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29만원 대통령’ 들었다 놨다…19금 인형, 요~~물!

등록 2013-08-29 19:29수정 2013-08-29 20:58

김수빈 작가·최수명 피디
김수빈 작가·최수명 피디
‘애비뉴Q’ 발칙한 입담 창조
김수빈 작가·최수명 피디
트레키
트레키
화끈한 풍자 인기 미국 뮤지컬
한국정서 맞는 자막처리 호평

김구라 등장에 ‘빵’ 터지고
이모티콘 반응 좋아 놀랐죠

우리안의 엄숙주의 깨고 싶어
보고나면 힐링된 기분 느낄것

“(몬스터 학교를 짓기 위해) 돈을 모으자!”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부탁할까?” “전 재산이 29만원이라는 그 사람?” “무슨 헛소리야! 밀린 세금만 대략 1672억원인데….”

브로드웨이의 화제작 <애비뉴 큐(Q)>가 지난 23일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이 올랐다. ‘19금 퍼핏 뮤지컬’을 내세운 <애비뉴 큐>는 뉴욕의 가상공간 ‘애비뉴 큐’에 둥지를 튼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퍼핏(꼭두각시)들의 입으로 거침없이 전달한다. 그 안에는 취업난, 인종차별, 동성애 문제, 빈부격차 등 미국뿐만이 아닌 전세계가 공감할 만한 공통적인 문제들이 녹아 있다. 내한공연에선 언어의 장벽을 넘어 퍼핏들의 화끈한 속풀이를 어떻게 한국 사람 정서에 맞게 전달하느냐가 관전 포인트로 꼽혀왔다. 이번 공연은 ‘자막이 공연을 살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관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퍼핏들의 감정에 따라 색깔과 크
로드
로드
기를 달리하고, 이모티콘과 한국적 유머를 더한 자막은 ‘티브이 예능프로그램’의 톡톡 튀는 자막을 연상시켰다. 자막 번역을 맡은 김수빈(26·사진 왼쪽) 작가와 최수명(40·오른쪽) 제작피디를 29일 만났다.

“자막을 의역이 아닌 수정을 하려면 해외 크리에이티브팀은 물론 때론 원작자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게 제일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이었다고 김 작가와 최 피디는 입을 모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작품에 등장하는 술 이름을 소주·맥주로 바꾸는 것은 단칼에 안 된다고 하면서도 전두환 대통령 부분은 아예 새로 써넣었는데도 망설임 없이 ‘오케이’ 하더라고요. 하하하.”(최 피디) 원작자도 연출가도 뉴욕이라는 배경에서 있을 법하지 않은 설정은 허용하지 않지만, 작품의 묘미를 살리는 정치 풍자는 최대한 바꾸거나 새로 삽입하도록 해줬다고 한다.

루시
루시
번역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미국의 정서를 한국의 정서에 맞게 옮기는 것. ‘공감’이 없으면 ‘웃음’도 없다는 것이 번역의 원칙이었다고 한다. “극중에 언급되는 ‘상남자 스타일’ 배우가 <전격 제트작전>의 데이비드 해설호프였는데, 한국의 젊은층엔 인지도가 없어요. 누구로 바꿀까 엄청 고민하다 ‘김구라’로 바꿨죠. 다행히 관객들이 빵 터지더군요.”(김 작가) 원작에는 ‘조지 부시’로 표현됐던 절대 권력자도 한국에선 ‘김정은’으로, 보수주의자를 뜻하는 ‘공화주의자’도 ‘수구꼴통’이란 말로 바뀌었다.
케이트
케이트
“구려”, “열라 짱나” 등 한국 유행어도 등장한다. “사실 웃자고 하는 얘기에 죽자고 달려드는 사람이 있을까봐 부담도 컸어요. 특정 정당(?)을 떠올리는 분도 계실 수 있고….”(최 피디)

회심의 한 방은 자막에 불어넣은 ‘예능감’이었다. “시각적인 부분에 반응이 빠른 신세대들에 맞춰 자막을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죠. 주인공이 욕을 할 땐 가운뎃손가락을 쳐드는 이모티콘을, 돼지라고 놀릴 땐 돼지 모양의 이모티콘을 넣는 식으로요. 반응이 너무 좋아 놀랐죠.”(김 작가)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텔레비전 형태의 자막이어서 걱정도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시류를 잘 읽어낸 셈이 됐다.

니키
니키
자막의 배열과 넘어가는 속도도 치밀하게 계산한 결과다. 배우를 보랴, 퍼핏을 보랴, 자막을 보랴, 시선이 분산되는 단점이 있는 내한공연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서다. “1초도 아닌 0.5초 단위로 조작해요.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백번 넘게 돌려보며 타이밍을 맞춘 자막이죠.”(최 피디)

두 사람은 공공장소인 ‘극장’에서 야한 농담에 박장대소를 하면 창피한 일로 여기는 한국사람들의 ‘엄숙주의’를 깨고 싶었다고 한다. “자막은 완성된 것이 아니에요. 공연 끝날 때까지 최대한 손을 봐서 참으려 해도 참을 수 없는 웃음이 터지게 만들 거예요.”(김 작가) “그렇다고 웃기고 야하기만 한 싸구려 공연이 아니에요. 보고 나면 마음이 ‘힐링’되는 작품성 있는 작품입니다.”(최 피디)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사진 설앤컴퍼니 촬영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