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11일부터 3일간
‘현대 발레의 거장’으로 불리는 롤랑 프티(1924~2011)의 걸작 <아를르의 여인>, <젊은이와 죽음>, <카르멘> 등 세 편이 한꺼번에 한국 무대에 찾아온다. 국립발레단은 11~1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 세 작품을 모은 ‘롤랑 프티의 밤’을 공연한다. 2010년에 이은 두번째 무대로, 2011년 롤랑 프티 사망 이후 첫 국내 공연이다.
세 작품은 모두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가 결국 파멸로 치닫는 과정을 그린다. 파격적이면서 도발적인 안무, 독특하고 세련된 무대에 롤랑 프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무용수들의 깊이 있는 감정연기가 곁들여지는 것이 특징이다.
<아를의 여인>은 알퐁스 도데의 소설을 발레로 만든 작품으로, 이뤄지지 않는 사랑 때문에 슬퍼하는 남녀의 애틋하고 비장한 춤이 조르주 비제의 음악과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프랑스 남부의 아름다운 아를르의 풍경을 고스란히 무대로 옮겨온 듯한 무대도 볼거리다.
<젊은이와 죽음>은 바흐의 웅장하고 묵직한 ‘파사칼리아’를 배경으로, 죽음을 부르는 팜므파탈의 압박에 스스로 목을 매는 젊은이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영화 <백야>(1986)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춤으로, 국내에서는 무용수가 의자 등받이를 타고 내리는 광고 장면으로 유명해졌다. 1946년 세계대전 직후 유럽의 어둡고 음울한 사회분위기가 반영된 작품이다.
비제의 오페라에서 출발한 <카르멘>은 초연됐던 1949년 당시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의상과 안무, 도발적인 헤어스타일로 엄청난 이슈가 됐다. 화려한 무대디자인과 여러 에피소드를 엮어 하나의 줄거리가 있는 발레로 새로운 스타일을 창조한 이 작품은 마치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느낌을 준다. (02)587-6181.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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