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1957년 4월 서울 경복궁에서 열린 ‘인간가족’전 모습과 전시장을 돌아보는 이승만 전 대통령, 도로시아 랭의 <이주민 어머니>.
생로병사와 희로애락 담은
273명의 사진 503점 엄선
‘인류애에 대한 서사’ 불려
2003년 세계문화유산 지정
당시 사진과 초판 도록 추려
성남 시작해 전국 순회 예정
273명의 사진 503점 엄선
‘인류애에 대한 서사’ 불려
2003년 세계문화유산 지정
당시 사진과 초판 도록 추려
성남 시작해 전국 순회 예정
무슨 전시길래, 1957년 경복궁에 30만명 몰렸을까
세계 사진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시, 가장 영향력이 큰 전시로 꼽히는 ‘인간가족’전의 일부가 56년 만에 다시 한국에서 열린다.
‘인간가족’전은 1955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에드워드 스타이켄의 기획으로 개막되어 1962년까지 7년간 38개국 100여 도시에서 이어졌던 전시다. 1956년 일본 전시에서 60만명, 1957년 서울 경복궁 전시에서 30만명, 1959년 모스크바 전시에서 270만명 등 전세계에서 900만명 이상이 관람한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이 전시 사진집도 100만부 넘게 팔렸다. ‘인간가족’의 영어 제목 ‘더 패밀리 오브 맨(The Family of Man)’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연설문에서 따왔다.
한국 전시는 당시 전시에 나왔던 사진 100여점과 초판 도록과 개정판들, 전시기획자 에드워드 스타이켄과 전시 참여 사진가들이 주고받았던 편지 등이 함께 전시된다. 8일 성남아트센터를 시작으로 12월엔 서울시민청에서 열리며 전국 순회전도 예정되어있다. 전시를 주최한 코아스페이스쪽은 “‘인류애에 대한 서사’라는 점을 고려해 성남과 서울의 전시는 모두 무료로 개방하며 내년 전국순회전도 대관문제만 해결되면 가능한 무료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진 역사의 한 장면이 된 이 전시는 에드워드 스타이켄(1879~1973)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다. 스타이켄은 미국의 사진가, 화가, 전시 기획자로 1947년 뉴욕현대미술관 초대 사진부장으로 취임한 뒤 회화 중심이던 미술관 전시에 여러 형태의 사진전을 도입했다. 그가 1951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열었던 ‘한국-사진으로 보는 전쟁의 충격’ 전의 실패가 ‘인간가족’ 전을 구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한국전의 사진은 전쟁의 추악함을 드러냈고 충격적이었지만 관객들은 외면했다.
스타이켄은 부정적인 내용에서 긍정적인 내용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마음먹고 1953년부터 ‘인간가족’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인간성의 회복을 목적으로 ‘인류는 한 가족’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웠고, 전 세계 사진가들에게 인간의 탄생, 성장, 교육, 사랑, 노동, 슬픔, 죽음 등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이 담긴 사진을 요청했다. 6백만장 넘는 사진과 필름을 모은 뒤 3년 동안 사진을 골라 최종적으로 273명의 작품 503점을 뽑았다.
마가렛 버크 화이트, 더글러스 던컨,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카파, 유진 스미스 등 당대 최고의 사진가들뿐만 아니라 당시로선 유명하지 않은 사진가의 작품과 더불어 찍은 사람의 이름이 없는 사진도 포함되었다.
전시 작품의 뼈대를 이룬 양대 기둥은 1932년 창간된 다큐멘터리 화보 중심 잡지 <라이프>와 1947년 설립된 사진가 집단 ‘매그넘’이 소장한 다큐멘터리 사진이었다. 관객들의 정서에 호소하며 냉전시대 이념의 장벽을 넘어서자는 스타이켄의 의도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고, 사진전 자체가 역사가 되었다. 이후 전시 세트는 2003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자리잡았다.
전시를 기획한 코아스페이스 주원상 이사장은 “인간가족은 모든 사진전시기획자의 꿈이다. 3년 전부터 준비해왔는데 당시 참가한 273명의 사진가 중에는 돌아가신 분도 많고 아예 이름이 없거나 연락처가 끊어진 경우도 많아 사진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인간가족전’ 사진집(위), ‘인간가족’ 전의 대표작 중 하나인 잭 델라노의 <앤드류 리만 부부>. 코아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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