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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대신 소외된 ‘사람’들의 삶 찍으렵니다”

등록 2013-10-13 19:27수정 2013-10-13 20:56

정만희(54) 작가
정만희(54) 작가
인물사진작가 정만희씨

절망끝 훌쩍 떠난 캄보디아에서
사람들 일상 담아 사진전 열어
“덜 가진 이들 찾아 도우며 살겠다”
“그동안 얼굴, 몸만 찍었는데 이젠 사람을 찍으렵니다.”

다음달 11일까지 충북 청주시 수암골 사진관에서 ‘아 캄보디아’ 사진전을 여는 정만희(54·왼쪽 사진) 작가의 ‘인생 후반전’ 청사진이다. 그가 지난여름 캄보디아에서 찍은 작품 50여점(오른쪽 사진)이 걸린 수암골 사진관에 지난 12일 오후 막걸리 판이 벌어졌다. 그가 안주까지 마련한 이색 사진전 개막일은 500여명이 찾아와 축제가 됐다. 그의 페이스북(facebook.com/brookschung)에서 친구를 맺은 ‘페친’ 150여명도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편하고 재밌게, 나누면서 살아가려고요. 좋잖아요, 사진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음식도 나누고. 사진 속 캄보디아 사람들을 초대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1993년 초께 미국 브룩스 사진학교에서 공부하고 귀국한 그는 청주대학교 예술대 등에서 사진학을 강의하며 20년 동안 유명 인물을 찍는 사진가로 살았다. <상당인1> <상당인2>란 사진집을 내고, 누드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청주 우암산 자락에 연 900㎡ 남짓한 사진관에는 이름난 정치인, 방송인 등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 시대가 열리면서 그를 찾는 이가 줄기 시작했다. “완전 망했죠. 인물 사진가라는 정체성은 물론 생계 수단마저 잃을 정도가 되면서 좌절과 절망의 시간이 왔어요. 내가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가졌었다는 것을 깨달으니 조금 보이더군요.”

정만희 작가가 지난여름 캄보디아에서 찍은 작품 50여점.
정만희 작가가 지난여름 캄보디아에서 찍은 작품 50여점.

그른 도운 것은 생활단식 전문가 오혜숙(53)씨였다. 그가 평생의 도반으로 여기는 오씨는 단식과 함께 캄보디아행을 권했다. 그는 지난 3월18일 100일 단식을 통해 몸과 마음에 켜켜이 쌓인 군더더기를 내려놓은 뒤 홀연히 캄보디아로 날아갔다.

“내 사진을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오씨가 가난하고 굶주린 땅으로 나를 이끌었죠. 처음엔 ‘이런 나라가 있구나’ 하고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는 프놈펜, 앙코르와트 등을 누비며 셔터를 눌렀다. 자연스레 벗고 뛰노는 천진한 아이들, 주름진 노인들, 낚시로 끼니를 구하는 아낙, 거친 밥이라도 나누는 가족, 구도의 길을 걷는 승려 등이 그의 앵글에 들어왔다.

“일, 작품이란 생각 없이 그냥 여행지에서 만난 이들의 일상을 담은 것이어서 누구에게 보일 요량은 아니었죠. 하지만 수익이 생기면 ‘천원만’하며 따르던 순수한 캄보디아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도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죠.”

그의 바람이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사진집은 물론 전시회도 눈길을 끌고 있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사는 덜 가진 이들을 찾아 그들의 생활을 알리고 또 돕는 일을 하고 싶어요. 물론 소외된 우리 이웃도 찾아야죠. 느지막하게 철이 든 만큼 부지런히 그늘진 곳을 쏘다닐 생각입니다.”

청주/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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