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탄자 타고 떠나는 실크로드 음악여행’이라는 공연을 하는 두 밴드 수리수리 마하수리와 어쿠스틱 월드 멤버들이 인도, 몽골 등 전통악기를 들고 있다. 왼쪽부터 박재록·이정훈·구성모(어쿠스틱 월드), 오마르·정현(수리수리 마하수리).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실크로드 음악여행’ 콘서트
수리수리 마하수리·어쿠스틱 월드
호주와 몽골·인도 전통악기 연주
낯설고 오묘한 음악세계로 초대
“우리 음악 듣고 릴랙스 하세요”
수리수리 마하수리·어쿠스틱 월드
호주와 몽골·인도 전통악기 연주
낯설고 오묘한 음악세계로 초대
“우리 음악 듣고 릴랙스 하세요”
‘러시아워 콘서트’라는 기획공연이 있다. 퇴근길 직장인들이 교통지옥 시간대인 저녁 7~8시에 일상탈출의 쾌감을 맛보라는 취지로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가 마련한 무대다. 13일 열리는 네번째 러시아워 콘서트는 그 어느때보다도 더 낯설고 짜릿한 경험을 선사할 것 같다. ‘양탄자 타고 떠나는 실크로드 음악여행’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날 무대에는 아시아 여러 나라 전통음악에 뿌리를 둔 두 밴드 ‘수리수리 마하수리’와 ‘어쿠스틱 월드’가 오른다.
수리수리 마하수리는 모로코 출신 음악인 오마르, 아코디언 연주자 정현, 중동 타악기 연주자 미나로 이뤄진 밴드. 노래하는 오마르는 디제리두라는 오스트레일리아 전통악기도 연주하는데, 길쭉한 생김새도 독특하거니와 묵직하게 울려퍼지는 저음은 낯설면서도 오묘한 매력을 풍긴다. 2007년 한국에 왔다가 만난 한국 여성과 6개월 만에 결혼한 오마르는 디제리두 연주법을 부인에게서 배웠다고 한다. 부인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지낸 적이 있기 때문이다.
오마르는 “흰개미가 속을 파먹은 유칼립투스 나무를 원주민들이 잘라 커다란 피리나 트럼펫처럼 만든 악기가 디제리두다. 하지만 나는 원주민 스타일이 아니라 우리 음악에 맞게 내 마음대로 연주법을 변형한 오마르 스타일로 디제리두를 분다”고 설명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는 자신들의 음악을 ‘지구음악’이라 부른다. “우리 멤버들은 각자 지구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그곳의 문화와 음악을 접했어요. 그 모든 것들이 녹아들어 국적과 장르를 나눌 수 없는 우리만의 음악을 하게 됐죠. 그래서 (영미권을 제외한 제3세계 음악을 일컫는) 월드뮤직이라는 모호한 개념보다 차라리 지구음악이라 부르기로 했어요.”(정현)
어쿠스틱 월드는 인도 현악기 시타르를 연주하는 박재록, 몽골 전통악기 마두금을 연주하는 이정훈, 인도 타악기 타블라는 연주하는 구성모로 이뤄졌다. 록 밴드에서 기타를 치던 박재록은 인도를 여행하다가 기타와 비슷하게 생긴 시타르에 빠져들면서 ‘시타르의 명인’ 수잣 칸을 사사하기까지 이르렀다. 음대에서 작곡과 음악이론을 전공한 그는 “서양음악과 인도음악의 어법은 완전히 다르다. 기존에 굳어진 서양음악의 틀을 깨느라 애먹었다”고 털어놨다.
인디밴드 한음파의 보컬이기도 한 이정훈 역시 몽골에 여행 갔다가 우리 전통악기 해금과 비슷한 마두금에 매혹됐다. 저음의 목소리와 휘파람 소리를 동시에 내는 몽골 전통창법 ‘흐미’도 익혀 최근 발표한 어쿠스틱 월드 1집 몇몇 수록곡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헤비메탈 밴드 투견의 드러머인 구성모는 타블라를 배우기 위해 일부러 인도에 갔다고 했다. 이들은 “인도 음악과 몽골 음악이 그다지 잘 통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끼리는 잘 통하기 때문에 재밌게 음악을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두 밴드는 각자 무대를 선보인 뒤 협연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어쿠스틱 월드는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을 새로운 편곡으로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고, 두 밴드의 협연곡으로는 밥 말리의 ‘노 워먼 노 크라이’를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 너무 바빠요. 우리 공연에 와서 ‘릴랙스’하고, 다른 나라 다른 문화에 좀더 마음을 여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어요.”(오마르)
공연 시간은 단 60분, 티켓 가격은 부담 없는 1만5000원이다. 6명 이상 예매하면 20% 깎아준다. (02)2005-0114.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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