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내한공연이 예정된 <아메리칸 이디엇>은 미국의 펑크록밴드 그린데이의 음악을 뼈대로 만든 록뮤지컬이다. 9·11테러 이후 혼란기에 미국 젊은이들이 느꼈던 혼란과 충격을 감각적으로 그려냈다. 존 도트리 촬영·오디뮤지컬 제공
9월 내한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
한편의 이야기로 묶어 공연
토니상 무대디자인 수상작 세 청년의 자아찾기 여정
9·11 이후 혼란과 충격 그려 30개가 넘는 텔레비전 모니터에서는 전쟁, 핵무기, 테러의 위험을 경고하는 부시 대통령의 모습과 마약, 환각, 섹스와 관련된 이미지가 어지럽게 교차한다. 현대 대중문화의 중심인 미국을 상징하는 맥도널드,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의 영상도 이어진다. 그리고 “바보 같은 미국인은 되고 싶지 않아! 미디어에 지배받는 나라!”로 시작하는 그린데이의 노래 ‘아메리칸 이디엇’이 흐른다. 9월5일 한국 개막을 앞두고 지난 8일 일본 도쿄국제포럼 무대에서 미리 만난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메리칸 이디엇>은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을 휩쓴 거짓정보와 이를 무분별하게 전달한 미디어, 이로 인해 젊은이들이 겪어야 했던 혼란과 충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시작됐다. <아메리칸 이디엇>은 미국의 유명 펑크록밴드 그린데이가 2004년 발표해 1000만장 넘게 팔린 음반 <아메리칸 이디엇>의 전곡을 이야기 뼈대로 삼고 2009년 음반 <21세기 브레이크다운>의 2곡을 얹어 21곡으로 만든 ‘록 오페라’다. 앨범 한 장 수록곡 전체가 완결된 이야기가 되어 그대로 뮤지컬이 되었다는 점에서 여러 음반에서 뽑은 가수의 음악에 이야기를 입힌 주크박스 뮤지컬과 차별된다. 이야기는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황량한 교외 지역에 살던 세 청년 조니, 터니, 윌이 단조로운 현실에서 벗어나 새 삶을 살고자 함께 도시로 떠나기로 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윌은 여자친구 헤더가 임신을 하면서 고향에 남고, 도시에 온 조니와 터니는 터니가 ‘모병 광고’를 보고 입대해버리면서 곧 헤어진다. 홀로 남은 조니는 사랑하는 여자 왓서네임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마약과 술에 빠져들면서 만신창이가 돼 간다. 고향에 남은 윌 역시 처지를 비관하며 약물에 중독돼 헤더에게 버림받고 말고, 군인이 된 터니는 중동에서 다리 한쪽을 잃고 실의에 빠진다. 결국 좌절과 고통만을 맛본 뒤 1년 만에 고향에서 만난 세 친구는 삶의 경험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받아들이면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서로를 위로한다. 시작은 “바보 같은 미국인이 되고 싶지 않다”고 악다구니를 치다 끝은 “이곳이 내가 살아가야 할 나라”라고 허무하게 긍정해버리는 스토리가 다소 맥빠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하창고 느낌을 주는 단순하고 절제된 무대장치, 쉴 새 없이 무대 뒷벽에 투사되는 영상, 밴드석이 아닌 무대 위에서 배우와 함께 호흡하는 5인조 밴드의 화끈한 연주는 왜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의 찬사를 받으며 토니상 최우수 무대디자인상·조명디자인상을 받았는지 느끼기에 충분하다.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으로도 국내에 잘 알려진 연출가 마이클 메이어(53)는 기자들과 만나 “세 청년이 자신을 찾고자 떠난 여정이 위기를 맞고 좌절하며 성장한다는 내용은 사회적 맥락을 초월해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며 한국 흥행을 자신했다. ‘다소 맥빠진 결말’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는 “누구나 바보 같은 면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변화를 위한 걸음”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미국에 태어난 그 자체로 바보의 숙명을 이미 타고났다고 본다”는 재치있게 답했다. 9월22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1588-5212. 도쿄/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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