계 등 역사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 결합됐다. 작품 제목인 스칼렛 핌퍼넬은 ‘빨강 별봄맞이 꽃’이란 뜻으로, 비밀결사대의 상징 문양이자 주인공 퍼시의 가명이다.

한국에서는 다소 낯선 헝가리 귀족 출신 작가 바로네스 오르치의 소설이 원작인 <스칼렛 핌퍼넬>은 지난 100년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연극·영화·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만들어져 수많은 영웅 이야기의 원형이 됐다. 그래서인지 스토리는 다소 뻔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프랑스혁명 시기, 한량 귀족과 비밀결사대 수장을 오가는 이중적 모습의 영웅 이야기를 담은 <스칼렛 핌퍼넬>은 화려한 볼거리와 웅장한 음악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씨제이이엔엠 제공
프랑스혁명 시기, 한량 귀족과 비밀결사대 수장을 오가는 이중적 모습의 영웅 이야기를 담은 <스칼렛 핌퍼넬>은 화려한 볼거리와 웅장한 음악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씨제이이엔엠 제공
하지만 순간순간 표변하는 주인공 캐릭터는 이런 뻔함을 상쇄할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다. <조로>, <헤드윅> 등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박건형과 <캐치 미 이프 유 캔>으로 뮤지컬에 데뷔한 박광현, 그리고 최근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유다 역으로 바람을 일으킨 한지상이 캐스팅 됐다. 특히 한지상은 <지저스…>에서 송곳처럼 날카로운 유다였던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100% 연기변신을 보여준다. 속사포 랩을 쏘아대는 듯 수다스럽고, 여자보다 더 의상에 신경을 쓰는 패셔니스타이며, 시시때때로 엉덩이를 실룩대는 괴짜 귀족 퍼시 역할을 능청스럽게 연기하며 원맨쇼를 펼친다. 여기에 이미 증명된 고음역대의 가창력에 연인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선보인다.

캐릭터만큼이나 관객들을 휘어잡는 것은 세련된 노래들이다. <지킬 앤 하이드>, <몬테 크리스토>, <황태자 루돌프> 등의 음악을 맡았던 유명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웅장한 멜로디는 귀에 착착 감기며 감성을 자극한다. 퍼시와 마그리트가 부르는 ‘유 아 마이 홈’과 메인 테마곡인 ‘인투 더 파이어’는 미국에서 웬만한 대중가요보다 더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수백 송이 장미로 장식된 영국식 ‘장미정원’, 프랑스 국립극장 ‘코메디 프랑세즈’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내부장식, 영국과 프랑스를 건너는 장면에 등장하는 초대형 사이즈의 뱃머리 등 무대장치와 2억원 넘는 돈을 들였다는 500벌의 화려한 의상 등의 볼거리들도 또다른 즐거움이다. 9월8일까지. 1577-3363.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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