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규성(34)
뮤지컬 ‘위대한 슈퍼스타’ 연규성
병으로 가수 꿈 접었지만
오디션 프로로 다시 재기
자기삶 다룬 뮤지컬서 주연
“병은 인생2막 열어준 원동력”
병으로 가수 꿈 접었지만
오디션 프로로 다시 재기
자기삶 다룬 뮤지컬서 주연
“병은 인생2막 열어준 원동력”
“오디션이요? 가수는 인생 자체가 오디션 아닐까요? 무대 위에 설 때마다 대중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순간순간 오디션을 보는 기분이니까요.”
연규성(34)은 오디션과 인연이 깊다. 케이블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케이4>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그는 본격적인 첫 활동무대로 오디션을 주제로 한 대학로 뮤지컬 <위대한 슈퍼스타>를 선택했다.
뮤지컬 <위대한…>은 연씨 자신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극 중 그는 병 때문에 가수의 꿈 앞에서 좌절하는 오디션 지원자 역을 맡았다. 그래서일까? 첫 연기 도전인데도 그는 ‘노래할 수 없어. 가수의 꿈도 포기했어. 밀어내려 할수록 가슴이 너무 아파’라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진짜’ 눈물을 흘린다. “매번 같은 연기를 하는데도 이 부분에선 저절로 눈물이 나요.”
실제로 그는 가수에겐 치명적인 ‘연축성 발성장애’라는 병을 앓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인터넷상에서 12만명의 팬을 거느린 ‘신들린 가창력’으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2005년 무렵부터 성대 근육에 문제가 생겨 마음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 병과 싸워왔다. “병 때문에 오히려 제가 뭘 원하는지 절실히 깨달았던 것 같아요. 병은 제가 이겨내야 할 벽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제 인생의 2막을 열게 해 준 원동력이기도 해요.” 그는 병을 앓으며 노래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깨달았고, 고민 끝에 오디션 프로그램에도 도전을 했다고 한다.
오디션을 계기로 ‘전업 가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 그는 지난달 초엔 아예 사표까지 냈다. 그리고 뮤지컬과 함께 드라마 <황금의 제국> 삽입곡 ‘가슴에 새긴다’를 들고 활동을 시작했다. 연세대를 나와 공기업·대기업에 근무할 정도로 나름 ‘엄친아’의 길을 걸어온 연씨는 “장남이라 부모님 기대가 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 ‘모두를 위하는 삶’을 선택했었지만 먼 길을 돌아 이제 다시 꿈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뮤지컬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만큼 연씨는 뮤지컬 삽입곡 중 두 곡은 작사까지 하는 등 또다른 재능도 선보였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만난 ‘문신맨’ (양)경석이가 곡을 쓰고 제가 가사를 써 ‘내가 아닌 나’와 ‘하늘을 날아’라는 곡을 만들었어요. 기회가 되면 이 곡들을 넣은 음반도 꼭 만들거예요.”
그는 노래뿐 아니라 춤·연기까지 선보여야 하는 뮤지컬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 욕심’도 내고 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뮤지컬은 물론 연극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그는 “드라마는 외모 때문에 아직은 좀…” 하며 웃었다.
뮤지컬 <위대한…>은 ‘꿈을 찾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꿈을 물었다. “가수요. 병을 이겨내고 ‘노래 잘하는 가수’가 되는 게 제 꿈이에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제 인생의 오디션은 이제 막이 올랐다고 생각해요.” 비너스홀. 9월8일까지. 1544-1555.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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