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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애크러배틱…몽환적 이미지…테크노…
관객과 춤추는 ‘아르헨티나 환상의 쇼’

등록 2013-09-08 20:21수정 2013-09-08 21:29

논버벌 퍼포먼스 <푸에르자 부르타>는 70분 전석 스탠딩 공연으로, ‘보는 공연’에서 나아가 관객과 소통하며 “함께 놀자”고 제안하는 공연이다. 무대가 한곳에 고정돼 있지도 않고, 무대와 객석의 구분도 없다. 컴퍼니R·쇼비얀 제공
논버벌 퍼포먼스 <푸에르자 부르타>는 70분 전석 스탠딩 공연으로, ‘보는 공연’에서 나아가 관객과 소통하며 “함께 놀자”고 제안하는 공연이다. 무대가 한곳에 고정돼 있지도 않고, 무대와 객석의 구분도 없다. 컴퍼니R·쇼비얀 제공

논버벌 퍼포먼스 ‘푸에르자 부르타’

무대와 객석 경계 없애고
관객과 함께 즐기는 공연
국내엔 새달 11일 첫 내한

관객들의 머리 위로 투명한 아크릴 소재의 물수조가 등장한다. 물이 점점 차오르자 한 무리의 소녀들이 수조 안을 유영하듯 오간다. 한마리 인어 같기도 하고, 엄마 뱃속의 태아 같기도 하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수조를 비추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소녀들의 유영이 점차 빨라진다. 11m 위에 떠 있던 물 수조가 점차 사람들의 키높이까지 내려오자, 수조 안 소녀들은 힘껏 뛰어올랐다 투명수조 바닥에 몸을 내동댕이치듯 떨어진다. 관객들은 손을 뻗어 투명수조를 사이에 두고 소녀들과 손을 맞대며 환호성을 지른다. 음악은 점차 빨라지고 관객들은 소녀들의 움직임에 맞춰 소리치며 다함께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넌버벌 퍼포먼스(무언극)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잔혹한 힘)는 기존의 ‘보는 공연’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함께 놀자”고 제안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다. 내한공연에 앞서 지난 5일 중국 베이징 공티베이루에 위치한 공렌 체육관에서 <푸에르자 부르타>를 만났다.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천막식 스탠딩 공연장에는 조명 아래서 화려하게 보이는 형광색 옷을 입은 젊은이, 엄마 아빠와 함께 나온 어린이, 짧고 등이 파인 클럽복장을 한 연인, 머리가 희끗한 중년의 남성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모였다. 모두들 ‘놀 준비가 된’사람들처럼 한껏 흥분에 들떠 있었다. 디제이의 디제잉에 맞춰 고막이 찢어질 듯한 테크노풍 음악이 흘러나오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흥겹게 어깨를 들썩이며 음악에 몸을 맡겼다.

<푸에르자 부르타> 공연의 특징은 무대가 한 곳에 고정돼 있지도 않고, 무대와 객석의 구분도 없다는 점이다. 넥타이를 두른 회사원 차림의 배우가 줄에 매달린 채 컨베이어 벨트 위를 달리고 또 달리는 퍼포먼스를 펼치나 싶으면 암전과 함께 또다른 배우들이 나타나 오른쪽 벽을 무대 삼아 벽을 타고 달리는 애크러배틱을 선보인다. 앞과 뒤, 오른쪽과 왼쪽, 어느 곳에 서 있든 관객은 ‘무대의 중심’에서 쇼를 즐길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무대 위를 달리고 나는 것처럼 보였던 배우들은 어느새 관객들이 서 있는 객석으로 뛰어들어와 관객과 함께 춤을 춘다. 흥분한 일부 관객들은 배우들이 퍼포먼스를 펼치는 무대 위로 뛰어 올라가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중간중간 배우들이 종이박스와 스티로폼으로 만든 벽을 부술 때면 산산이 날리는 하얀 파편이 “오늘 하루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재밌게 놀자”고 유혹하는 듯하다.

공연이 만들어진 지 8년이 넘어서일까? 한국의 클럽처럼 세련되고 화려한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겐 음악도, 배우들의 춤도 다소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좀 촌스러우면 어떠랴. 천막 공연장 안에서는 내가 ‘주인공’인데. 옆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70분 동안 ‘미친 듯 놀고 싶은’사람에겐 안성맞춤이다. 한국공연에서는 빅탑 공연장 앞에 마련된 라운지에서 술도 마실 수 있다고 하니, 친한 친구나 연인끼리 하루쯤 즐겨볼 만하다. 고기냄새가 진동하고 폭탄주가 도는 식상한 회식 대신 회사동료들끼리 찾아도 좋겠다. 10월11~12월3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시어터. 1544-1555.

베이징/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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