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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단 2명, 그것도 남자만…흥행 뮤지컬들의 비결

등록 2013-10-07 19:19수정 2013-10-07 22:53

뮤지컬 <쓰릴미>
뮤지컬 <쓰릴미>
<쓰릴미>(사진), <트레이스 유>, <마마 돈 크라이>, <구텐버그>까지. 최근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이 뮤지컬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남성 2인’을 앞세운 작품이란 점이다. 영화의 ‘버디 무비’처럼 서로 다른 개성의 두 남자 배우들이 주인공이 되어 여성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는 <쓰릴미>는 이번 시즌 연장공연에 돌입했고, 2010년 배우 한 명을 앞세우는 모노극에서 2인극으로 변신한 <마마 돈 크라이>도 공연계에 ‘꽃미남 열풍’을 불러오며 마니아층을 양산했다. 창작뮤지컬 <트레이스 유>와 브로드웨이 화제작 <구텐버그>는 초연작임에도 대중과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이끌어냈다. 등장인물이 적어 연출에 제약이 따르고, 자칫 관객들에게 단조롭게 비치기 쉬운 2인극은 왜 사랑을 받으며 수많은 ‘회전문 관객’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작품 가지고 놀 실력파 섭외
두세 달 합숙하며 손발 맞춰
극 곳곳에 극적반전 재미 줘

■ 배우의 역량, 더 쉽게 드러난다 2인극은 단 2명의 배우만이 출연하기에 배우의 역량이 작품 전체를 좌우한다. 두 배우의 ‘합’이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맞아야 하는 것은 물론, 동시에 두 배우의 역할적 특징과 매력이 잘 드러나야 한다. 이 때문에 2인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약 두세달의 연습기간 동안 잠자는 시간만 빼고 거의 합숙을 하다시피 하면서 함께 지내며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만큼 작품에 투입한 공력이 많아 실제 공연에 반영된다. 2인극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자 매력의 하나는 중간중간 예상치 않은 무대 위 상황에 대응하는 애드리브 능력. <구텐버그>의 김동연 연출가는 “2인극의 경우 캐스팅이 작품 성공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서 애드리브만으로 하나의 신(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작품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배우를 섭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까닭에 한번 2인극에 출연했던 배우가 또다른 2인극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마마 돈 크라이>로 역량을 인정받은 송용진과 장현덕이 <구텐버그>에 다시 출연한 것 등이 그 예다.

■ 독특한 설정과 반전의 매력 2인극은 출연 인물이 적은 대신 독특한 설정이나 반전으로 승부를 건다. 배우가 적어 무대도 작고 활용 소품도 적으니 반전이나 설정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 <쓰릴미>는 유명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고, <마마 돈 크라이>는 뱀파이어 설정을 빌려왔다. <구텐버그>는 뮤지컬의 리딩공연을 아예 작품화해 차별화했다. <트레이스 유>의 마지막 반전, <쓰릴미>의 동성애적 코드, <구텐버그>의 액자식 구성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를 냈다. 색다른 설정을 바탕에 깔고 두 배우가 서로 주거니 받거니 줄다리기를 펼치며 긴장감을 끌어올리다 마지막 반전을 선보이는 것이 최고의 재미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제한된 규모의 한계를 반전이나 인물관계로 극복해내는 점이 독특한 매력이어서 관객들은 오히려 큰 작품보다 2인극에 빠져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피아노·밴드와 한몸처럼 호흡
음악과 소품은 단순하되 강렬
관객들 2인극에 훨씬 몰입해

■ 음악과 소품, 최소한이되 더 강렬하게 300석 미만의 공연장에서 주로 공연되는 2인극은 무대 규모 때문에 대형 작품들처럼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쓸 수 없다. 소수로 구성된 밴드나 심지어 피아노 한 대로 모든 음악을 대체한다. <트레이스 유>와 <마마 돈 크라이>는 4인조 밴드가, <쓰릴미>와 <구텐버그>는 오직 피아노 한 대가 극의 모든 음악을 맡았다. 대신 작품 속 음악들은 오히려 존재감이 커진다. 연주자는 단순한 반주자를 넘어 극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불어넣는 ‘제3의 주인공’ 구실을 한다. 이 때문에 <쓰릴미>나 <구텐버그>의 피아노 연주자들은 배우 못지않게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사랑을 받기도 했다.

단순명쾌한 무대장치와 소품도 2인극의 매력이다. <구텐버그>에서는 역할에 따라 바뀌는 수십개의 모자가 등장하고, <쓰릴미>에서는 어두운 조명과 죄수복으로만 감옥의 느낌이 표현되며, <마마 돈 크라이>에서는 달 모양이 비친 미닫이문만으로 무대 전환이 이뤄진다. <쓰릴미> 제작사인 뮤지컬헤븐 관계자는 “회전문 관객들이 배우만큼이나 매력을 느끼는 것은 군더더기 없는 음악과 무대”라며 “반복적 멜로디,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소품 등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는 2인극들의 특징이 되레 관객들을 사로잡는 요소가 된 듯하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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