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재즈 그룹 윈터플레이가 20일 저녁 지붕 없이 서울 도심을 달리는 이층버스에서 이색공연을 펼치고 있다. 라우드픽스·네이버뮤직 제공
윈터플레이, 도심 이색공연
지붕뚫린 버스에 승객 20명 싣고
퇴근길 도심 연주…내주 영상공개
지붕뚫린 버스에 승객 20명 싣고
퇴근길 도심 연주…내주 영상공개
“부르릉~.” 지붕 없는 이층버스에 시동이 걸렸다. 이층좌석에 앉은 20명의 얼굴에 기대와 흥분을 머금은 듯한 홍조가 돌았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행운의 승객들이다.
“오픈 재즈 버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출발합니다.” 팝 재즈 그룹 윈터플레이의 이주한(트럼펫)이 말했다. 20일 오후 6시, 서울 동대문시장에 서 있던 버스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노오란 샤쓰 입은 말없는 그 사람이~.” 뒷자리에서 윈터플레이 혜원(보컬)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주한은 “딩동” 하는 추임새를 넣으며 트럼펫을 불었고, 기타·베이스·작은북(스네어 드럼)도 경쾌하게 울려댔다. 승객들은 고개를 뒤로 돌려 바라보며 흥겹게 박수를 쳤다.
버스가 동대문을 끼고 코너를 도는 순간 트럼펫을 연주하던 이주한의 두 다리가 허공으로 들렸다. 그래도 트럼펫 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달리는 버스에서 연주하기 위해 소파를 일부러 흔들어가며 연습했다”던 이주한의 농담이 진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층버스는 사랑싸움을 재치있게 노래한 ‘집시걸’과 ‘컴플리케이티드 유 앤 미’를 종로거리에 흩뿌리며 달렸다. 정체된 차량에 타고 있던 사람들,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이 버스를 보며 웃었다. 경찰버스에 탄 젊은 의경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주한이 한 오토바이 운전자를 향해 손을 흔들자 그도 손을 흔들고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이제는 조용히 음악을 감상할 시간입니다.” 승객들은 미리 건네받은 헤드폰을 썼다. 잔잔한 발라드 ‘퓨어 하트’가 흘렀다.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나는 사람을 아까 나눠드린 스케치북에 그리거나 글을 써보세요.” 승객들의 손놀림이 바빠졌다.
정우영(35)씨가 일어나 스케치북에 쓴 글을 읽었다. “옆에 앉은 나의 아내 선빈아, 오랜만에 연애하는 기분이라고 했지? 나도 그래. 우리 평생 연애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살아가자.” 승객들이 “뽀뽀해”라고 외쳤다. 부부는 수줍게 뽀뽀를 했다.
윈터플레이가 ‘퓨어 하트’를 라이브로 연주하기 시작했다. 버스가 지나는 청계천 위로 붉은 노을이 드리우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렸다. 아까 그 부부는 얼굴을 나란히 맞대고 ‘셀카’를 찍었다. 어느덧 1시간이 지나고 버스가 출발지로 되돌아왔다.
윈터플레이는 동대문시장에 세워둔 이층버스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이어갔다. 행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멈춰 서서 공연을 즐기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네이버뮤직은 이날 촬영한 이층버스 콘서트 영상을 다음주 공개할 예정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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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재즈 그룹 윈터플레이가 20일 저녁 지붕 없이 서울 도심을 달리는 이층버스에서 이색공연을 펼치고 있다. 라우드픽스·네이버뮤직 제공
팝 재즈 그룹 윈터플레이가 20일 저녁 지붕 없이 서울 도심을 달리는 이층버스에서 이색공연을 펼치고 있다. 라우드픽스·네이버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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