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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마이클 잭슨,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록 2013-07-18 19:41수정 2013-07-19 11:46

‘린 댄스’를 추는 장면,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린 댄스’를 추는 장면,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정민의 음악다방
마이클 잭슨은 2009년 7월부터 50일간 영국 런던에서 공연하는 ‘디스 이즈 잇’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10년 만의 컴백 공연이었다. 그러나 공연을 얼마 앞둔 6월25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고 말았다. 전세계 음악팬들에게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그해 10월 극장에 다큐멘터리 영화 <디스 이즈 잇>이 걸렸다. 공연을 준비하는 마이클 잭슨의 리허설 영상을 편집한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마이클 잭슨의 죽음 못지않게 안타까웠던 건 ‘디스 이즈 잇’ 무대를 끝내 볼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이었다. 흑백 갱스터 영화 속으로 들어간 ‘스무스 크리미널’이나 3디 입체영상으로 재탄생한 ‘스릴러’ 장면은 리허설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공연이 실제로 이뤄졌다면 얼마나 대단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커져만 갔다.

그는 가고 없지만 미완의 마지막 무대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세계적인 아트 서커스 공연단 ‘태양의 서커스’ 팀이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투어’ 공연을 만든 것이다. 마이클 잭슨의 ‘데인저러스 월드투어’를 함께했던 제이미 킹이 각본·감독을 맡았고, 마이클 잭슨의 ‘오른팔’이었던 트래비스 페인이 안무를 맡았다. 수십년간 잭슨의 음악 파트너로 활동한 그레그 필링게인스, 조너선 모펫 등이 음악감독과 밴드를 맡았다.

지난 주말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태양의 서커스 공연을 봤다. 우선 놀라웠던 건 밴드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흐른 마이클 잭슨의 목소리였다. 제작진은 마이클 잭슨 재단의 도움으로 마이클 잭슨이 생전 녹음했던 음원에서 그의 육성만을 추출해냈다. 마이클 잭슨이 현장에서 실제로 노래를 부르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던 이유다.

무대 퍼포먼스 또한 놀라움과 감동의 연속이었다. ‘스무스 크리미널’에서 10명의 마이클 잭슨이 동시에 상체를 45도 기울이는 ‘린 댄스’(사진)를 추는 장면과 ‘빌리 진’에서 역시 10명의 마이클 잭슨이 뒤로 걷는 ‘문워크 댄스’를 추는 장면에선 가슴이 벅차다 못해 뭉클해졌다. ‘블랙 오어 화이트’에선 마이클 잭슨이 생전에 꿈꾸던 차별 없는 세상을 상징하는 만국기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우리 태극기도 등장한 건 물론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찡한 순간은 이 대목이었다. 먼저 소년과 범고래의 우정을 다룬 영화 <프리 윌리>의 주제곡으로 쓰인 ‘윌 유 비 데어’가 흘렀다. “요단강처럼 날 안아줘요. 형제처럼 내 손을 잡아줘요. 엄마처럼 날 사랑해줘요. 그대 거기 있어줄래요? 난 지쳤어요.” 지치고 힘겨워하는 마이클 잭슨의 모습이 떠올랐다. “도저히 나아갈 수 없을 때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나 역시 한 사람의 인간일 뿐”이라고 노래하는 그 마이클 잭슨 말이다. 곧이어 커다란 흑백 영상이 비쳤다. 잭슨 파이브 시절의 꼬마 마이클 잭슨이 ‘아일 비 데어’를 노래하고 있었다.

한바탕 쇼가 끝나고 불 꺼진 무대에는 마이클 잭슨의 실루엣만 남았다. 바닥 아래로 서서히 사라지는 실루엣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 그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사람들 마음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거라고. 그는 ‘불멸’의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내 이름을 불러봐. 내가 거기 있을 거야.”(‘아일 비 데어’) 어디선가 꼬마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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